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 사설] 한국전력이 올 2분기에 9조1161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무려 8036억원 적자가 났다. 매출은 10.6% 증가했지만 영업적자는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올해 상반기 적자액이 1조6362억원에 이르고 있다. 지난 2008년의 고유가로 한전의 경영이 적자로 돌아선 뒤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가 6조1000억원. 올해 상반기 1조6362억원을 합하면 7조7362억원이 쌓인 셈이다.

지난 8월1일부터 전기요금을 4.9% 인상했기 때문에 하반기 적자폭은 다소 줄겠지만 올 연말에는 한전의 누적적자가 8조원을 넘기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한전의 적자가 해마다 쌓이고 있는 것은 연료비는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반면에 전기요금은 거의 조정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

한전의 전기생산비중 원료 비중이 약 80%. 우리가 들여오는 원유값은 올해도 평균 배럴당 10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7월까지 원가보상률이 86.1%에 그쳐 100원어치 전기를 팔면 14원 가량이 적자가 나는 구조가 고질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전기를 팔면 팔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그칠줄 모르고 있는 것.

학계와 전문가들은 이같은 왜곡 구조를 문제 삼아 전기요금의 현실화를 주장했지만 물가당국의 압력으로 올해도 요금을 찔끔 올리는데 그쳤다. 평균 4.9% 올림으로써 원가보상률은 90.3%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원자력 등 국외에서 신규 수익원을 창출하고 마른 수건을 짜는 식으로 경영혁신 활동과 출자지분 매각 등으로 1조5000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줄이고 있지만 경영구조 개선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

한전의 누적적자는 결국 다음 세대의 몫이다. 한전은 최소한의 투자보수유지 율을 지켜야 한다. 전력소비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다른 에너지보다 더 큰 폭으로 전력 소비가 늘어나는 만큼 새로 발전소를 건설해야 하고 송변전 설비 등도 확충해야 한다. 유지보수 비용도 그만큼 더 소요된다. 이같은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투자보수유지비율이 확보돼야 한다. 그러나 근년 들어 고유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투자보수 재원은커녕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
한전의 재무 구조가 악화되면 새로운 발전소 건설은 물론 투자 지연 등으로 대국민 서비스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그리고 나중에 언젠가는 소비자들이 부담해야한다. 바꾸어 말하면 현재 우리가 부담해야할 몫을 다음 세대에 넘기는 격이다. 부채에 의존하면 그 만큼 빚이 늘어나고 이자 비용도 만만치 않다.

가격 현실화로 경영구조를 조금씩 개선하면 막을 수 있는 경영악화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한전이 최고의 기업 신인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매년 적자가 누적되고 부채도 크게 늘어나면 한전이라고 해서 부도가 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여기저기서 우리의 부담을 후손에 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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