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PC·스마트폰으로 전력정보 제어
소비자도 전기 매매 거래 참여 활발
국가간 통합전력망 '슈퍼그리드' 도래

[이투뉴스] 해마다 겪는 전력수급 문제의 해결책으로 차세대 전력망 시스템, 스마트그리드를 꼽는 건 더이상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능화된 전력망을 구성해 전력수요를 효율적으로 관리,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그리드 시대의 도래는 필연적이다.

스마트그리드 시대의 소비자는 단순히 전기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는 전력회사와 전력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며 전기를 절약할 뿐 아니라 생산하고 판매하기까지 하는 '프로슈머(생산적 소비자)'로 거듭나게 된다. 적극적이고 합리적인 에너지 이용을 실천하는 한 프로슈머의 가상 일상을 통해 스마트그리드 시대를 미리 접해본다.

# 2030년 어느 여름철 평일 아침. 김똑똑씨는 여느 때처럼 요란한 알람 소리에 잠을 깼다. 햇살에 눈이 부셨다. '오늘도 덥겠군.' 알람 작동과 동시에 켜진 스마트TV 화면에는 각종 에너지 정보가 담긴 메인화면이 뜬다. 김씨 집안 내에서 소비되는 에너지 양과 태양광을 이용한 자가발전량, 전기차 충전량, 실시간 요금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모든 가전기기 및 전력기기가 연계돼 있을 뿐 아니라 PC, 스마트TV, 스마트폰 등으로도 기기들을 관리, 제어할 수 있다.

채널을 돌리자 한 뉴스 채널에서 '합리적 프로슈머를 찾아라'란 코너를 통해 합리적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소비하며 수익을 내는 한 주부가 소개된다.

그녀는 지금처럼 더운 여름철 낮 피크시간대 태양광발전기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되팔아 차익을 챙겼다. 겨울에는 보일러 대신 극소형 자가열병합발전을 활용해 에너지효율을 높였다. 가전 및 통신업체들이 자사 제품과 함께 제공하는 패키지 요금제를 면밀히 비교해 할인 혜택이 많은 것을 선택했다.

'요즘 저렇게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그나저나 나도 오늘 괜찮은 요금제를 골라야 할 텐데.'

김씨는 TV에서 눈을 떼고 서둘러 출근 준비를 했다. 지능형 검침인프라(AMI)가 제공하는 방범, 가스누출감지 등 안전관리 시스템을 작동한 뒤 주차장으로 내려간 김씨는 밤새 충전이 끝난 전기자동차를 타고 회사로 향했다.  

▲ 전기차 충전 모습(피앤이솔루션 제공)

점심시간, DR(수요반응) 솔루션업체의 컨설턴트인 A씨를 만나기 위해 약속된 식당으로 향했다. DR은 피크시간대 전기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설계된 요금제에 소비자들이 반응해 스스로 전기사용을 줄이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A씨는 전력판매회사와 소비자에게 상품을 제안하고 수수료를 챙겼다.

부서 내 팀장 소개로 알게 된 A씨는 다양한 요금제 가운데 김씨에게 맞는 상품을 소개했다. 부장은 전기사용량을 줄인 만큼 인센티브를 받는 T요금제를 선택했다고 했다.

"김똑똑씨는 평소 전기사용량이 많지 않으니 최대전력수요 차등요금제를 쓰시는 건 어떨까요."

"그건 어떤 거죠? 지금 제가 쓰고 있는 요금제와 어떻게 다른가요."

"전기를 많이 쓰는 시간대인 피크구간 요금에 차등을 두는 요금상품입니다. 피크대를 피하면 매우 저렴하게 요금을 쓸 수 있거든요. 여기 요금표를 보시면…."

"그렇군요. 그걸로 하도록 하죠."

김씨는 피크시간대 비싼 요금이 적용되는 대신 사용량이 적은 시간에 싼 요금이 적용되는 G요금제를 택했다. 식사를 끝내고 돌아오니 사무실 전등은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에 의해 자동 소등된 상태였다.

잠시 후 업무시간이 되자 자동 점등됐고 냉방기기도 건물 온도와 시간대별 전기요금에 따라 자동으로 제어됐다.

김씨는 스마트폰으로 거래소에 접속해 전력가격을 확인했다. 날이 더워 가격이 치솟았다. 오전 중 태양광발전으로 생산, 저장장치에 저장한 전력과 전기차 충전 전력 일부를 팔았다. 오늘은 외근이 없는 탓에 차를 몰 일이 없어 걱정 없었다.

20여년 전만 해도 전력저장장치 기술은 혁명이니 혁신이니 했지만 지금은 일상화된지 오래. 저장한 전력을 사용하거나 되팔게 되면서 전력난 걱정은 구시대의 산물이 됐다. 김씨는 가끔 전력난에 따른 발전설비 추가 확보 문제를 두고 정치력을 소모해야 했다는 얘기를 접할 때마다 격세지감을 느끼곤 한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온 김씨는 스마트TV를 켰다. 물론 전기차는 충전시켜둔 상태였다. TV 메인화면의 시간별, 일별, 월별 누적에너지 사용량과 요금정보를 훑어본 뒤 홈에너지관리시스템(HEMS)의 제어상태를 확인했다. 그는 이 시스템을 통해 집안의 모든 가전제품의 불필요한 전력소모를 방지했다.

뉴스를 보니 우리나라가 전력난에 허덕이는 일본에 전력을 공급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고압직류송전(HVDC)를 통해 일본과 전력계통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물론, 북한과 러시아, 중국까지 하나의 거대한 전력망, 이른바 '슈퍼그리드'가 구성돼 전력거래가 활발한 상태였다.

김씨는 실시간 전기요금을 확인한 뒤 밀린 빨래를 넣고 세탁기를 돌렸다. 풍향과 꺼지는 시간이 자동설정된 에어컨을 가동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 계획을 잠시 떠올린 그는 곧 단잠에 빠졌다.

'오늘도 이만하면 괜찮은 하루였지.'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