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인터뷰] 김재춘 서울아산병원 시설팀 유니트매니저
비싼 요금, 유지관리 애로, 온실가스 배출량 등 3중고
의무화 규정 강화하고, 그만큼 인센티브 부여해야

김재춘 차장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운용 중인 가스냉방기의 장단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투뉴스] “전력피크를 해소하기 위한 일환으로 가스냉방 보급이 꼭 필요하다고 하지만 메리트는 거의 없으니 어떤 시설관리자가 가스냉방 보급에 앞장서겠습니까. 가스냉방용 요금은 물론 시설보조금 등 정책적으로 지원이 큰 폭으로 늘지 않고는 가스냉방 보급이 속도를 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서울아산병원 시설팀에서 유니트매니저를 맡고 있는 김재춘 차장은 가스냉방설비를 관리하면서 현장의 애로사항을 묻자 직설적으로 말문을 열었다.

서울아산병원은 전체 냉방용량의 절반이 넘는 54%를 가스냉방설비로 가동하고 있다. 전체 냉방용량이 1만4020RT인데 이 가운데 7600RT가 흡수식 냉온수기로 충당하고 있고, GHP를 보조장치로 이용해 부분냉방으로 150RT 정도를 사용하고 있다.

도시가스 사용량만 월 80만㎥정도로 가스요금만 6억원이 넘을 정도로 도시가스사에게는 주요 고객이다.
지금 제3 연구동을 건설 중인데 여기에는 빙축열 냉방을 설치하고 있다고 밝힌 김재춘 차장은 가스냉방 보급의 걸림돌로 3중고를 얘기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불리함과 함께 가스요금의 지속적인 인상, 유지관리의 어려움이다.

“전기요금은 거의 변동이 없는 수준인데 반해 가스요금은 2005년 대비 70% 가까이 올랐습니다. 또 전기냉방은 별로 큰 어려움 없이 일반적으로 관리하면 되는데 비해 가스냉방은 진공 유지, 오일교환, 플러그 교체 등 손이 많이 갑니다. 비싼 요금을 내는데다 유지관리는 어렵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적용되니 누가 가스냉방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정부의 온실가스 에너지 목표관리제에 따르면 연간 2만5000톤 CO2 이상을 배출하는 사업장은 내년부터 온실가스 배출 및 에너지소비 목표를 정해 이를 이행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러다보니 대규모 건물은 온실가스 배출량에 초점을 맞춰 설비를 운용하지 않을 수 없는데 가스냉방이 오히려 전기냉방보다 불리하다는 것이다.

“에너지소비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면 CO2 계수의 경우 전력이 0.47인데 반해 도시가스는 2.25나 됩니다. 400RT 동일용량의 터보 전기식과 흡수식 냉방기를 비교해보면 COP가 터보 전기식은 4.93이 나오는데 비해 흡수식 냉방기는 1.04에 불과해요. 이걸 알면서야 경영층에 가스냉방을 설치하자고 요구하기 어렵죠.”

아산병원은 지난 89년 처음 본관을 설립할 때부터 가스냉방을 가동했다. 현대그룹 계열로 당시 만도기계가 있다보니 그룹차원에서 흡수식 냉온수기를 설치하게 됐고, 이후 건물을 증축하면서 가스냉방기 설치가 이어졌다.

“제가 94년부터 아산병원에 들어와 시설관리를 맡았는데 지금 냉방방식을 어떤 것으로 선택하겠느냐고 물으면 솔직히 가스냉방 쪽으로 손을 들 것 같지 않습니다. 메리트가 없거든요. 정부가 가스냉방 보급을 지원하는 주목적이 전력피크의 제어 때문이라면 국가적 차원에서 가스냉방에 메리트를 주는 방향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주무부서가 다르다보니 지원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아끼지 않았다. 건물에 대한 정책은 국토해양부가, 산업체에 대한 정책은 지식경제부가 각각 맡고 있다보니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정책이 일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스냉방을 설치하는 건물에 대해서는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합니다. 국가적으로 이익이 되는 조치를 취하는데 오히려 패널티를 받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 불합리하지 않습니까. 얼마 전 대형 할인매장이 이미 설치된 가스냉방기를 철거하고 전기냉방으로 전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죠.”

정부 관계자들도 말로만 가스냉방을 지원해야 한다고 하지 말고,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김재춘 차장은 국가적 차원에서 가스냉방이 꼭 필요한 만큼 의무화 규정을 더욱 강화하고, 메리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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