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EYE] 美·日 차세대 산업, 희토류 확보 위해 공장 건립 붐

[이투뉴스] 거대 소비시장과 저렴한 노동력을 내세우며 해외기업의 현지 공장 이전을 유도했던 중국이 이제는 희소자원을 카드로 자국 산업육성을 꾀하고 있다.

중국은 원자재 수출 시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수출량을 제한하면서 자국 내 이전 공장에 대해 원자재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왔다.

최근에는 소비가 늘고 있는 하이브리드·전기차와 LCD, 고효율 전구 등 첨단 기기에 사용되는 희토류로  이 같은 전략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일본 4대 화학사중 하나인 쇼와 덴코(Showa Denko)와 산토쿠(Santoku), 미국 형광소재 전문회사인 인티매틱스(Intematix Corp.)는 최근 중국에 공장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희토류 금속 원소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구하기 위해서다.

마이크 퍼 인티매틱스 국제운영부장은 "(원료를 제대로 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길한 징조를 느꼈다"며 "장비를 구입해서 중국에 제조라인을 구축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프레몬트에 본사를 두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원자바오 주석은 중국 희토류 정책에 직접 간여하고 있다. 원자바오는 1960년대 베이징에서 희토류를 연구한 지질학자로 최근 2년간 심도있는 분석을 주도해 왔다.

지난해 가을 유럽 방문기간 중 그는 "본인의 의사 결정 없이 희토류 정책에 변화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여러 국가들과 기업 단체들은 중국의 희토류 정책이 국제무역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국제무역 분쟁에서 주요 결정권자인 WTO의 한 위원은 중국이 위법을 저질렀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 상업부는 지난 24일 이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 무역위원회의 카렐 드 구트 위원은 "WTO의 판결에 비추어 중국은 희토류 접근에 공정하고 균일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 단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 24일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광물 수출 정책이 WTO 법을 준수하고 있다"며 기존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중국이 환경 보호와 희귀 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수출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에 적용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WTO에서는 이미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국이 자국내 공급에는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면서 해외로 나가는 물량에만 제한을 두는 등 차별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런 비난을 피하기 위해 올 여름 희토류 채광량 제한과 오염 기준을 강화해 자국내에서도 공급량을 줄였다. 그 결과 중국내에서도 희토류 가격이 올랐다.

그러나 해외 전문가들은 이전에도 그랬듯 중국의 내수 단속이 단기적이며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세계 희토류의 94%를 생산하면서 세계 희토류의 60%를 소비하고 있다. 해외 기업들이 중국으로 공장을 계속 이전할 경우 내년까지 세계 소비의 70%가 중국에서 발생할 전망이다.

지난 2년간 중국은 희토류에 대해 연간 3만톤으로 수출량을 제한했다. 이전까지 중국 외에 있는 공장들은 연간 6만톤을 소비했다.

중국 정부는희토류에 대해 부가가치세 17%와 수출관세를 최고 25%까지 부과했다. 중국 밖에서 거래되는 희토류 값은 치솟았다.

촉매와 유리 공정에 이용되는 산화세륨은 1메트릭톤당 11만달러로 중국보다 4배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산화세륨은 3100달러에 불과했다.

중국 내에서 희토류 금속을 원료로 한 제품이 제조되고 수출될 경우 중국은 수출관세나 한도량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종종 부가가치세금도 매기지 않는다. 

쇼와 덴코의 대변인은 "중국에서 네오디뮴 같은 금속원소를 수출할 때 높은 관세를 지불해야만 했다"며 지난달 네오디뮴 기반의 마그네틱 합금 생산 공장을 중국에 대폭 확장하기로 발표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컴퓨터에 사용되는 이 합금은 중국의 수출관세나 부가가치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소비를 대폭 줄일 수 있게 됐다.

대형 화학 기업들의 중국 이전도 두드러지고 있다. 원유를 휘발유와 디젤 등으로 정제하는데 사용되는 희토류 촉매제의 첫 단계 공정을 위해서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기도 한다.

보통 일본에서 진행됐던 터치스크린 컴퓨터와 카메라 렌즈 부품인 최고급 유리의 생산 라인도 중국으로 이전돼 가고 있다. 희토류 때문이다.

인티매틱스는 LCD와 발광 다이오드의 주원료가 되는 희토류 원료가 들어가는 인광 물질을 만들고 있다.

이 회사는 중국의 그린 산업 정책에 따라 새롭게 건설된 12만4000평방피트 산업단지에 제조라인 구축을 결정했다. 이곳은 최초 3년간 임대료를 내지 않는다. 또 저렴한 인건비와 장비 덕분에 제조비를 낮출 수 있다.

인터매틱스는 공장 숙련공에게 월 400~500달러, 대졸자 화학엔지니어들에게 월 500~600달러의 월급을 지불할 예정이다. 공장 장비도 미국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구비했다.

용광로의 경우 많은 중국 공급업체들이 납품 경쟁에 나서 미국산 제품의 10~20%밖에 안되는 값으로 구매를 완료했다고 회사는 밝혔다.

한편 희토류 산업 전문가 두들리 킹스노스는 희토류에 대해 폐쇄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는 중국의 시기 선택이 절묘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과 호주가 개발하고 있는 탄광에서 상당한 양의 희토류 금속이 향후 몇 년 내 생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때문에 중국이 현재 가지고 있는 독점력과 영향력을 빠르게 이용해 회사들이 중국으로 이전해올 것을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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