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한무영 서울대 교수

[이투뉴스 / 칼럼] 미국의 과학한림원에서는 20세기 들어 인류에 가장 혜택을 준 10대 발명품 중 하나로 상하수도 시스템을 선정한 바 있다. 그 이유는 상하수도로 인하여 깨끗한 물을 만들어 공급하고, 청결하고 위생적인 환경을 만들면서 인간의 평균수명을 30년 정도 늘렸다는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인간의 건강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의사나 약사도 평균수명을 1년이나 5년 밖에 연장한 것에 비하면 그 공로를 알 수 있다.

10대 발명품 중 최고 그랑프리는 뭐니뭐니해도 수세변기의 보급이다. 모든 사람이 오물을 생산하자마자 단추만 누르면 물로 말끔히 씻어져 눈앞에서 사라진다. 누구나 주거나 사무 환경이 깨끗해진 것에 매우 좋아할 것이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문제를 생각해보았는가? 도시 전체에서 수세변기에서 사용되는 많은 양의 물은 어디서 어떻게 오는 것일까? 수세식 변기의 단추를 누른 다음에는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며, 그것이 생태계와 인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우리가 행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질수 있는가?

우리가 수세변기를 편리하게 쓰고 있는 그 이면에 다른 희생자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가 좋다고 하는 것은 선진국의 관점에서, 인간의 관점에서, 또는 우리 세대의 관점에서만 그런 것이 아닌가? 후진국이나 생태계, 그리고 다음 세대의 관점에서도 과연 좋을 수 있을까? 우리는 30년을 더 살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으로 인하여 하천의 오염, 자연의 파괴, 에너지의 과다 사용 등으로 지구 전체가 몸살을 앓는다거나, 그러한 물을 공급하기 위하여, 또한 그 부산물인 하수를 처리하기 위하여 제 3의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는지, 또는 우리 후손들이 그러한 고비용, 고에너지 시스템에 묶여 할 수 없이 비싼 유지관리비를 내어야 한다. 20세기에 30년 더 사는 대가로 21세기에 자연이 파괴되고 지구가 멸망한다면, 그것은 마치 일시적인 고통을 줄이면서 가정과 육체를 좀먹는 마약과도 같은 존재가 아닌가 생각한다.

배설물을 잘 처리하는 문제는 인류의 역사상 가장 커다란 숙제였고 앞으로도 큰 숙제거리가 될 것이다. 그 처리를 잘못하여 많은 사람이 병들어 죽거나 심지어는 도시전체가 살지 못하는 경우까지 도달한 경우도 있다. 그것을 처리하는 방법으로 현재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수세변소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9가지 죄목으로 수세변기를 고발하고자 한다.

1.물을 많이 사용하도록 한 죄 2.깨끗한 물을 섞어서 모두 더럽게 만든 죄 3.하수를 많이 내려 보낸 죄 4.배설물속의 비료 자원을 낭비한 죄 5.분과 뇨를 합쳐서 내보낸 죄 6.땅과 섞을 것을 물에 섞어 내보낸 죄 7.물부족이라고 엄살을 떨게 하면서 댐이나 자연을 파괴한 죄 8.에너지를 많이 쓰도록 한 죄 9.자신이 만든 더러운 것을 멀리 버리고 남에게 치우도록 한 죄

현대에 사는 어느 누구도 위와 같은 수세변기의 죄목에 자유로울 수 없다. 수세변기가 유죄판결을 받는다면 모든 시민은 공범이나 협조자가 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어느 누구도 배설을 하지 않고 살수는 없다. 이것을 어떻게 공학적으로 풀어나갈 것인가, 좋은 사례는 없는가? 그에 대한 답은 있다. 공학적인 기구, 장치, 방법 들은 모두 다 존재한다. 인류역사를 되돌아보고, 선조들의 지혜, 첨단기술을 도입한다면 답은 있다. 그것을 사회의 모든 사람이 인식을 하고 다함께 사용하도록 유도한다면 이것은 사회적인 문제가 된다. 그리고 그것을 왜 사용하느냐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설득하기 위해서는 철학적인 문제로 접근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철학은 과학적인 근거를 필요로 한다.

20세기의 최고의 발명품인 수세변기의 축복을 21세기와 그 이후로도 축복으로 바꾸기 위한 수세변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과학적, 공학적인 방법으로 비판하고, 그것을 사회적으로 접목시켜 인류에게 편안한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그 결과 새로운 인식의 전환이 사회적으로 확산되어 환경부의 정책이 바뀌고,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배설물 처리방법이 확산되어 전 세계에 전파되어 제 3 세계의 사람들이 혜택을 받고, 자연에 대한 파괴를 줄이며, 후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그러한 방법이 활용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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