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전력수요 급증 추세 속 민자발전 확대
EPC뿐 아니라 자금조달·운영까지…수익 극대화

▲ 지난 6월 준공한 4억5100만달러 규모 필리핀 세부발전소. 한전이 경영권을 확보했고 두산중공업이 건설을 담당했다.

[이투뉴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국내 건설사들이 국내외 민자발전 사업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 이전처럼 단순 EPC(설계·구매·시공) 공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자금 조달, 운영까지 도맡아 고부가가치를 노리는 투자개발형 사업이 각광을 받는 추세다.

건설사가 개발자로 사업을 주도하거나 합작법인을 만들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편이 사업 수주에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맞물려 원전 시장이 주춤하는 사이 석탄과 천연가스를 이용한 복합화력발전은 물론 석탄화력까지 민자발전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나자 수출입은행에 모여 복합화력발전의 해외 진출 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등 발빠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오만에서 1조3000억원(12억3500만달러) 규모의 초대형 복합화력발전소 공사를 수주했다. 복합화력발전소를 해외 전략적 사업부문으로 정하고 수주에 전력을 기울여 온 결과다.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UAE) 슈웨이핫 S3 복합화력 발전소(6억 5000만달러)에 이어 이번 수르 복합화력 발전소까지 연이어 수주함에 따라 중동 지역 복합화력발전시장에서만 18억8000만달러의 수주고를 올렸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복합화력발전소 분야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반면, 석유화학분야처럼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수익성이 월등하다"며 "중동 지역은 꾸준한 유입인구의 증가와 유가 상승으로 인한 발전플랜트 시장 확대가 예상돼 향후 지속적인 수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국내외에서 민자발전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4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세 번째 민자발전 사업인 쿠라야 발전소의 최저가 입찰자로 결정됐다. 국내 건설사가 개발과 EPC에 모두 참여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기간 카자흐스탄 정부와 정부 간 협정(IGA)를 체결해 주목을 받은 1320MW급 발하쉬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운영사업에도 한국전력과 함께 참여한다.

▲ 현대중공업이 지난 4월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지역에 설치한 2750mw급 복합화력발전소.

국내 대형 복합화력발전소 건설공사도 추진한다. 삼성물산은 현대산업개발, 한국서부발전과 함께 1조3440억원 규모의 동두천 복합화력발전소 공동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완공 후 발전소 운영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말 인도에서 15억달러 규모의 2500MW급 복합화력발전소 건설공사를 수주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EPC 역량과 현대종합상사의 현지 네트워크와 정보망이 시너지를 낸 사례였다.

건설사들은 발전소를 과거처럼 단순 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가가치가 높은 발전소 운영에도 나서고 있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끌어와 발전소를 짓고 완공 후 직접 운영까지 주도하는 개발사업자로 직접 나서는 것이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민자발전의 확대는 건설사에게 EPC뿐 아니라 개발 역량까지 요구하며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건설사들은 시장변화에 맞춰 개발에 참여함으로써 밸류체인(가치사슬)을 통합해 사업비를 낮추면서도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세가 이렇다보니 정부는 아예 기업들을 데리고 현지에 가서 수주활동을 독려하기도 한다.

코트라(KOTRA)와 지식경제부는 지난 7월 인도, 파키스탄, 필리핀 3개국에 서부발전, GS건설, 현대상사 등 주요 기업과 발전 운영·유지 회사 15곳으로 구성된 '민자발전 프로젝트 사절단'을 파견해 수주활동을 펼쳤다.

주요 프로젝트 17건 가운데 10억달러 이상의 대형 프로젝트가 6건이었으며, 파키스탄 1200㎿급 석탄화력발전소(18억달러), 인도 토리 탄광 인근 화력발전소(9억6000만달러), 인도 크리시나파트남 석탄화력발전 프로젝트(38억달러) 등은 사업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기식 KOTRA 전략사업본부장은 "전 세계적으로 전력 민영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고 특히 경제개발 붐으로 전력난을 겪는 아시아 개도국에서 민자발전 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아시아 시장에서 발주되는 대형 IPP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의 참여가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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