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 사설] 정부 보조금을 받아 설치된 지방자치단체의 신재생에너지 시설 관리현황이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1996년부터 작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지방보급사업에 5466억원을 투입했으나 설비 10개중 3곳은 사후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의 혈세를 이용해 시설을 해놓고 관리는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주인없는 공공재산의 가장 전형적인 문제점이 드러난 셈이다.

지식경제부와 신재생에너지센터는 지난달말 지방보급사업 재정집행 추진상황 점검회의를 가졌다. 여기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작년말까지 설치될 1500개소의 신재생설비 가운데 31.8%인 499개소가 유지보수를 입증할 관리카드가 없었다. 정부 예산을 들여 시설을 만들어놓고도 전혀 사후관리를 하지 않았다니 혀를 내두를 뿐이다.

더욱이 부실시공 등으로 정부가 설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설비도 10%가 넘는 232개소에 달했다. 이를테면 한 청소년 수련관의 경우 숙박이 가능한 수련원 시설로 설계했으나 이후 숙박이 불가능한 수련관으로 바뀌면서 온수가 남아돌아 급탕탱크가 폭발했고 이용객수 감소로 이용량이 적어 집열판 일부를 차단막으로 가려놓은 상태. 심지어 한 보건소는 태양열 시설 설치 과정에서 집열판 시공사와 급탕탱크 및 밸브를 시공한 업체가 각각 달라 고장이 날 때마다 두 업체가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등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밖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해놓으나 그림자가 지는 바람에 효율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신청과 시공 과정에서도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방보급사업을 장려한다는 명복으로 일반 보급사업보다 높은 설치단가를 인정해줬다. 바꾸어 말하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다.

정부는 뒤늦게나마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사업개선에 나섰다. 우선 사업내용의 적정성과 사후관리 유무를 평가해 신규 지원사업을 결정할 방침이다. 특히 10억원 이상 대형사업은 사업착수회의, 진도관리 등 관리강화를 위해 집중관리대상으로 삼을 작정이라고 한다.
지방의 신재생에너지 설비는 처음부터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서 엄정하게 선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위에 산이 있어 햇볕을 가릴 우려가 있는 곳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해서는 안 된다. 또한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가장 적합한 분야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태양광과 태양열, 풍력, 지열 등이 골고루 설치될 필요가 있다.

수천억원을 들여 설치한 신재생에너지 설비는 모두 국가의 자산이다. 단 1000원이라도 낭비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이런 차원에서 정부는 예산을 보조해 시설한 설비 전체에 대해 일제 점검을 해야 한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철저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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