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과 비교 현저하게 낮은 설치율

▲ 민경천 한국지열협회 부회장.
[이투뉴스] 잠실 제2롯데월드, 서울시 신청사, 행복도시 정부청사 등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대형 지열 설비 설치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곳이다.

제2롯데월드의 설치규모는 3000RT(냉동톤). 민간공사임에도 불구하고 1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아시아 최대 규모로 진행중이다.

이밖에 서울시 신청사는 1100RT, 행복도시 정부청사 2단계 1·2구역은 2500RT, 경북도청 신청사는 2000RT 등 모두 규모가 큰 지열 냉·난방설비가 도입되고 있다.

이처럼 대형 지열프로젝트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반면 일반 주택이나 상업용 시설에 설치되는 지열설비는 제자리걸음이다.

현재 국내 지열산업은 ▶공공의무화사업 ▶시설원예 지열난방 보급사업 ▶그린홈 100만호 사업 등 국책사업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급격한 성장이나 발전은 없었다.

민경천 한국지열협회 부회장(코텍엔지니어링 전무)은 "우리나라에서는 1년에 1000세대에 지열이 보급되고 있다"면서 "선진국의 추세와는 너무 차이가 커 과연 2020년에 신재생에너지 강국으로의 진입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나라별 지열설비 설치 현황.

민 부회장에 따르면 전 세계 지열보급 1위인 스웨덴(인구 700만명)에서는 매년 4만가구에 가정용 지열설비가 설치되고 있다. 800만명 인구의 스위스는 매년 1만가구에 보급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장기적으로 신축건물에 모두 신재생에너지를 적용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15만대의 가정용 지열히트펌프가 설치되고 있다. 용량을 평균 3RT(10.5kw)로 가정할 경우 매년 157만5000kW의 열원을 지열이 공급하고 있다.

지열의 평균 COP(성능계수)를 3.0으로 가정할 경우 시간당 100만kW의 에너지를 지열에서 얻는 셈이다. 또 1년에 3000개 정도의 학교를 신축 또는 개보수하고 있는데 이들 학교의 90%정도에 지열이 도입되고 있다.

평균적인 열원설비 용량은 200RT다. 이는 189만kW의 지열설비가 매년 보급되는 것으로 여기서도 시간당 120만kW의 에너지를 지열에서 얻게 된다.

가정용, 학교와 더불어 공공·상업용 시설에 지열설비를 도입할 경우 매년 시간당 300kW의 에너지를 지열에서 얻고 있다. 이는 100만kw급 발전소 3기의 출력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100만호 보급사업을 통해 1년에 10만호, 그 가운데 지열은 1000가구에 보급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7분의 1에 불과한 나라에서 40배 이상의 지열 설비가 설치되고 있는 것. 인구와 가구를 따져보면 스웨덴의 지열시장은 우리나라의 280배다.

민 부회장은 "우리나라 전체 가구수인 1500만 가구를 모두 지열설비로 바꿀 경우 매년 1000가구씩 설치하게 되면 1만5000년이 걸린다는 공식이 성립된다"고 말했다.

▲ 국내 진행중인 대형 지열 프로젝트.

우리나라는 2004년 '공공의무화제도'가 도입된 후 지열 시장이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지열전문기업만 2200개를 넘어서고 관련 공무원들의 지열에 대한 관심도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답보상태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의 전시행정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게 민 부회장의 지적이다.

다른 재생에너지의 경우 설비의 규모가 커 큰 부지의 땅이 필요하다. 지열도 많은 부지가 필요하지만 땅 속에 묻히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는다. 정부도 설치 후 눈으로 확인하고 홍보효과도 누릴 수 있는 다른 재생에너지를 선호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중소기업 위주의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지열은 태양광, 풍력 등과 달리 제품위주가 아닌 공사위주의 시스템이다.

특히 태양광의 경우 반도체와 연관된 사업이므로 대기업이 아니고선 손을 댈 수조차 없다.

반면 지열의 경우 토공사, 배관공사, 기계설치공사 등이 연계돼 하나의 큰 틀을 이룬다. 중소기업이 하기에 적합한 특성을 갖고 있는 것.

민 부회장은 "토공사, 배관공사, 기계설치공사 등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수준에 있는 기술들이므로 오히려 유리한 위치"라면서 "공사위주의 시스템이므로 고용창출의 효과도 매우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지열을 주로 난방에 이용해 왔지만 우리나라는 난방은 물론 냉방도 사용하는 기후적 특성을 갖고 있으므로 난방만 하는 나라보다 효율을 월등히 높일 수 있다"면서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서 수입대체, 환경개선, 고용창출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지열산업의 육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국내 최대 지열 용량을 적용한 제2롯데월드.
▲ 공공기관 가운데 최대 규모의 지열 냉난방 시스템을 적용한 서울시 신청사.

 이나영 기자 nylee@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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