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멜로 <통증>으로 돌아온 곽 감독을 만나다

곽경택 감독.

[이투뉴스] 곽경택 감독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적지않다.

선이 굵고 강한 영화를 많이 만들다 보니 남성관객에겐 열렬한 지지를 받지만, 여성관객의 평을 그리 좋지 않다. 대부분의 여성관객이 곽 감독의 영화를 '남성영화', 혹은 '부산 사나이 영화'로 치부해 버린다.

강한 남성 캐릭터와 느와르 분위기, 그리고 곽감독이 롯데 자이언츠의 광팬이란 사실이 이런 판단을 더욱 부추긴다. 나아가 실제 곽 감독의 내면도 '부산 사나이'이 가까울 것이라 단정한다.

이런 편견은 오는 8일 개봉하는 영화 <통증>에서 일소될 것으로 보인다. <통증>은 곽감독 특유의 어두운 색채를 유지하지만 남녀 주인공의 조화로운 비중과 정통 멜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사실 곽감독은 태생적으로 '부산 사나이'와도 거리가 있다. 평안도 출신의 아버지와 전라도 출신의 어머니가 6.25를 계기로 부산에서 만나 자리를 잡았을 뿐이다.

그곳서 곽감독은 의대를 다녔다. 의사인 아버지의 권유도 있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뉴욕대에 가서 영화 연출을 공부했다.

"아버지는 6.25를 겪은 분이다. 아버지는 늘 내게 '전쟁이 나면 민간인은 다 죽지만 의사는 죽이지 않는다'며 의사가 되기를 권했다. 6.25에 대한 트라우마로 내게 의사가 되기를 원하신거다."

하지만 그런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감독이 된 곽감독은 1995년 <영창이야기>로 '제2회 서울 단편 영화제 우수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신고식을 치른다.

이후 첫 상업 데뷔영화인 <억수탕>을 연출해 평단과 관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다. 탄탄대로일 것 같던 그의 길은 두번째 작품에서 난관에 봉착한다.

의대를 다닌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았던 <닥터K> 때문이다. 이 작품은 공교롭게 일본 만화와 제목이 같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금도 곽감독에게는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원래 영화 제목은 <의사 박수>였다. 일본 만화도 원제는 <슈퍼닥터>였다. 그런데 둘다 밋밋한 제목 때문에 바꾸었는데 졸지에 같은 <닥터K>가 된 것이다. 당시 일본만화와 이름이 같다는 게 알려지면서 욕도 많이 먹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는 <닥터K>의 실패를 뒤로하고 2001년 <친구>로 화려하게 부활한다. <친구>는 그의 가장 큰 흥행작이라는 점 외에도 곽경택 스타일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영화 <친구>이후 곽감독은 강한 남성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며 장동건, 정우성, 주진모 등 많은 꽃미남 배우들과 함께 작업했다. 이전까지 얼굴이 먼저였던 이들에게 연기파 배우라는 수식어를 얹혀줬다.

"꼭 미남 배우랑 작업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잠재력을 더 끌어낼 수 있겠다는 내 느낌과 연기파로 변신하고 싶은 배우의 의지가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내로라하는 미남배우와 숱한 작업을 한 그는 이제 권상우를 선택했다. 곽감독은 "권상우와는 한번 작업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배우란 생각을 했다"고 캐스팅 배경을 설명했다.

그의 열번째 연출작인 <통증>의 주인공인 권상우에 대해 "이번 남순 캐릭터와 너무 잘 맞았다. 지금껏 내가 연출한 작품 중 최고의 남자 배우"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정려원에 대해서는 "배우라는 직업을 감사하게 여기는 심성이 고운 연기자 중 하나"라며 "공주대접 받기를 좋아하는 여배우와는 작업이 힘든데 연기도 잘하면서 소탈하기까지해 마음에 들었다"고 밝혔다.

-<통증>은 시나리오를 쓰지 않은 첫번째 작품이라고 들었다.

▶그렇다. 강풀 만화가가 통증을 못 느끼는 남순이와 혈우병에 걸린 동현의 캐릭터를 만들어줬다. 이것을 바탕으로 한수경 작가가 시나리오를 썼다. 인지도 때문인지 자꾸 언론에서 나와 강풀 만화가를 강조해 한작가한테 미안한 마음도 든다. 내가 한 것은 영화적으로 각색한 것 밖에 없다.

-이미 많은 인터뷰를 통해 권상우씨 연기를 극찬했다.

권상우가 너무 잘해줬다. 정려원도 그렇지만 권상우의 연기에 대해서는 전혀 불만이 없다. 특히 권상우는 남순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100%였다.

개인적으로 남순이가 차 안에서 "형 나 이번에는 꼭 살고 싶거든"하는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든다. <친구>에서 장동건이 한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보다 좋았다.

-<기적의 오디션>에서 독설가로 명성이 높다.

애정이 있어서 그런것 같다. 영화계가 얼마나 힘든 곳인줄 아니까 최소한의 갑옷은 입혀서 내보내고 싶다. 그러다 보니 단점을 자주 지적한 것 같다.

-<기적의 오디션> 배우를 선발할 때 기준이 있다면

좋은 연기자가 될 것 같은 사람을 뽑았다. 내가 뽑은 아이들은 스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연기자가 될 것 같다.

-직접 뽑은 연기자라 애착이 많이 갈 것 같다.

그렇다. 정이 많이 간다. 이 인연을 계속 가져가고 싶다. 사실 최종 합격자에 여성 도전자 2명을 올렸는데 미안해서 그렇게 했다. 지금 도전자들을 <미운오리새끼>에 출연시키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여성 도전자 2명의 비중이 작아서 최종관문에 올려줬다.

이준형 기자 jjoon121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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