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부모님조차 내가 어느 회사에 다니는지 잘 모른다. 일반인들도 한전으로 통하지 발전회사는 구분을 못 한다. 심지어 동서발전을 동서식품으로 알거나 남동발전을 남동공단으로 아는 경우도 있다."

어느 한전 발전자회사 직원의 말이다. 우스갯소리 같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수긍은 간다. 기자도 헷갈리니까. 동서, 중부, 서부, 남동, 남부발전…. 익숙해지지 않으면 구분이 쉽지 않은 이름이다.

올해부터는 이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국민체감도' 조사결과가 반영된다. 일반인이 공공기관을 상대로 "제 점수는요~" 하듯 살떨리는 평가를 내놓을 수 있단 얘기다.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이 공공기관에도 이어지는 듯하다. 그런데, 넘쳐나는 오디션 프로그램 가운데 새로 나올 공공기관 버전은 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서민생활대책점검회의에서 "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자"던 김황식 국무총리의 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 말은 국민체감도 평가와 직접 관련은 없다.

비슷한 맥락에서 보면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공공기관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느냐, 이걸 평가해보자는 의미로 이해된다. 이를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이 평가는 제대로 이뤄질 것인가.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 또는 청중단이 그러하듯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엄중하고 냉철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덧붙여, 정말로 그렇게까지 평가를 해야 할까.

평가는 일대일 면접방식, 쉽게 말해 방문 설문조사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아파트 부녀회장이 집집마다 돌며 어떤 사안에 대한 동의를 구하기 위해 사인을 요청하듯. 이게 꽤나 많은 비용이 들지 않을까 싶다. 그것도 내 주머니에서 나간 세금에서. 

문제는 공공기관들이 평가를 잘 받기 위해 온갖 짓을 다해야 한다는 데 있다. 기획재정부 담당공무원은 "보도자료 열심히 뿌리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지만 그야말로 탁상행정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해 실소가 나온다. 그의 말처럼 이미 공공기관들은 훈장을 내걸듯 앞다퉈 보도자료를 뿌려대고 있다.

각종 사회공헌활동에 동반성장, 공생발전, 전통시장 자매결연 등 도통 구분이 안 되는 기사들이 복사본처럼 넘쳐난다. 공공기관들은 각종 신문과 방송매체에 보도되도록 실적쌓기에 여념이 없다. 매체파워가 큰 신문 귀퉁이에 실리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광고가 뒤따르지 않으면 그마저도 어렵다. 규모가 작은 기관은 도통 답이 안 나온다.

결국 이 모든 것이 비용인데다 소모적인 업무의 반복이다. 이쯤되면 누구를 위한 평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정 국민을 위한 평가가 되려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도록 유도하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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