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오일쇼크와 다른 제3차 오일쇼크 상황

 

12부  에너지 공급ㆍ소비 비중

 

 

글 싣는 순서

 1부    에너지소비 변화
 2부    에너지수입 의존도
 3부    소비부문별 에너지소비
 4부    에너지원별 에너지 수출입
 5부    석유류 소비 추이
 6부    국제 에너지소비 추이
 7부    국제 현물 유가 추이
 8부    주요국 원유생산실적
 9부    지역별 원유 매장량
 10부   국제 휘발유 소비가 비교
 11부   주요국 원유 수출입 비교
 12부  에너지 공급ㆍ소비 비중

제3차 오일쇼크 시대는 도래할 것인가. 장기전으로 돌입한 고유가 시대에 이 의문에 대한 설전이 뜨겁다. 거시적으로 보면 제1차 오일쇼크가 발생한 1973년과 고유가 시대를 예고한 2002년의 에너지 공급과 수요 그래프에 큰 변화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제1차 오일쇼크 시대와 다른 현재의 상황을 발견할 수 있다. 30년 전엔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고 일부 국가가 에너지 공급과 소비를 독점했다. 30년이 지난 현재 사정이 달라졌다.
 
세계 각국은 화석연료 의존도를 대폭 낮추고 대체연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체 에너지 중 석탄이 차지하는 공급 비중은 다소 줄었지만 소비 비중이 증가한 점은 좋은 사례다. 세계 각국이 석유 의존도를 낮추면서 발굴한 대체 연료 중 하나가 석탄이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석탄액화연료 등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기 위한 재료로 석탄을 사용한다. 실제로 지난 30년 통계를 살펴보면 전세계 석탄 소비량은 축소됐지만 전체 에너지 소비 중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승곡선을 그렸다.
미래 에너지의 재료로 쓰이는 석탄은 '일엽지추(一葉知秋)'의 의미를 담고 있다. 석탄은 화석연료를 대신할 '미래연료'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태양광ㆍ핵융합ㆍ풍력 등 다양한 에너지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또 지난 30년 동안 에너지 공급과 소비 국가가 다양해진 점도 눈여겨볼 일이다. 과거 선진국이 독점하다시피 한 에너지 공급과 소비 대열에 신흥개발도상국도 대거 동참했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개발도상국은 자국의 급속한 경제개발에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73년 세계 에너지 소비의 62.5%를 선진국이 차지했지만 2002년 그 비중이 52.1%로 줄어들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정황을 종합하면 제3의 오일쇼크는 기우일 수 있다. 물론 미래연료 상용화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전제를 무시할 순 없다.
 
◆에너지 공급 비중=원자력 7배 증가…석유ㆍ석탄 감소

 


 

지난 30년 새 세계 주요 에너지 중 원자력 에너지의 공급 비중이 7배 이상 급증했다. 1차 오일쇼크가 있었던 1973년 0.9%에 머물렀던 원자력 에너지 생산 비중은 2002년 6.8%로 증가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04년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원자력에 이어 가스와 수력 공급 비중도 증가했다. 하지만 석유와 석탄의 공급 비중은 같은 기간 동안 평균 11.5%포인트 감소했다. 석유 비중은 45.1%에서 34.9%로, 석탄 비중은 24.8%에서 23.5%로 줄었다.

과거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움직임에 세계 각국의 에너지 확보 정책이 최근 가속도를 붙였다. 특히 신흥개발도상국의 에너지 공급과 소비가 큰 변화를 가져왔다.
197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구소련이 에너지 공급원 역할을 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02년 중국과 아시아를 포함해 에너지 공급 국가가 다양해졌다. 자국의 에너지 개발 역량이 가능하기 때문이거니와 에너지 확보라는 대명제가 2000년 들어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또 과거 개발도상국은 1차 오일쇼크로 비싼 원료를 구입할 여력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신흥개발도상국은 자국의 경제개발을 위해 에너지 공급을 과감히 늘리고 있다.
실제로 OECD 회원국의 에너지 공급 비중은 1973년 62.4%에서 2002년 52.2%로 축소됐다. 구소련이 차지하던 에너지 공급 비중도 같은 기간 동안 14.4%에서 9.1%로 줄었다. 하지만 중국의 에너지 공급 비중은 같은 기간 동안 7.2%에서 12.2%로 늘었다. 또 아시아ㆍ라틴아메리카ㆍ아프리카의 에너지 공급 비중도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에너지별 각 나라의 생산 비중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OECD 회원국의 에너지 공급 비중이 줄었다고 하지만 모든 에너지에 적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원유=지난 30년 새 세계 원유 생산량 대비 중동지역 국가와 구소련의 원유 생산 비중이 크게 줄었고 OECD 회원국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의 원유 생산 비중이 늘었다. 1973년 세계 원유 생산의 23.6%를 생산하던 OECD 회원국은 2002년 27.1%로 그 비중을 늘려나갔다. 경제성장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자국의 에너지 확보정책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원유 비축을 전략적 정책으로 삼고 있다. 
중국과 아시아 국가의 원유 생산 비중도 같은 기간 동안 1.9%에서 4.4%로, 3.2%에서 4.8%로 각각 늘었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 정책이 그 배경이다.
대신 중동의 원유 생산 비중은 같은 기간 동안 37%에서 29.7%로 크게 줄었다. 구소련도 같은 기간 동안 15%에서 13.8%로 그 비중을 축소했다. 
 

 
천연가스=세계 각국의 천연가스 생산 비중은 30년 만에 각국별로 매우 고르게 분포된 점이 눈에 띈다. 1973년 OECD 회원국이 71.4%를 차지했던 천연가스 생산 비중은 2002년 41.5%로 대폭 줄어들었다. 반면 중동ㆍ구소련ㆍ중국ㆍ아시아ㆍ라틴아메리카ㆍ아프리카 등 타국가의 천연가스 생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졌다. 특히 중동과 아시아 국가의 변화폭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중동의 천연가스 생산 비중은 같은 기간 동안 2.1%에서 9.4%로 4.5배가량 증가했다. 아시아 국가의 천연가스 생산 비중도 같은 기간 동안 1%에서 8.9%로 약 9배 늘었다. 
 

 
무연탄=1973년 세계 무연탄 생산량의 72.4%를 차지하던 OECD 회원국과 구소련의 비중이 2002년 42.5%로 대폭 감소했다. 특히 구소련의 무연탄 생산량 비중은 22.8%에서 7.9%로 거의 1/3수준으로 줄었다. 대신 중국의 무연탄 생산 비중은 많이 증가했다. 지난 30년 동안 중국의 무연탄 생산 비중은 18.6%에서 37.3%로 2배 증가했다. 아시아 국가의 무연탄 생산 비중도 4.8%에서 12.5%로 2.6배 늘었다. 
 

 
원자력=첨단 기술력이 필요한 원자력 에너지의 생산 비중은 지난 30년 동안 OECD 회원국의 독주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1973년 92.8%인 OECD 회원국의 원자력 에너지 생산 비중은 2002년 85.5%로 다소 감소했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원자력 에너지 생산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전체 원자력 에너지 생산량이다. 1973년 203TWh(테라와트)이던 원자력 에너지 양은 2002년 2660TWh로 30년 새 13배 이상 급증했다. 매년 평균 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수력=OECD 회원국의 생산 비중이 크게 변한 에너지 중 하나가 수력이다. 1973년 71.5%로 절대적 위치를 차지했던 OECD 회원국의 수력 생산 비중은 2002년 48.6%로 급감했다. 그 자리를 라틴아메리카ㆍ중국ㆍ구소련 등이 차지했다. 특히 중국의 수력 생산 비중은 같은 기간 동안 2.9%에서 10.8%로 약 3.7배 증가했다. 또 라틴아메리카의 수력 생산 비중도 7.2%에서 20.1%로 증가해 OECD 회원국의 비중을 압박했다.
 
◆에너지 소비 비중=석탄 소비량 감소, 소비 비중 증가

 

전체 에너지 소비 비중을 살펴보면 탈(脫)석유화를 뚜렷하게 발견할 수 있다. 지난 30년 새 타 에너지를 제외한 석유의 소비 비중만 감소했다. 석탄ㆍ전력ㆍ가스 등 기타 에너지의 소비는 증가했다. 2002년 석유 소비 비중은 43.%로 1973년 47.1%에서 4.1%포인트 줄었다. 30년이란 세월을 감안하면 큰 감소폭은 아니지만 석유를 대신할 타 에너지를 찾는 세계 각국의 움직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스ㆍ재생연료ㆍ전력ㆍ석탄 등 타 에너지의 소비 비중이 다소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석유 소비 비중이 줄어든 결과다.
여기서 석탄의 소비 비중이 증가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석탄 소비 비중은 30년 새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탄은 중국 등 신흥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의 밑거름이기도 하지만 석유를 대신할 대체에너지로 개발하는 석탄액화연료의 재료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편 OECD 회원국과 구소련이 전체 에너지 소비의 76.6%를 차지했던 1973년과 달리 2002년 이들의 에너지 소비 비중이 60.7%로 줄었다. 타국가의 에너지 소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역시 중국과 아시아 등 신흥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이 지역별 에너지 소비 비중을 다변화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석유=석유 소비 부문은 크게 수송과 산업 부문으로 나눠 볼 수 있다. 1973년 이 두 부문의 석유 소비 비중은 전체 에너지 소비의 69%에서 2002년 77.3%로 늘었다. 여기서 세부적인 내용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수송 부문의 석유 소비 비중은 지난 30년 새 42.3%에서 57.2%로 크게 늘었지만 산업 부문의 석유 소비 비중은 같은 기간 동안 26.7%에서 21.1%로 줄었다. 


 

석탄=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는 비율이 커지거나 작아질 수는 있겠지만 각국의 경제발전 등으로 자연스럽게 소비량이 증가하는 게 대부분 에너지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럼에도 지난 30년 새 전세계 소비량이 감소한 유일한 에너지가 석탄이다. 이 기간 동안 석탄 소비량은 6억2200만TOE(석유환산톤)에서 5억500만TOE로 줄었다.
하지만 전체 에너지 소비 중 석탄 소비 비중은 같은 기간 동안 1.7%에서 3.5%로 2배 이상 늘었다. 일반용도보다 산업용도로 석탄이 많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또 석탄액화연료 등 다양한 대체연료를 만들기 위한 재료로도 석탄이 사용됐다. 이 때문에 산업 부문의 석탄 소비 비중은 1973년 57.6%에서 2002년 75.5%로 늘었다. 양으로 따져도 3억5827만TOE에서 3억8127만TOE로 늘었다. 

 

가스=가스의 소비 주체가 산업에서 기타 부문으로 역전된 점이 눈에 띈다. 1973년 산업 부문의 가스 소비 비중은 56.7%에서 2002년 44.7%로 줄었다. 대신 기타 부문의 가스 소비 비중은 같은 기간 동안 40.7%에서 50.3%로 전제 가스 소비 비중의 절반을 넘어섰다.
가스 차량을 포함한 가스 수요가 증가한 것도 한 원인 이지만 급속한 경제개발을 위해 석유와 석탄 외의 에너지가 추가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스 소비가 원유와 석탄 소비를 능가할 경우도 생길 전망이다. 예컨대 중국의 천연가스 소비는 향후 몇 년 내 석탄 및 원유수요를 초과하여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전력 소비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73년 다양한 전력 소비 주체 중 산업이 차지하는 전력 소비 비중은 50.3%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는 2002년 41.5%로 줄었다. 대신 타 부문의 전력 소비가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기타 부문의 전력 소비 비중이 1973년 46.3%에서 2002년 56.7%로 크게 늘었다.
전체 전력 소비량은 30년 새 4억3900만TOE에서 11억3900만TOE로 2.6배가량 증가했다. 따라서 기타 부문의 전력 소비량도 크게 늘어난 셈이다. 일본의 경우 산업용 에너지 소비는 1973년 62.5%에서 1999년 47.1%로 줄었다. 하지만 가정ㆍ상업ㆍ수송 등 기타 부문의 에너지 소비가 34.5%에서 51%로 크게 늘었다. 
   
<지난 8월21일부터 매주 1부씩 보도한 특집기사 '에너지통계 35년 재조명'을 12부작과 함께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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