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부 특집기사 '에너지 통계 35년 재조명'를 마친 후…

지난 8월21일부터 시작한 '에너지 통계 35년 재조명' 제하의 특집기사가 11월6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 지면을 빌어 많은 격려와 자문을 건네준 여러 독자께 머리를 숙인다.
12부작으로 시작했으니 12주간 매주 한 꼭지의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고백하건대 이 작업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12부작이라는 대형 기사였던 부담감도 컸지만 무엇보다 통계라는 '악동'이 늘 어깨를 짓눌렀다.

우선, 숫자 하나하나 따져봐야 했고 톤(ton)이나 배럴(barrel) 등 각 에너지별 단위를 통일하는 데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예컨대 석유 100톤과 100배럴은 분명 다르지만 자칫 무심결에 지나치거나 같은 단위로 인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통계 기사는 자칫 숫자놀음으로 비칠 수 있다. 수많은 숫자만 나열하면 독자는 헷갈린다. 따라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그래프에도 남다른 신경을 쏟았다.
해설과 분석도 병행해야 했다. 되도록 20~35년 통계 정보를 추적해 기사에 반영하도록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과거 통계에 대한 해설과 배경 설명이 불가피했다. 비교적 객관적인 설명을 붙이고자 관련 연구보고서와 세계 각국의 언론 보도내용 등을 수시로 들여다봐야 했다.
또 35년간 통계에서 새로운 점을 찾아내야 했다. 단순한 통계치와 그래프만 작성했다면 '그저 그런' 기사로 만족할 뿐이다. 하지만 통계치를 다각적으로 분석하면 새로운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아주 작은 부문이어서 간과하고 넘어갈 부분을 찾기도 했고 큰 흐름을 읽어내려고 신경을 썼다.
 
그렇다고 지난 12주 동안 생고생만 한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에너지 산업의 전반적인 흐름을 읽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또 기사에 대한 적지 않은 반응을 접했다. 그것도 생각지도 않은 곳이나 사람으로부터 반응을 접하면 내심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론 부끄럽기도 했다. 에너지 특히 통계 전문가를 대면할 배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작은 기사가 갖는 의미를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 이 기사를 기획했던 지난 7월, 국내외 에너지 통계 정보가 매우 빈약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비록 각 기관이 자체적으로 에너지 통계를 작성, 확보하고 있더라도 공유하지 않아 실전에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또 심지어 통계 자료가 세월 속에 묻혀버려 사장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한때 물건을 만들면 팔리던 세상이 있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딸리던 시대였다. 하지만 이후 이 현상이 역전되면서 제품은 넘쳐나고 소비자가 제품을 고르는 시대가 도래했다. 따라서 마케팅과 유통 규모가 제조 규모를 능가할 정도가 됐다. 앞으로도 이 추세는 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한 나라의 정책도 마찬가지다. 개발도상국 입장에선 경제성장이 우선이다.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면 어떤가. 우선 먹고 사는 일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에너지 확보 정책이 세계 각국의 주요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같은 물건이라도 마케팅에 따라 판매량이 다를 수 있는 것처럼 정책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 하는 문제는 향후 국가 존폐 여부까지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 그럼에도 에너지 통계 자료를 허술하게 관리하거나 공유하지 않아 제각각 통계치가 다르다면 정책 결정은 결코 쉽지 않다. 마치 초점이 빗나간 사진과 같이 흐릿한 정책이 나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 12주간의 특집기사 '에너지 통계 35년 재조명'의 의미는 국내외 에너지 통계 자료 확보와 공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있다. 단순하지만 중요한 대목이다. 에너지 확보와 에너지 자주권은 이제 이 나라의 운명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지혜와 전쟁의 신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석양이 져야 날기 시작한다. 이미 때가 늦을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관련 기관과 정책 결정자가 이 기사의 의미를 충분히 고려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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