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연구회 조찬세미나서 지적 잇따라…시장 공정성 훼손 우려

▲ 전력산업연구회 주최로 13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조찬세미나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박수훈 민간발전협회 부회장, 신중린 건국대 교수, 좌장을 맡은 신정식 건국대 교수, 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이투뉴스] "최근 논의되고 있는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의 통합 문제는 판매부문을 보유한 한전에 공급설비에 대한 계통운영권까지 부여하는 이해상충적인 발상이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13일 전력산업연구회 주최로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조찬세미나에서 "최근 전력산업을 다시 통합해 구시대의 통합체제로 회귀해야 한다는 시대착오적인 논리가 대두하고 있다"며 "이미 민간이 전력시장에서 설비기준으로 10% 이상 참여하고 있는 전력시장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9·15 정전사태와 전력산업 구조개선 방향'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 손 교수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최근 정전사태를 계기로 이슈화된 한전과 전력거래소 간 계통운영기능 통합 논의가 전력산업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일제히 비판했다.

지난 5일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대표해 계통운영기능을 한전으로 통합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밑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후 관련업계 내에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자리였다.

손 교수는 "전력 부족의 근본적인 원인은 요금정책 실패로 소비가 급증한 데 있다"며 "전기요금이 시장에 정확한 시그널(신호)을 줘 자원배분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요금정책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현재 유명무실한 전기위원회를 정부로부터 독립시키고 전문성을 강화해 전력산업의 규제기능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계통운영기능 통합 논의에 대한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신중린 건국대 교수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통합 논의는 당나귀에게 짐을 무리하게 실어놓고 당나귀 주인과 몰이꾼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당나귀가 힘들어한다고 보는 것과 다름 없다"며 "시스템을 재편해야 한다면 경쟁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지 무조건 합친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전력 과소비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싼 전기요금 때문에 전력소비 합리화 기술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고 결과적으로 전력산업의 경쟁력이 퇴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수훈 민간발전협회 부회장은 "한전은 구조개편 이후 송전망 운영·유지만을 담당해 계통운영 경험이 전무한 데다 무엇보다 한전은 판매사업자로서 공정한 경쟁시장 운영을 저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계통과 송전의 통합은 정부의 정책 일관성과 신뢰도 저하로 이어지고 기존 민간자본과 신규사업자의 진입을 억제하게 돼 전력부문 공급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한전 전 사장이 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한 것도 정부가 한전이 상장된 주식회사라는 것을 잊고 지나친 가격규제를 했기 때문"이라며 "이제 지배구조도 열려 있고 시장도 열려 있는데 정부는 옛날식으로만 규제를 하려 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연독점적 산업의 규제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전기위원회와 같은 규제기관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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