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칼럼 / ] 9.15 대정전 사태 이후 전력산업 구조에 관한 논의가 분분하다.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공급하는 계통운영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만큼 당초대로 한국전력으로 계통운영 권한을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논란이 거세지면서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의 여야 의원들이 전력거래소의 계통운영 업무를 한전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법안까지 마련한 상태다.

블랙아웃(전국적인 규모의 정전사태)까지 치달을 것 같았던 위기를 해결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것이지만 계통운영 권한의 이관 문제는 보다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00년 전력산업 구조개편 방안을 마련하면서 정부가 전력의 계통운영 업무와 시장거래 분야를 한전에서 떼어내 전력거래소를 따로 설립한 것은 시장 경쟁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즉 독점 체제를 완화해서 자율 경쟁이 가능한 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계통운영과 전력거래 기능을 독립시키는 것이 바람직했기 때문.

김쌍수 전 한전 사장이 제기했던 발전자회사의 한전 통합문제로 지난해 불거졌던 전력산업 구조 개편 문제는 일단 마무리된 상태. 당시 김사장은 발전자회사의 기능이 거의 동일한데도 따로 분리돼 발전소의 연료를 사들이는데 불리하다며 발전자회사의 한전 통합을 주장했다. 그러나 지식경제부가 한국개발연구원에 의뢰한 용역 결과는 오히려 반대로 나왔다. 시장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발전회사들의 독립성을 더 키워야 한다는 방안이 나오면서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된 바 있다.

바꾸어 말하면 전력분야의 경쟁유도라는 목표가 쉽게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였다. 더욱이 그동안 민간 발전회사들이 전력생산 시설을 늘리면서 전체 전기생산량의 10%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한전으로 계통운영권한이 넘어갈 경우 민간 발전자회사들은 자연스레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내새워 민간에서는 이를 강력 반대하고 있다.

전력 계통운영 이관 문제는 이처럼 경쟁을 저해하는 요소가 가미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민간 발전회사들은 한전 산하 발전회사들과 경쟁관계에 있는데도 이들 발전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한전이 계통운영권을 틀어쥐고 있으면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민간 발전업계로서는 당연히 나올 수 있는 반응으로 여겨진다. 또한 지난번 전력대란에서도 경험했듯이 중앙집중형 전력 운영체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런 측면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분산형 전력체제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그 기반을 갖춰나가고 있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계통운영권의 이관 문제 역시 단편적으로 살펴볼 사안은 아니다. 전력산업의 전체 구조 속에서 어떤 방향이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한 심도있는 검토가 뒤따라야 한다. 지난번 전력대란의 원인 규명 역시 시스템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이를 잘못 운영한 사람에 있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규명이 이루어진 다음에 충분히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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