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수 박사/자연환경보전연구소장

서정수
자연환경보전연구소장
[이투뉴스 / 칼럼] 사상자 40여명, 복구비용 400여억원에 이르는 대형 참사, 올해 7월 서울 서초구 우면산 일대와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금동리 펜션 일대에서 발생한 산사태 피해를 말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7월26일~29일 수도권 집중호우 당시 52명이 사망하고 3768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산사태의 주범은 잣나무로 알려졌는데 이 정도의 피해를 입힌 주범이라면 사형, 아니 그 이상의 중벌도 과한 벌이 아닐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 국지성 집중호우가 증가추세에 있는 것으로 이미 나타났으며 최근 들어 지역별 시간당 강우량 차가 커지고 국지성·동시다발성 집중 호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웃 일본의 지진해일, 미국 남동부의 토네이도, 호주의 홍수, 뉴질랜드의 지진 등 올해 상반기에 발생한 전 지구적 자연재해 발생액은 2650억달러, 사상자만 2만3000여명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어 전 지구적 재앙이 동시다발적으로 증가추세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재해의 원인으로 대다수의 전문가는 급격한 기후변화 현상을 지목하고 있다.
1900년 이후 세계평균 기온은 0.7도, 우리나라는 1.7도가 상승했으며, 일 강우량 100mm를 초과하는 횟수가 1980년대 43회에서 올해 102회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시간당 50mm 이상 내리는 집중호우도 1980년대 10회에서 올해 23회로 증가했다.
위의 결과로 보면 우리나라 기상재해는 이미 예견되어 왔던 시나리오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전에 대처하지 못했던 방재당국은 그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사후 약방문식의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예를 들면, “방재시설물 설계의 기본이 되는 확률강우량도가 2000년 개정한 것으로 이후의 강우상황을 고려치 못해 과소 설계요인으로 작용했다”, “선진국 수준의 자연재해 방재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과학적인 방재기준을 마련하고 시설 등을 확충하겠다”, ‘하수도시설기준’을 개정해 집중호우에 대비한 하수도환경을 구축한다, “과거에는 산림녹화를 위해 나무를 심기만 했는데 이제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수종관리가 필요하다”, “강원도에 특히 잣나무가 많은데 이제는 외국처럼 간벌(나무의 밀도나 구성을 조절하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는 작업)을 계획적으로 해야 한다. 농림수산식품부와 산림청이 과학적으로 대응하라” 등등.
우면산과 포천의 산사태 주범이 잣나무로 지목된 사실은 너무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까.
말도 못하는 잣나무의 항변은 아래와 같다.
『나는(잣나무) 중국에서 신라송으로 불렸으며 기록으로는 고려 명종 때가 처음이지만 그 전에 이미 다 알려졌을 것이고, 고려 성종, 인종 때 영을 받아서 나무심기를 권장받은 과수의 하나였다.
양재(良材)로서의 비중이 컷 던 바, 재질이 연하고 수지가 있어 보존력이 강하므로 건축 가구재뿐만 아니라 문창호재, 천정용 판재와 상품의 관재로 꼽혔었다.
백주(栢舟)라 하여 선박재로서도 큰 몫을 했으며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도 내가(잣나무) 주 재료였다.』
해동역사(海東繹史)에는 중국에 바치는 공물목록에 잣이 등재되어 있을 만큼 오래된 우리의 귀중한 민속식물 자원이다.
880년전 이 산하에 귀한 나무로 추앙받던 잣나무가 하루아침에 홀대 당하는 모습이 그저 안쓰럽고 이제는 백성의 생명마저 빼앗는 주범으로 몰리다니 하늘나라에 계실 성종과 인종께서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까 싶다.
행여 몇 년후에 한국의 멸종위기야생식물에 잣나무가 등재되지 않을까도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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