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준공식…방사성 물질 대신 소금·염료 사용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하기 위한 연구가 국내에서 본격화된다.


과학기술부는 오는 8일 원자력연구소(소장 박창규)가 대전 연구소 내 부지에 '고준위 폐기물 지하 연구시설(KURTㆍ사진)'을 완공해 준공식을 갖고 일반에 공개한다고 7일 밝혔다.


KURT는 과기부의 원자력중장기 연구결과 고준위 폐기물 기준처분 시스템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건설됐으며 향후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이 국내에 건설될 경우에 대비해 개발 중인 한국형 처분 시스템의 타당성과 안전성, 적합성을 실험적으로 검증하는 기초 연구시설이다.


KURT는 사전 부지조사와 시설 설계를 마친 뒤 지난 2005년 3월 지하처분 연구시설 건설에 착수해 1년 8개월 만에 준공식을 갖게 됐다. 총 사업비는 34억원이 투입됐다.


KURT는 원자력연구소 뒤쪽 산 중턱에 폭 6m와 높이 6m의 말굽형 단면으로 굴착된 총연장 255m의 지하터널로 지표로부터 90m 깊이의 화강암반 내에 위치하고 있다. 180m 길이의 진입터널과 처분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모듈 75m로 이뤄져 있다.

최종원 원자력연구소 방사성폐기물처분연구부장은 "KURT는 지하수의 흐름 등 깊은 지하환경에서 각종 물질의 움직임을 실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경오염 우려가 없는 일반 염료와 소금물(NaCl) 등을 사용한다"면서 "따라서 KURT내에서 고준위 폐기물은 물론 어떠한 방사성 물질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그는 "KURT는 현행법상 '일반 시설'로 분류돼 방사성 물질의 진입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는 과기부·대전시·유성구 등 관계 기관의 인허가 조건에도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원자력연구소는 KURT를 이용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기술들이 실제 처분장에 적용됐을 때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다양한 현장실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따라서 암반 내 균열을 통한 유체 이동, 지하 환경에서 이온 및 콜로이드의 거동 연구 등을 통해 일반 대기와는 다른 지하 환경의 지하수 체계와 지질 조건 등에 대한 분석, 지하 구조물의 장기적 안정성 평가, 지하수의 화학적 조성 평가 등의 실험이 이뤄진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 관계자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에 필요한 연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환영한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그 연구에 대한 범위는 명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운전중인 원전은 20기로 올해 말 현재 원자력발전소 4개 부지에서 연간 700여톤의 고준위폐기물이 나오고 있어 향후 폐기물처분 시스템 구축에 대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고준위 폐기물이란

방사능을 띄고 있는 폐기물을 방사성 폐기물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방사성 폐기물을 방사능의 세기에 따라 '고준위 폐기물', '중·저준위 폐기물'로 분류하고 있다.

방사능이 강한 고준위 폐기물은 원자력발전소에서 핵 연료로 발전을 한 뒤 폐기물로 나오는 '사용 후 핵 연료'를 지칭한다.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서 플루토늄을 추출한 뒤 다시 연료로 사용하고 남은 폐기물도 역시 고준위 폐기물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방사능이 약한 중·저준위 폐기물은 원자력 발전소나 연구소, 병원 등에서 직원들이 사용하는 일반적인 작업복, 장갑, 신발 등을 말한다.

방사능이 반으로 줄어들어 안정화되는 기간을 뜻하는 반감기로 보면 중.저준위 폐기물의 반감기는 약 300년 정도이고 고준위 폐기물의 경우 1000년∼1만년에 이른다. 사용후 핵연료는 반감기가 1만여년에 이르지만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경우 반감기가 1000여년으로 줄어든다.

경주에 건설되는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은 중·저준위 폐기물을 폐기처분하는 곳이다. 아직 국내에는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은 없다. 고준위 폐기물은 각 원자력발전소에서 저장소를 만들어 임시로 보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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