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원자력진흥종합계획 수립 공청회, 주민 반대로 무산
"말로만 원전 수용성, 실제론 주민만 배제" 지적 잇따라

[이투뉴스] 정부와 원자력 관련기관들이 원전 수용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주민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한국원자력학회가 마련한 '원자력진흥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제3차 공청회'가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시작도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원자력진흥종합계획은 정부가 원자력산업 진흥을 위해 1997년부터 5년마다 수립해온 것으로 이번 4차 계획은 내년부터 2016년까지 추진할 과제를 담고 있다.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이날 공청회는 4차 계획의 추진방향과 6개 분과별 중점과제를 소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취지로 열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청회에 앞서 시민사회단체들은 경주, 울진, 영덕, 영광, 삼척 등 지역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행사가 파행을 겪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공청회 일정을 전혀 통보받지 못했다고 했다. 앞서 광주와 경주에서 열린 1,2차 공청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행사에 참석한 몇몇 기자들도 주최측이 아닌,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일정을 파악했다.

시민단체와 지역주민들은 지난 17일 서울 삼정호텔에서 원자력 클러스터 포럼 제2차 총회가 열렸던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또 원자력과 관련된 세미나와 행사들이 대체로 전문가 시각에 맞춰져 있어 주민들의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익중 경주핵안전연대 운영위원장은 "원자력계가 말로는 원전에 대한 주민들의 수용성을 높인다면서 실제로는 원자력 있는 주민들에게 공청회 일정이나 내용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성명서를 통해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난 일본의 바로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그간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할 뿐 투명하고 공정한 안전성 검사도, 탈핵발전에 대한 사회적 의견 수렴 절차도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원자력진흥종합계획(안)에는 지역주민이 민감해할 만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경상북도가 추진 중인 '원자력 클러스터'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와도 맞닿아 있다.

특히 원자력 클러스터 계획에 포함돼 있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시설과 소듐냉각고속로, 중소형 원자로 건설 등은 안전성 논란이 커지면서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측은 "이 계획에는 그간 수차례 지적해온, 핵발전 비중 증대사업, 소듐냉각고속로, 파이로프로세싱, 수소생산시설 등이 오히려 강화된 형태로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듐냉각고속로의 경우 일본과 프랑스 등이 수십년전부터 실험하고 있으나, 기술적 결함으로 '돈먹는 하마'로 변해 버린지 10여년이 넘었다"면서 "핵확산저항성을 갖고 있다고 하나 사실상 핵재처리 방식인 파이로프로세싱은 국내 핵확산성을 증진시키는 데 일조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파행으로 끝난 공청회 재개최 여부에 대해 한국원자력학회 관계자는 "다시 열 것인지, 생략할 것인지는 협의 후 판단해야 할 것 같다"며 "세부 정책방향을 확정해 연내 보고서를 작성한 뒤 원자력위원회에 회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순흥 한국원자력학회 회장(KAIST 교수)은 공청회가 무산된 뒤 "한 가지 아쉬운 건 지역민들과 만나서 얘기를 하자고 하면 안 하려고 한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지역민들과 얘기할 자세가 돼 있고 들을 준비도 돼 있다"고 심경을 밝혔다.

장 회장은 "원전 산업계가 과연 지금까지 지역민을 얼마나 생각했는가 반성해봐야 할 것이고 주민들도 투쟁보다는 대화에 나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 20일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원자력진흥종합계획 수립 공청회에 앞서 계획 수립을 반대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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