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 사설] 보일러업계가 시끄럽다. 보일러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귀뚜라미가 이래저래 상도의를 흐리고 있기 때문이다. 귀뚜라미는 올해 들어서만 세번째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창업자인 최진민 회장이 공공연히 정치적인 문제에 간여해 말썽을 빚더니 스스로 약속한 상윤리를 짓밟았다.

귀뚜라미는 가을 성수기를 맞이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12월15일까지 브랜드 구분없이 보일러 보상판매 이벤트를 대대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주력제품인 ‘4번타는 보일러’와 ‘거꾸로 타는 보일러’로 교체하는 고객에게 최대 15만원을 특별 보상하고 다른 제품의 순간식 보일러는 최대 5만원을 보상한다는 것.

업계는 귀뚜라미로부터 뒷통수를 맞았다며 아우성이다. 보상판매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사실상 가격할인이기 때문. 앞서 귀뚜라미는 최진민 회장의 이름으로 대리점에서의 보일러 설치 중단과 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덤핑판매나 가격할인을 중지하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 금지 등 경영원칙 3훈을 공표했다. 불과 한달도 되기 전에 업계에 했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파기한 것이다.

할인경쟁을 하지 말자는 공동선언을 해놓고 교묘하게 할인경쟁을 시작했다고 업계는 귀뚜라미에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특히 모두가 서명한 공동선언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약속을 어긴데 어이없어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보일러업계는 그동안 귀뚜라미와 다른 경쟁사간 불협화음으로 서로를 경원시해왔다. 1995년 이후에는 사장단 회동도 없어지는 등 업계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돼 왔다. 결국 이같은 불화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해지면서 올해 처음으로 사장단 모임이 이루어졌으며 모처럼 협력분위기가 조성되는 듯 했다.

그러나 귀뚜라미가 또 다시 시장 질서를 교란하면서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물론 기업활동이라는 게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가능한 한 자사제품을 많이 팔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같은 영업활동은 최소한의 상도덕을 지켜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영업활동을 펼친다면 그 폐해는 업계 전체에 파급될 수밖에 없다. 서로가 물고 뜯는 이전투구의 마당으로 바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최진민 회장 일가는 최근 연구원들의 특허권 가로채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또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 특허권 가로채기는 조사결과가 밝혀져야 되겠지만 최근과 같이 동반성장이 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는 마당에서 참으로 개탄할 풍토라고 아니할 수 없다.

승자독식이나 있는 자들만의 잔치에 익숙해 있는지는 모르지만 오늘날 귀뚜라미가 성장하기까지에는 소비자들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임을 다시한번 헤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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