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우진 선임연구위원

[이투뉴스 칼럼] 지난 15일 대규모 정전사태 이후 다수의 여론들이 일본의 예를 들어가며 우리나라의 에너지절약 행태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공급 전력이 크게 줄어들었으나 오히려 이번 여름 찜통더위에 전력이 남아도는 기현상이 벌어졌는데, 우리나라는 대규모 정전사태 다음날에도 전력수요가 더 늘어났다며 국민들의 에너지 절약의식을 촉구한 것이다.

그런데 이같이 에너지절약이 강조되는 것은 새삼스런 일도 아니다. 더구나 97%의 에너지를 수입해 사용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일찌감치 에너지절약은 중요한 정책과제의 하나였다. 그러면 왜 이 시점에서 더욱 고강도의 에너지 절약이 필요한 것일까? 에너지가격 변동의 불안이 그 어느 때보다 확대되고, 온실가스로 인한 환경폐해가 더욱 가속화되면서 이제는 에너지를 덜 쓰는 사회가 조성되지 않으면 지속적 경제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시기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작년 우리나라의 에너지수입액은 1,217억 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27%를 차지했다. 금년에는 작년보다 평균 유가가 더 상승해 에너지수입액은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5∼10%의 에너지만 절약되어도 국제수지나 물가관리 등 우리나라 경제운용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에너지절약은 단순히 에너지비용 감소효과만 주는 것이 아니다. 절약이 곧, 생산이라는 말이 있듯이 에너지절약은 곧 그만큼의 에너지공급증가와 같다. 그러나 물량적으로 같다 해도 에너지공급은 온실가스 배출을 수반하는 반면 절약은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면에서 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로 인한 환경폐해 비용이나 이를 막기 위한 각종 설비투자 비용들을 고려해 볼 때 에너지절약은 에너지 절감 외에도 많은 부가적 비용감소를 가져다준다.

에너지절약을 유인하는 데는 다양한 정책들이 있다. 그러나 통상 절약정책을 강화한다면 곧 규제강화를 연상하게 된다. 물론 적절한 규제는 에너지절약을 추진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수단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에너지가격에 원가요인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규제의 효과가 크게 낮아진다. 작년도 석유소비는 그 전년도에 비해 2.1% 늘었으나 낮은 전기료로 인해 전력수요는 무려 9.4%가 증가한 것이 그 사례이다. 이와 함께 에너지가격에 반영되어야 할 부분이 환경비용이다. 에너지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로 환경재해 비용이 계속 상승하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에너지일수록 가격에 이러한 비용이 많이 반영되어야 한다. 환경비용은 회계적 산정이 어렵기 때문에 적절한 조세정책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가격 구조를 유인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에너지를 덜 쓰는 사회를 구현하려면 절약상품이나 절약기술들을 사고파는 시장이 활발하게 형성되면서 산업화로 발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합리적인 에너지가격과 적절한 규제, 나아가 조세 및 금융지원, 인센티브 제공 등 여러 정책수단들을 통해 절약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덧붙여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어야만 절약기술과 상품개발에 대한 기업의 의욕을 자극하고 산업화로 유인할 수 있다. 유가변동이나 일시적인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정책의 강도가 변한다면 기업의 시장참여도, 절약의 산업화도 어려울 것이다.

이번 대규모 정전사태는 많은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주었지만 그동안 전기는 늘 쓸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던 소비자들에게 에너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준 순효과도 있었다는 평가이다. 이를 계기로 다양한 에너지절약 프로그램들이 더욱 강화되어 에너지저소비형 사회가 촉진되고, 동시에 우리나라의 절약산업이 일자리도 만들면서, 고부가가치의 수익도 얻는 성장동력 산업으로 발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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