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이미혜 고려대 교수

[이투뉴스 칼럼] 올해부터 태화산 숲속에서 대기관측 연구가 시작되었다. 오존을 비롯해 VOCs (volatile organic carbons, 휘발성유기탄소화합물)과 NOx (질소산화물) 등 속칭 오염기체와 복잡한 대기중의 화학 반응 결과로 만들어지는 다양한 중간 생성물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나무에서 방출되는 VOCs가 어떻게 또 얼마만큼의 오존과 에어러솔을 만드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이 둘 모두 대기오염과 기후변화에 관여하는 중요한 물질이다. 올 여름 내린 엄청난 비로 인해 임도가 훼손되어 기기를 일일이 손으로 나르는 수고를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이후 지속된 환상적인 파란 하늘에 감격하며 믿을 수 없을 만큼 낮은 오염기체의 농도에 놀라며 예측이 어려운 지구환경 변화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가치를 느끼며 뿌듯할 수 있었다.       

계속 증가하는 자동차와 더불어 도시화와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대기질은 악화되어 왔다. 근래에는 전지구적인 기후변화의 여파가 더욱 가시화되는 가운데 대기오염의 핵심 물질 (예를 들면 오존)은 인간의 건강뿐 아니라 기후를 변화시켜 지구의 건강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져 국지적 오염과 전지구적 기후변화 사이의 구분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환경은 Rachel Carson의 ‘침묵의 봄’ 을 통해 전지구적인 이슈로 부각되었다. 인류의 복지에 크게 기여했던 DDT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음이 지적되었다. DDT 개발자는 노벨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지만 불과 몇 십 년 지나지 않아 그 폐해가 지적되었다.  그리고 불과 20여년 후 남극 성충권의 오존 농도가 평상시의 50 % 이하로 감소하는 놀라운 사실이 보고되었고 또 약 20년 후에는 국제기후위원회 (International Panel for Climate Change)에서 지구의 평균 기온이 20세기에 약 0.7도 상승했음을 공식적으로 보고하였다. 이 모두 인간 활동의 결과로 대기의 화학조성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인위적으로 합성된 프레온은 성층권으로 올라가 오존을 소멸시키고 대류권에서는 이산화탄소, 메탄, 이산화질소, 오존 등과 함께 지구의 복사에너지를 대류권 안에 잡아 가두는 온실기체로 작용한다. 빙하에서 포집된 공기 분석 결과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산업혁명 전 약 280ppmv에서 20세기 들어 약 380ppmv로 급격히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반대로 대류권의 오존은 계속 증가해 왔다. ‘오존 스모그’는 화석연료의 사용 증가에 의해 나타나는, 이제 도시민이면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현상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1972년 스톡홀름에서 처음으로 세계 환경회의가 개최되었고 20년 후 브라질 리우에서 UN환경정상회담이 열렸다. 여기서 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되었고 97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교토의정서가 합의되어 선진국들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2012년까지 1990년 수준의 95%로 줄이는데 동의했다. 2002년 8월에는 요하네스버그에서 리우회담 후속 환경정상회담이 열렸고 2009년 코펜하겐에서 교토협약을 대체할 새 기후변화협약 체결 문제를 논의하였다. 21세기, 환경문제는 지구촌 모두의 당면 과제가 되었고 환경에 대한 관심과 노력과 이를 반영한 정책이 바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판가름하는 척도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많은 문제들이 개선되었고 (예를 들면 산성비) 이제는 인위적으로 배출되는 물질뿐 아니라 자연적으로 배출되는 주요 물질에 대해서도 자세한 기작과 영향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나무에서 배출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오존과 에어러솔을 만드는 연료 역할을 한다. 인간이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전 대기의 화학을 정상상태로 유지하는데 큰 기여를 했음이 분명하다. 성층권에서 기인한 오존은 대류권에서 햇빛에 의해 광분해되며 산화제인 OH 라디칼을 만든다. 이 라디칼은 대기로 배출되는 CO, 메탄, VOCs 등을 산화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오존이 재생성된다. 배출물들은 최종적으로 산성 물질로 산화되어 에어러솔 상태로 대기에서 제거된다. 이러한 기작을 통해 대기로 배출된 오염물질이 제거되고 이 제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에어러솔은 구름 응결핵이 되어 비를 만들게 된다.

대기의 화학 작용은 정말 치밀하게 잘 짜여져 버리는 것 없이 높은 효율과 인간의 막대한 간섭에도 크게 요동하지 않는 큰 버퍼효과까지 겸비한 perfect cycle임에 분명하다.
이러한 대기의 화학 작용이 인간의 간섭에 얼마나 잘 버틸 수 있을까? 단지 연구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실질적인 궁금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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