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이투뉴스 칼럼] 지난 10월 26일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한국위원회는 ‘CDP 2011 Korea 200 Report’를 발표했다. 4년째 시행 중인 우리나라의 탄소정보공개 활동을 요약한 이 보고서를 보면 우리 기업의 저탄소 경영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어 여기 소개하고자 한다.

모두 2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정보 공개 요청서를 발표하고 이 중 응답한 94개 기업의 저탄소 경영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올해 제3자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를 검증받은 기업은 지난해 보다 22개 늘어난 47개이며, 그 중 37개가 목표관리제 관리대상기업이었다. 금년도부터 시행된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가 CDP에 보고된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의 신뢰도 향상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정보 공개 수준은 글로벌 기업에 비해 아직은 격차가 있으나 상위권 10%에 속한 기업의 정보공개 수준은 평균 94점으로 글로벌 기업의 수준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기업의 기후변화 성과수준을 나타내는 저탄소경영 성과지수는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상황이다.

국내기업 가운데 기후변화대응 노력이 전사적, 또는 부분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등급 A 혹은 B를 부여 받은 기업은 응답기업의 29%에 불과하고 47%는 사실 상 기준 미달 기업(E등급)으로 분류되고 있어 A, B 등급이 36%이고 E등급이 16%인 글로벌 기업에 비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변화도 눈에 띤다. 기후변화 위험/기회를 현실적 문제로 인식하는 기업이 전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다 배출업종은 국제 경쟁력 하락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대부분의 기업이 태풍, 집중호우, 가뭄 등과 같은 기상이변에 의한 피해를 현실적 위험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를 전략적 기회로 판단하는 기업도 증가해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이나 하이브리드, 전기차 개발 같은 에너지 효율 향상에 투자를 집중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산업별로는 IT 업종이 정보 공개 수준이나 성과 수준 모두 가장 우수한 점수를 보인 반면 유틸리티, 에너지 산업 등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의 참여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이 저탄소 경영에 나서고 이런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공개하고 있고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제 이러한 세계적 트렌드를 좇아 나서고 있다. 그러나 업종 간에 또 우리 기업과 글로벌 기업 사이에 저탄소 경영의 속도와 성과에 있어 상당한 격차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글로벌이나 국내 기업이나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에너지, 유틸리티 등의 업종이 저탄소 경영에 가장 소극적이라는 점은 안타까운 느낌마저 들게 했다.

우리가 기업의 저탄소 경영을 촉구해야 하는 이유는 기업에 부담을 주고자 함이 아니다. 저탄소 경영은 처음에는 쉽지 않은 고통을 수반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과 우리 모두 그리고 지구를 살리는 길임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앞서는 기업에게는 칭찬을, 게으름 피는 기업에게는 채찍을 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기업이 어떠한 노력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는 바로 그러한 것을 파악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제 온실가스를 줄이는 삶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정부건 기업이건 시민이건 우리 모두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더 이상 기후변화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지구 시민으로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회피하는 국가나 기업은 이제 모든 인류의 비판을 면치 못 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여기에 앞장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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