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업계 이해 엇갈려 대립, 정유사 참여도 불확실
[이투뉴스] 고공비행을 계속하는 유가를 잡기위해 정부가 대대적으로 내세운 알뜰주유소 추진행보가 각종 악재로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다.
해당업계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찬반으로 나뉘어 팽팽한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오일뱅크가 구매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표하는 등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정유사들도 참여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뜰주유소는 지난 7월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밝혔던 대안주유소를 구체화한 것으로, 한국석유공사와 농협중앙회가 공동구매로 석유제품을 확보해 일반주유소보다 리터당 70∼100원 낮은 가격에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알뜰주유소 등장이 가시화되면서 그동안 높은 기름값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은 환영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얼마전 2000CC급 중형차를 구입한 회사원 서모씨는 "기름값에 부담이 크다"며 "저렴하게 판매하는 주유소가 있다면 찾아갈 거 같다"고 말했다.
회사차량으로 경차를 사용하는 김모씨도 "경차를 사용해도 기름값이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라며 "정부에서 저렴한 가격에 기름을 판매한다면 싫어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이처럼 기대감을 나타내는 것과 달리 주유소 및 일반판매소 업계 관계자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들 대부분 알뜰주유소가 시장경제를 침해하는 정책이며 생존권을 심각하게 회손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한진우 한국주유소협회 회장은 "10% 알뜰주유소를 살리기 위해 90% 일반주유소들을 죽이는 정책"이라며 "현재 주유소 영업마진이 4% 정도에 불과해 내릴래야 더 내릴 부분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석유유통협회도 알뜰주유소가 내달 첫선을 보인다는 정부발표에 즉각 성명서를 내고 "정유사와 석유대리점, 주유소 등의 거래물량 및 가격을 수집 관리하고 있는 석유공사가 직접 유통사업에 진출하는 건 공정거래법상의 불공정행위 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석유유통협회는 이와 관련 공정거래법에 문제가 없는지 면밀히 검토해 제소 등 대응방안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알뜰주유소를 모든 주유소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SK 브랜드를 단 주유소 사장들이 모인 SK자영주유소연합회는 정부의 알뜰주유소 정책에 지지의사를 나타냈다.
SK전국자영주유소연합회는 지난 7일 "정부가 정유사 중심의 기존 주유소에 비해 판매가격이 낮은 알뜰주유소를 2015년까지 1300개까지 만들기로 한데 대해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연합회는 대신 "알뜰주유소 물량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정유사와 주유소간에 체결된 불공정 거래계약부터 개선해야 한다"며 "정부가 직접 나서 불공정 거래관행을 철폐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SK 등 대기업 정유사들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유지해 소비자들에게 가격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주유소에게도 정당한 이익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알뜰주유소 성공여부에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정유사들은 공식적인 입장을 정리하기에 앞서 경제성을 먼저 따지고 있는 모습이다.
석유공사와 농협중앙회가 입찰에 들어간 석유제품 대량구매 물량이 내수시장의 4∼5%에 달한다는 점에서 구미가 당기지만 기존 주유소 및 대리점 고객들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이번 입찰 물량이 거대해 정유사들이 경쟁적으로 참여, 낮은 가격에 알뜰주유소 공급물량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현대오일뱅크가 지난 9일 알뜰주유소 구매입찰에 불참할 것이라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으면서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현대오일뱅크는 "대규모 물량이 한꺼번에 입찰에 나와 이를 추가로 배정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낙찰자로 선정될 경우 시장점유율은 높일 수 있으나 거래관계를 유지해 온 전국 2400개 주유소 및 대리점 고객에게 자칫 피해가 돌아갈 수 있어 입찰에 불참한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가 입찰에 불참을 선언하면서 다른 정유사들의 고민이 더욱 커지는 듯한 모습이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은 "검토하고 있다"고만 짧게 언급했다.
역으로 경제성이 부족하거나 현실적인 물량 확보 어려움, 기존 고객 주유소 및 대리점들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싶지 않을 경우 입찰에 불참할 수 있다는 소리다.
이대로라면 내달로 예정된 알뜰주유소 서비스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석유공사 측은 "정유사들이 알뜰주유소 공급자 선정 입찰에 응할 것으로 본다"는 낙관적인 반응과 함께 "석유제품 공급을 위해 2·3단계 대책도 마련해 놓고 있어 알뜰주유소 추진은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만규 기자 chomk@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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