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

일을 너무 벌이거나 하던 일을 자주 바꾸면 성과가 없고, 어떤 일이든 한 가지 일을 끝까지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게 웃어른들의 가르침이다.

잘못된 방향을 일러주지는 않았을텐데, 지금 이 가르침때문에 인생의 큰 고비를 맞이한 사람들이 있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최근 LED조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LED조명의 연구, 개발부터 시작해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오른 LED전문업체 중견기업들이 위태위태하다.

대기업보다 훨씬 작은 규모지만 중소기업보다 연매출이나 직원수 등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이번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시 대기업과 유사한 기준을 적용받았다. 중견기업은 전품목에 대한 참여가 가능하나 공공기관, 지자체 등 관수시장에서는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부터는 중견기업의 선정기준 자체가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 이러다보니 결국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중견기업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이번 선정에서 대기업에게 벌브형LED, MR, PAR 등 3개 제품에 대해서만 사업 참여가 가능하도록 정했다. 관수시장에 대해서는 사업을 철수토록 했다.

하지만 대기업은 이 3개 품목이 대부분 중국의 중소기업이 조립하는 제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조명시장에서 시장전망이 밝은 직관형LED를 탐내고 있다.

그러나 시장성이 낮은 3개 품목을 지정받았다고 하더라도 대기업이 휘청거릴 만큼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동반위에서 대기업 자사 및 계열사 자가 수요물량을 허용함으로써 MRO(소모성자재 구매대행)시장을 열었기 때문.

그렇다면 중소기업은 어떤가?

중소기업은 조명분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형광등을 대체할 수 있는 직관형LED 시장을 확보했다. 또 가로등, 보안등, 공장투광등, 면광원, 스탠드 및 경관조명장치 등 모두 7개 제품에 주력할 수 있게 됐다.

사업을 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고 확실해진 셈이어서 중소업체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물론 중소업체들만으로 LED시장을 이끌어나갈 수 없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작은 국내 시장에서 갈라먹기가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조명시장에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삼성이나 LG 등 대기업이 자리를 비운 사이 그 곳을 해외 유명기업에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GE, 오스람, 필립스 등 해외 유명기업의 마케팅력을 따라가기에는 힘이 부친다는 게 그 이유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있는 중견기업들은 그 어떤 혜택도 없는 상황이다. 대기업처럼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자사 및 계열사로 자가 물량을 소비할 수도 없고, 중소기업이 아니다보니 7개 품목에 대한 사업을 할 수도 없다.

대기업은 'LED산업포럼'을 통해, 또 중소기업은 협·단체를 구성해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반면, 정작 목소리를 내야하는 중견기업은 손을 놓고 있다.

"LED조명 초창기부터 제품 개발 등을 통해 이 정도의 기술과 시장을 형성해놓은 업체들이 이대로 쓰러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것이 무슨 상생이냐?"라고 호소하는 업계 관계자의 얘기는 그냥 흘려들을 게 아니다.

중소기업적합업종이 시작할 때의 취지 그대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해 적절하고 균형잡힌 합의를 도출할 때다.

이나영 기자 nylee@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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