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영 공학박사 / 국회환경포럼 정책실장 / 강원대학교 초빙교수

조길영 공학박사

[이투뉴스 / 칼럼]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가 비전으로 선포하고, 향후 국정운영의 기조를 에너지 다소비에서 저소비 사회로 일대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것은 기후변화의 원인 물질인 지구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룩하겠다는 새로운 경제발전의 패러다임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이어서 2009년 11월 우리나라 온실가스를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천명했다. 이를 위한 법적 장치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이 2010년 4월부터 시행됐으며, 이 법에 근거해 ‘온실가스ㆍ에너지 목표관리제’와 ‘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됐다.

지난 3년 동안 녹색성장의 구호가 전국의 골목구석까지 요란하게 난무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여전히 1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유럽위원회와 네덜란드 환경영향평가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07년 세계 9위에서 오히려 2010년에는 7위로 올라섰다. 2009년 대비 2010년도 온실가스 증가율이 중국(10.4%)에 이어 2위(9.3%)를 기록함으로써 후발 개도국인 인도(8.9%)를 앞질렀다. 국민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보면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2010년 1인당 배출량은 12.3톤으로 미국(16.9톤)과 캐나다(15.8톤)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현재의 증가추세가 지속된다면, 빠르면 2017년, 늦어도 2020년에는 미국의 1인당 배출량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대상 업체 471개를 선정하였고, 지난 11월 7일에는 부문별ㆍ업종별 감축목표량을 확정했다. 이어서 2015년부터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400개 기업들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배출권 거래제에 참여하겠다는 기업이 26%에 불과했다. 전경련을 비롯한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제단체들과 산업체 옹호 관련 부처의 정책결정권자들은 “중국이나 미국보다 감축 규제를 빨리 도입할 경우 산업계의 피해가 최대 연간 12조원에 달할 것”이라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을 늦출 경우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반론도 강하다.

과연 누구의 말이 더 맞는가? 환경규제가 우리 기업에게 약이 되었는가? 독이 되었는가? 많은 연구결과에서 증명되었듯이, 글로벌 경쟁시대에 환경규제는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환경의 질을 제고하는 기제로 작용해왔다. 특히 우리 삶의 모든 분야와 직결된 온실가스 분야에 대한 최근 연구결과는 우리 기업들이 어느 길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최근 탄소공개프로젝트(CDP)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발자국을 공개하거나 온실가스 감축활동을 주도해 왔던 기업들은 평균의 2배에 달하는 수익을 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결과는 CDP가 세계적인 기업 500개를 대상으로 2005년부터 올해 5월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보고서에 의하면 500개 기업 가운데 74%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했고, 68%는 기후변화 대응을 비즈니스 전략과 통합해왔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기업의 선제적 기후변화 대응이 기업의 성장과 이익을 더욱 촉진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기업의 존재 목적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이윤을 내는 것이다. CDP의 보고서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다른 기업보다 한 걸음 앞서 기후변화 대응에 투자하는 것이 국제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하는 지름길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소모적인 논쟁을 접고 기후변화 대응과 적응을 강력히 추진할 수 있는 관련 법제를 신속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각 부처가 산발적ㆍ비효율적으로 추진해옴으로써 반복해온 시행착오를 더 이상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거국적 차원에서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기후변화 대응 및 적응 대책을 추진할 수 있는 강력한 법적 컨트롤타워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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