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 사설] 겨울 문턱에 들어서면서 정부가 비상에 걸렸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10일 전력 수요 감축 대책을 마련하고 국민이 동참해줄 것을 강력히 호소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예비전력이 400만kW에 미치지 못하고 특히 내년 1월에는 예비력이 53만kW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비력이 1% 이하로 떨어지면 지난번 9.15 전력대란과 같은 순환 단전조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예비력이 뚝 떨어진 것은 당초 연말 준공을 목표로 했던 100만kW급 신고리 원전 2호기가 내년 5월로 준공시점이 늦춰져 수급에 큰 차질을 빚게 된데다 지난달 15일까지 정비를 마칠 계획이었던 울진 원전 4호기가 예상을 벗어나 정비물량이 폭증, 내년 4월까지 기간이 연장됐기 때문이라고 지경부는 설명했다. 정부는 턱없이 부족한 전력공급을 늘리기 위해 신규발전소 적기 준공과 예방정비 일정 조정 등을 통해 가능한한 많은 전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우리는 정부의 이번 전력대책을 보면서 과거와 같은 판박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기를 이용한 난방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이를 막기 위한 원천적인 대책이 빠졌기 때문이다. 우선 큰 틀에서 보면 전기요금 조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표명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당장 요금을 조정할 수는 없더라도 내년에는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겠다는 정책의지를 천명함으로써 시장에 신호를 보내야 하는데도 아무런 시그널이 없는 것이다.

시장에 전기난방을 쓸 경우 비용이 턱없이 늘어날 것이라는 신호를 주지 않는 이상 편리하면서도 값싼 전기를 이용한 난방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물론 관련 업계에서도 전기요금 조정이 가장 시급하면서도 빠른 길이라고 외쳐도 정부는 귀를 틀어막고 있는 상태.

또한 전기요금을 일괄적으로 현실화하지 못하더라도 모순이 드러난 분야에 대해서는 가능한한 빨리 손을 대야 하는데도 전혀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이를테면 비닐하우스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축사에까지 전기난방을 사용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학교의 경우도 앞다퉈 전기난방으로 난방 방식을 바꾸고 있다. 싸고 편리한데 바꾸지 않으면 바보취급이다.

이같은 부작용은 턱없이 싼 농사용과 교육용 전기요금 체계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취약계층인 농어민을 위해 전기요금을 싸게 적용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값싼 요금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교육용도 그렇다. 영리시설이 아니고 교육을 위한 장소인 만큼 교육용 전기에 대해서는 일반용이나 산업용보다는 저렴할 필요가 있다. 이 역시 어느 정도의 범위는 분명히 정해져야 한다.

충분히 고칠 수 있는 분야도 그대로 방치한 채 국민에게 전기를 절약하지고 목이 터져라 외쳐도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다. 비싼 것은 사지 않는다는 경제논리만이 최선의 해결책이다. 당장 해결책은 마련하지 못하더라도 시장에 신호는 분명히 보낼 필요가 있다. 당국은 지금이라도 요금체계의 모순만이라도 시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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