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썬텍에너지 PCCB 도입한 대상㈜ 전분당 군산공장
벙커C유 보일러 대체 연간 40억원 절약

▲ 김갑득 썬텍에너지 상무이사가 pccb 주요설비를 안내하고 있다. 가운데 원기둥형 타워가 페트로 코크스 연료가 담긴 사일로다.

[이투뉴스] 전분당은 옥수수 등의 원료를 물리·화학적으로 가공해 만든 천연자원이다. 각종 식품과 주류의 원료는 물론 음료, 제과·제빵, 감미료, 제지분야까지 두루 쓰여 '식품산업의 석유'로 불린다.

새만금간척지가 인접한 전북 군산시 소룡동 국가산업단지에는 이 전분당을 만드는 국내 최대 생산공장이 있다. '청정원'이란 브랜드로 더 잘알려진 대상㈜의 전분당사업본부 군산공장이다.

지난 22일 오후 이 공장 중앙부에 약 25m 높이로 망루처럼 솟은 페트로 코크스 보일러(PCCB. Petro-Cokes Combustion Boiler) 상부.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백연(白煙)을 등진 채 식품공장 전경을 둘러봤다.

왠만한 석유화학플랜트 뺨칠 정도의 대규모 공정설비가 복잡하게 얽힌 수십가닥의 파이프라인으로 실핏줄처럼 연결돼 있다. 각종 설비들은 특유의 중저음을 내면서 쉴새없이 가동됐다.

"여기서 만든 스팀이 이 파이프를 타고 공장 구석구석으로 공급됩니다."

김갑득 썬텍에너지 상무이사가 대동맥처럼 뻗어난 1m 굵기의 스팀배관을 가리키며 말했다. 썬텍에너지(대표 고원영)는 PCCB를 가동해 이 공장에 스팀을 공급하는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이다.

스팀은 전분당 제조에 필수적인 촉매이자 가공연료다. 생산원가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앞서 지난 8월 이 회사는 일일 35톤급 PCCB를 이곳에 설치하고 이달까지 3개월에 걸쳐 시운전을 벌이고 있다. 대형 가공시설의 맞춤형 에너지설비로 이 정도 규모의 PCCB가 들어선 것은 처음이다.

페트로 코크스는 원유를 정제해 각종 유류를 모두 빼낸 뒤 남은 고체 형태의 석유 찌꺼기다. 썬텍에너지는 이를 보일러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분말형태로 곱게 빻아 완전히 연소시키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페트로 코크스 생산량은 1억톤으로, 이 가운데 70%가 연료로 쓰이고 나머지는 전극봉 등 탄소소재로 사용된다. 국내에서는 현대오일뱅크에서 월 6000톤 가량 생산된다.

페트로 코크스는 발열량이 8100kcal로 높아 산업용 연료로 유용하지만 유황 등 대기오염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후처리를 위한 환경설비 투자부담으로 그동안 활용도가 낮았다.  

▲ pccb 종합관제실 내부.
같은시간 지상에 마련된 PCCB 설비 종합관제실. 썬텍에너지 운영요원이 모니터에서 실시간으로 체크되는 연소상황과 굴뚝의 배기가스 농도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NOx(질소산화물) 89.7ppm, SOx(황산화물) 22.4ppm"

각각 환경기준치인 150ppm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보일러 연소공정 이후 설치된 탈진설비와 전기집진기 등 각종 환경설비 덕분이다.

실제 굴뚝 곁에서 한참을 서 있었지만 배기가스는 '무색무취'다.

현재 대상 전분당공장은 하루 하절기 80톤, 동절기 110톤의 스팀을 사용하고 있다. PCCB가 들어서기 전에는 벙커C유로 불리는 고유황 중유를 연료로 수관식 보일러 3대를 돌려 필요한 양을 충당했었다.

그러다 썬텍에너지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 가운데 1대를 뜯어내고 그 자리에 지금의 PCCB를 들여놓았다.

지난해 배럴당 65달러 안팎이던 벙커C유 가격은 불과 1년새 100달러선까지 값이 뛰었다. 생산원가에서 원료비 비중이 높은 측의 입장에서는 귀가 솔깃한 제안이었다.

이 설비는 3개월여의 시운전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내달 상업운전에 들어간다. 이미 시험운전 기간에만 수억원의 연료비 절감 효과를 입증했다. 양사는 연간 40억원 이상의 에너지비용 절감효과를 자신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사업은 정부 ESCO 융자대상으로 선정돼 대상은 초기투자비를 한푼도 들이지 않고 원가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를 얻었다.

양사는 시설개선을 통해 얻는 수익으로 5년간 초기투자비와 이자를 상환하고, 이후 3년간 절감수익을 6대 4(대상:썬텍에너지)로 배분하는 8년 단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썬텍에너지는 이 공장의 폐수처리 공정에서 발생한 혐기성 바이오가스를 PCCB 연료로 사용함으로써 온실가스도 줄이고 연료비도 낮추는 효과를 동시에 거두고 있다.

면밀한 사업검토를 거쳐 설계·시공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ESCO기업과 선례가 없는 연료전환 제안을 과감히 수용한 생산기업의 협업이 이 분야에서 또 하나의 성공스토리를 남긴 셈이다.

고원영 썬텍에너지 대표는 "페트로 코크스는 요즘처럼 에너지 가격이 불안한 시절에도 원료공급과 가격의 안정성이 동시에 보장되는 연료"라면서 "향후 10년은 비용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산=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대상 군산공장 스팀보일러 설비 전경. 녹색 설비가 pccb, 암회색 설비가 벙커c유 보일러이다.  

 


[인터뷰] 이병선 대상㈜ 전분당사업본부 환경보전팀장
"벙커C유보다 깨끗하고 연료비 절감효과 매우 만족"

"분체연료를 사용해 다소 걱정했는데 오히려 벙커C유보다 깨끗하게 관리되고 경제적 측면에서도 매달 
▲ 이병선 대상 전분당 군산공장 환경보전팀장
현금으로 4~5억원씩 연료비가 절감돼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PCCB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이병선 대상 전분당사업본부 환경보전팀장은 "식품회사라 여러가지 걱정이 많았지만 지금은 누가 이 사업을 검토한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썬텍에너지의 설비개선 제안을 선뜻 수용한 대상 군산공장은 RPF(폐기물고형연료) 보일러, 벙커C유 보일러, 소각장 잉여 스팀 등 다양한 열원을 이미 확보해 놓았을만큼 원가절감 부문에서 앞선 사업장이다.

양사의 이번 PCCB사업도 서삼헌 전분당 군산공장 공장장과 실무책임자들의 확신과 결단이 없었다면 시도조차 불가능했다는 게 썬텍에너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팀장은 "처음에는 기존 벙커C유 설비를 철거한 자리에 새 설비가 들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면서 "다행히 설계상으로 이를 극복해 지금은 관리면에서도 편하고 부지여유도 생겼다"고 만족해 했다.

특히 이 팀장은 식품공장 폐수처리 공정에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보일러에서 최대한 빨아들여 사용하면서 수처리설비의 활성화율이 높아진 점도 부수적 소득으로 꼽았다.

그는 "대한민국의 새 연료란 연료는 모두 이 공장에 시범 도입해 운영해 봤지만 이 시스템이 운영상 가장 깨끗하다"면서 "무엇보다 벙커C유의 연료비 폭등 문제를 해결한 것은 회사로서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인터뷰] 고원영 썬텍에너지 대표이사

"결과로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이 진정한 ESCO" 

고원영 썬텍에너지 대표이사
고원영 썬텍에너지 대표는 "에너지진단부터 시작해 솔루션을 도출하고 투자로 연결시켜 허수가 아닌 실질적 성과를 거두는 것, 결과로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이 진정한 에스코(ESCO)"라고 힘주어 말했다.

고 대표는 "어쨌거나 대상이 새로운 도전을 수용했으니 가능했던 일"이라며 PCCB 사업의 공(功)을 전분당 공장의 몫으로 돌렸다. 그는 이 사업의 설계부터 연구, 심지어 지난달 최초 점화까지 도맡았다.

그는 썬텍에너지의 역할과 관련 "가장 태우기 어려운 연료로 고수익을 쥐어주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페트로 코크스가 경제성이 높지만 그만큼 일반적인 연소이론과 차원이 다른 '까다로운 연료'라는 얘기다.

앞서 2006년 고 대표는 대상 전분당공장에서 4km 떨어진 소각시설까지 파이프라인을 깔아 남는 스팀을 싼값에 군산공장에 공급하면서 신뢰를 쌓고 양사의 이번 사업까지 성사시켰다.

버려지던 하수처리 시설의 바이오가스를 혼소시켜 연료비를 추가로 낮춘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고 대표는 페트로 코크스의 연료공급 안정성과 가격안정성 확보를 위해 지난해 10월 중국 국영 석유회사의 자회사와 KCM이란 합작사를 설립했다. 연료공급선도 다변화시켜 수급난을 원천 차단했다.

그는 "향후 더 효율적인 설계로 투자비 부담을 더 낮추고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연료를 활용해 온실가스를 추가로 감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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