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위 전문위원실 "시장혼란 우려"
법무법인 화우 "위헌소지 다분"

[이투뉴스]  '9·15 정전사태'를 계기로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기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두고 관련업계의 우려가 크다. 이런 가운데 법안에 대한 충분한 법적·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잇따라 나와 주목되고 있다.

한전과 전력거래소 간 계통운영 기능 통합을 골자로 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계통망의 소유자와 운영자를 일원화해 효율성을 높이자는 게 핵심이다.

이에 대해 전력거래소와 민간발전사들은 시장질서를 왜곡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지만 한전은 계통운영 기능을 자사쪽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경위 전문위원실과 법무법인 등 법률전문가들은 계통운영 기능 통합 논의에 신중해야 한다는 쪽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특히 법무법인 화우는 개정안에 위헌적 소지가 다분하다는 의견까지 내놨다.

김호성 지경위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내놓은 검토보고서에서 "한전으로 계통운영을 이관할 경우 한전 판매부문의 분리 등 계통운영의 공정성 및 중립성 확보를 위한 조치가 수반돼야 하며, 이를 수반하지 않은 전력산업 구조변경은 전력산업구조를 경쟁체제도, 수직독점체제도 아닌 구조로 만들어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개정안 수용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전력산업에 경쟁을 도입하려는 기존 정부정책 기조의 변화 여부 및 이를 감안한 향후 전력산업 정책 방향성에 관한 종합적인 논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우선 우리나라의 경우 단일회사가 송전망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송전망 소유자(TO)와 계통운영자(SO)를 통합하는 것이 계통운영의 효율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전제해 개정안 취지에는 공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전력시장체제가 도입된 국가 가운데 비경쟁부문인 계통운영과 경쟁부문인 발전·판매부문을 통합·운영하는 사례가 없기 때문에 계통운영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이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한전이 계통운영을 하게 되면 특정 발전사에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급전지시를 내릴 수 있고, 전체 발전설비의 15.5%를 점유하고 있는 민간발전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언급했다.

한전이 계통운영권을 가질 경우 한전은 업무 지시자인 동시에 이행자가 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울러 전기사업자인 한전이 경쟁관계에 놓여있는 다른 사업자에게 지시 또는 처벌을 내릴 수 있어 경쟁구도를 왜곡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무법인 화우 역시 지난 21일 검토자료를 통해 "전력계통업무를 한전에 이관해 한전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고 민간사업자의 경쟁을 제한한다는 점, 이해관계인들의 의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점은 위헌적 소지가 충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한전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지 않는, 보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법령이 제정돼야 할 것은 물론, 공청회 등을 통해 이해관계인들과의 의견조율을 충분히 거쳐 보다 합리적인 내용으로 전력계통업무의 효율성과 안정을 추구할 수 있는 제반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정 의원이 발의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25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다뤄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22일 한나라당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강행처리로 정국이 얼어붙으면서 모든 국회일정이 마비돼 처리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태다.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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