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대 시장 잠재력에 각국 경쟁 가속화
이천변전소 내 설치…실계통 적용국 등극
한국, 후발주자 불구 세계적 기술수준 도약

▲ 경기도 이천 변전소 내 설치된 초전도 케이블 냉각시스템
[이투뉴스] '꿈의 전선'으로 불리는 초전도 케이블. 지난해 경기도 이천변전소에 배전용 초전도 케이블 시스템이 설치되면서 초전도 기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같은 성과로 우리나라는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초전도 케이블 기술을 실제 전력계통에 적용한 나라가 됐다. 초전도 현상이 발견된지 100년, 고온 초전도 물질이 발견된지 25년만에 이뤄낸 의미 있는 성과라 할 만하다.

초전도 케이블은 특정온도(영하 196℃ 이하)의 극저온에서 전기저항이 '0(zero)'이 되는 특성을 이용한 제품이다. 전력의 송배전 과정에서 케이블 자체의 전기저항으로 전력손실이 발생하는 구리 전력선과 달리, 많은 양의 전기를 전력 손실 없이 보낼 수 있다.

동급 일반 전력선에 비해 크기가 작으면서도 5~10배의 송전효과가 있어 글로벌 스마트그리드 사업에 적합하며 과밀화된 송배전용 초고압 전력케이블 신규시장을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미래사회를 바꿀 핵심기술 

▲ ls전선 초전도 케이블
전문가들은 미래 인류사회를 바꿀 핵심 기술의 하나로 초전도 기술을 꼽는다. 전 세계가 막대한 인력과 연구비를 투자하는 등 초전도 관련 연구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초전도 현상은 어떤 물질이 특정 조건에서 전기저항이 0이 되고 내부 자기장을 밀쳐내는 특성을 갖게 되는 것을 말한다. 1911년 네덜란드의 카메를링 오너스 교수가 액체 헬륨을 이용해 극저온 실험을 하던 중 처음 발견됐다.

초전도체에서는 전기저항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일단 초전도체로 만든 회로 안에 전류가 흐르기 시작하면 전력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 같은 특성을 케이블에 적용하면 단위면적당 전류밀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전기는 생산단계에서 최종 소비단계까지 송배전 과정을 거치는 동안 전력손실이 발생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연간 전력 손실률은 4~5%로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연간 1조2000억원에 이른다.

초전도 케이블이 기대를 모으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전력손실로 인한 비용과 함께 값비싼 변전소 설비 설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도 있어 세계적으로 이를 설치하는 곳이 늘고 있다.

전력수요가 갈수록 늘면서 장거리 전력 수송을 위해 송전 전압이 높아지고 각종 전력설비 설치로 각종 민원이 늘고 있는 현실에서 초전도 기술이 대안으로 꼽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 국내 기술력은 어디까지

세계적으로 초전도 케이블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은 시장 선두를 달리는 대여섯개 업체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 기업으로는 LS전선이 유일하다.

LS전선은 초전도 케이블 기술 개발에 뛰어든 업체 가운데 후발주자에 속한다. 하지만 정부 지원과 관련기관의 적극적인 참여로 20여년간 연구에 매진해온 일본을 단숨에 따라잡는 기술적 진보를 보여주고 있다.

▲ 세계 최초로 ls전선 초전도 케이블에 적용된 중간 접속함. 이 중간 접속함 개발로 향후 초전도 케이블을 이용한 장거리 송전이 가능해져 초전도 케이블 상용화에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지난해 이천변전소에 설치된 LS전선의 초전도 케이블 시스템은 배전급 선로로는 세계 최장길이(420m)를 자랑하며 세계 최초 중간접속함 적용 등 여러 기술적 가치를 지닌다.

이를 통해 LS전선은 미국 동부, 서부와 텍사스 망으로 구분된 전력망을 초전도케이블 기반으로 통합하는 트레스아미가스 프로젝트의 케이블 납품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154kV급 송전용 초전도 케이블 단말(기존 전력망과 초전도 케이블을 연결하는 커넥터) 개발에도 성공하는 등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번 실계통 운전을 위해 개발된 기술과 노하우는 2013년 제주도에 구축 예정인 송전급(80kV 직류, 154kV 교류) 초전도 케이블 시스템 실증 사업에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전, LS전선,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전력연구원 등은 2016년 완료를 목표로 '스마트그리드 분야 초전도 전력기기 및 적용기술 개발' 국책과제에도 착수했다. 글로벌 초전도 기술 시장에서 주도적 위치를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사업은 ▶초전도 기기 적용 계통의 선정, 계통분석 및 시스템 통합 방안 도출 ▶사업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방안 발굴, 운영표준, 유지보수절차 및 엔지니어링 기술 확보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부과제로는 송전급 DC(80 kV급 이상)/AC (154 kV급 이상) 초전도 케이블 시스템 제작, 실계통 설치, 성능평가, 운영 및 유지보수 기술개발 등이 포함됐다.

현재 송전급 초전도 전력케이블과 송전급 초전도 한류기 기술은 초전도 전력기기 중 가장 상용화에 근접한 초전도 전력기기로 분류되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실계통 적용을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4~5년간 실증연구 기간을 거치고 나면 연간 수조원대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륙 내 기간선로 구축뿐 아니라 대륙 간 선로 구축 등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다.

전기연구원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초전도 분야에서 불모지나 다름 없었지만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과 같은 정부 지원과 투자를 통해 선진국과 대등한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며 "앞으로는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해 초전도 강국 도약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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