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안전성 등 현안해결 시급
소듐냉각고속로·중소형원자로 대안 부상

[이투뉴스] 지난해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성장을 거듭해온 원전 산업에 제동을 걸었다. 독일 등 일부 국가는 탈핵을 선언했고 '안전성'은 원자력계의 고정 화두가 됐다.

2022년까지 원자력 비중을 48%까지 늘릴 계획인 한국은 안전성 확보를 위한 기술 개발이 더욱 절실해졌다. 특히 정부는 지난해 11월 '제4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을 확정, 원자력 산업을 육성키로 함에 따라 안전성 확보 문제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가 됐다.

정부가 원자력을 IT, 조선을 잇는 차세대 대표 수출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지만 원전 증설을 둘러싼 찬반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원전은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한 대안으로 꼽히지만 쓰고 남은 핵연료를 처리하기 어렵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아직까지 이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길이 없기 때문에 각 원전의 수조에 임시로 저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방사능 누출이라는 치명적인 위험이 있어 함부로 버릴 수도 없고, 재사용하자니 핵무기 개발을 우려하는 주변국의 견제가 심해 이마저도 어렵다.

◆ 차세대 원자로 개발 '왜'?

▲ 원자로 자료사진
원자로의 변천사를 되짚어보면 1950~1960년대 개발된 초창기 원자로를 1세대, 1960년대 이후 상용화된 원자로를 2세대라 한다. 1980년대 이후 개발된 표준형·개량형 원자로가 제3세대다. 우리나라의 경우 1000MW급 한국형 표준형 원자로(OPR)가 이에 해당한다.

건설 중인 신고리 3,4호기와 신울진 1,2호기에 채택된 1400MW급 신형경수로(APR1400)는 이보다 경제성과 안전성이 향상된 모델이다. '제3세대+'로도 분류되는 이 원자로는 아랍에미리트(UAE)에도 수출됐다. 국내 고유모델인 1500MW급 신형원자로(APR+) 개발도 눈앞에 두고 있다.

세대별로 이룬 기술적 성취에도 불구,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는 여전히 난제다. 때문에 세계 원자력 선진국들은 이보다 더 획기적인 기술혁신을 꿈꾸는 제4세대 원자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즉 원자력 안전성 확보와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이 주목표인 셈이다. 제4세대 원자로는 지속가능성, 안전성, 경제성, 핵비확산성 등을 지향하는 미래형 시스템으로, 2030년대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제4세대 노형으로는 소듐냉각고속로(SFR), 가스냉각고속로(GFR), 납냉각고속로(LFR) 등 3개의 고속로와 초임계압수냉각로(SCWR), 용융염로), 초고온가스로(VHTR) 등이 있다.

◆ 소듐냉각고속로, 사용후핵연료 해결사 부상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기술은 소듐냉각고속로다. 소듐냉각고속로는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할 수 있고 독성이 높은 방사성 핵종을 연소할 수 있어 핵폐기물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장수명 핵종 연소를 통해 방사성 독성을 1000분의1 이하로 줄일 수 있으며 연료 증식을 통해 우라늄 연료 활용률을 100배 이상 늘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미국, 일본, 프랑스 등은 소듐냉각고속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사실 소듐냉각고속로는 이미 1950년대 후반부터 연구개발이 시작돼 1960~1970년대 일부 원자력 선진국이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원전 발전량 증가율 둔화, 우라늄 가격 안정, 원전 사고 등으로 기술개발의 필요성이 희석되면서 침체기를 걷게 됐다.

최근 청정 에너지 및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 확보 필요성이 부각되고 사용후핵연료 문제가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소듐냉각고속로가 재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듐냉각고속로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핵비확산을 보장하기 위한 파이로 건식처리 기술이다. 한국은 핵확산을 경계하는 미국과의 원자력협정에 따라 '재처리'를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순수 플루토늄을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초우라늄 원소를 함께 추출해내는 파이로 건식처리 기술 개발도 함께 추진 중이다.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기술을 기반으로 제4세대 원자력시스템 국제 공동연구에 참여하고 있으며, 소듐냉각고속로의 조기 실용화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도 주목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야심차게 개발해온 중소형 일체형 원자로 '스마트'도 차세대 원전 수출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 중소형원자로 '스마트' 모형사진
스마트는 원자력연구원이 1997년부터 독자 개발해온 한국 고유모델로, 노심, 증기발생기, 원자로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한 개의 압력용기에 담은 일체형 가압원자로다.

스마트는 전력만 생산하는 대형 원전과 달리 해수담수화 기능도 갖췄다. 열출력 330MW로 10만명 규모의 도시에 9만kW의 전력과 하루 4만톤의 마실 물을 공급할 수 있다.

1기의 원자로로 물과 전기를 동시에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대단위 공업지역이나 도서지역의 에너지와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밖에도 전력 소비량이 적어 대형 원전을 짓기 어려운 소규모 전력망 국가나 인구가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지 않고 넓게 분산돼 있어 대형 원전을 짓는 것이 비효율적인 국가 등이 잠재 수요국으로 꼽힌다.

최근 중소형 원자로, 특히 소형 원자로는 이처럼 대부분 일체형으로 개발되는 추세로 미국,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이 일체형 원자로 시장 선점을 위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2010년 표준설계를 마치고 기술검증과 표준설계인가 절차를 밟는 등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인허가 과정에 착수했다. 인허가 작업을 마치는 대로 스마트는 국내 실증과 해외 수출이 동시에 추진된다.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수출전략형 상품으로 개발해온 스마트의 국내 시범 건설과 해외 수출을 적극 추진해 2050년까지 3500억달러(약 390조원)에 달하는 중소형 원전 세계 시장을 선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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