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뜨거운 선점 쟁탈전…정부 꾸준한 지원 '절실'

▲ 희소금속센터가 생활하고 있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투뉴스]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대결에서 희토류를 등에 엎은 중국의 강력한 대응에 일본이 결국 한발 물러섰다.

주변국들과의 영토분쟁에서 갖은 꼼수를 부리며 자기 입장만을 내세웠던 일본이지만 중국의 자원무기화 전략 앞에서는 결국 순순히 패배를 인정했다.

전세계 희토류 생산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수출을 제한하자 각종 전자기기에 희토류를 사용하는 일본은 위협을 느끼고 결국 손을 들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희토류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한 나라의 운명까지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희토류 하나에만 집중하기보다는 관심의 폭을 희토류를 아우르는 희소금속(rare metal)으로 넓혀야 할 때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희소금속(rare metal)은 전세계적으로 매장량이 극히 제한된 금속으로 인듐, 갈륨, 희토류, 마그네슘, 니켈, 몰리브덴 등 35개 금속을 일컫는다.

이들 금속 중 하나만 소홀히해도 언제든지 자원안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희소금속은 갈수록 그 쓰임새가 늘어나는데 비해 매장량이 극히 적고 가격도 상승세를 타고 있어 이를 선점하기 위한 국가들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양상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희소금속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다. 산업 구조적으로 희소금속에 집중할 수 없기도 했지만 관심 자체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 정부는 지난 2007년말부터 한국생산기술연구원내 희소금속산업기술센터를 개설하고 희소금속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 수립에 돌입, 지난 2009년 11월 '희소금곡 소재산업 발전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정부가 발표한 종합대책은 오는 2018년까지 해외 희소금속 자원확보와 국내 희소금속 광산개발, 비축 품목 및 규모 확대 등의 노력을 통해 10대 원소에 대한 자급도를 현재 12%에서 80%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종합대책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소재, 제품, 재활용 등을 아우르는 선순환 산업기반도 구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현재 일본에서 희소금속을 활용한 소재를 수입해 휴대폰, 텔레비전 등으로 제품화 하는 취약한 순환구조를 갖고 있다.

이 경우 천연자원 확보뿐만 아니라 소재 확보, 폐기제품 처리 등 모든 부분에서 별도의 비용이 발생하는 등 어려움을 겪을 우려가 뒤따른다.

반면 희소금속에 일찍부터 눈뜬 일본은 일정한 양의 희소금속을 소재, 제품, 재활용 하는 선순환구조 구축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매년 3만5000톤의 희토류를 사용하는 일본은 특히 센카쿠 열도 굴욕 이후 희토류 확보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일정한 양의 희토류를 확보해 더 이상 중국에 손벌리지 않고 자급자족 형태로 살아가겠다는 전략이다.

취약한 순환구조를 갖춘 우리 입장에서는 일본의 사례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우리가 나가야할 방향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종합대책이 발표된 이후 지난 4년동안 국내 희소금속산업은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희소금속산업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발전방향, 앞으로의 과제 등을 문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는 것이 우선 눈에 띈다.

지난해 4월에는 우리나라, 미국, 일본, 중국, 독일, 인도네시아, 영국 등 희소금속에 관심이 많은 국가 관계자들이 참석한 '희소금속 국제워크숍'이 인천에서 처음으로 개최됐다.

우리나라는 이 워크숍을 통해 희소금속 선진국과 후발국가들의 가교역할을 톡톡히 하며, 전세계 희소금속산업이 발전하는데 우리의 역할을 정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사실상 희소금속산업에서 후발주자에 가까운 우리나라가 이처럼 4년새 빠른 성장세를 보일 수 있었던데는 지식경제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지원이 중요했지만 희소금속센터의 역할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희소금속센터를 이끌고 있는 김택수 센터장은 "지난 2년간 많은 업무에 함께 일했던 연구원들이 센터를 떠나는 등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은 거 같아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희소금속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희소금속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이 넉넉하지 못한 것은 여전히 아쉬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희소금속산업은 젖먹이 아기와 같아 지속적으로 돌봐주고 키우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지원 규모가 좀 더 커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국내 연구소 및 대학에서 이미 소재화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국내 희소금속산업이 현재와 같은 성장세를 지속할 경우 오는 2018년에는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소재산업이 약 80%까지 독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만규 기자 chomk@e2news.com


▲ 김택수 희소금속센터장
<인터뷰> 김택수 희소금속센터장

"젖먹이 아기처럼 지속적 관심갖고 키워야"
10년 발전계획 준비 '착착'…희소금속 저변화도 앞장

[이투뉴스] 워낙 바쁜 일정 때문에 어렵게 만난 김택수 희소금속센터장의 수첩에는 빼곡한 일정이 들어차 있었다. 그는 올해에만 13개국 출장을 다녀왔고 지난해 4월에는 '제1회 희소금속 국제워크숍'도 개최했다.

최근 희소금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이 자주 들어오고 희소금속산업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는 대중소기업 관계자들의 미팅제의가 쉴새없이 들어온다.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정도지만 김 센터장의 얼굴에서는 힘들다는 표정보다는 미소가 번진다. 지난 4년간의 노력이 이제 막 꽃망울졌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꽃망울을 잘 터트리기 위해서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희소금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만큼 경쟁이 보다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그가 보기에 우리나라는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순도 분석기술이 없어 캐나다, 일본 등에 비해 경쟁력이 낮고 중국, 인도네시아 등과 달리 희소금속 매장량도 전무하다.

김 센터장은 하지만 우리가 이들 사이의 연결고리가 되는 일종의 허브역할을 하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한다. 각국이 서로 필요로 하는 것을 우리가 중간에서 조율해주면 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김 센터장은 이와 관련 희소금속 국제워크숍처럼 국가간에 서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희소금속센터도 한단계 도약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이제는 희소금속에 대한 관심과 활용도를 높이는 노력을 기울일 때라는 판단이다.

김 센터장은 올초 인천 송도 태크노파크 인근에 사무실을 얻어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희소금속센터를 독립시킬 계획이다. 보다 넓은 연구실과 기능을 갖추기 위해서다.

김 센터장이 꿈꾸는 것은 희소금속센터 내에 희소금속을 분석하고 테스트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춰 대학교, 기업 누구나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산학교류가 이어지며 대중소기업간 사업 파트너도 자연스럽게 형성되지 않겠냐는 기대다.

김 센터장은 이와함께 희소금속을 보다 쉽게 알릴 수 있는 초·중·고 교육용 자료도 만들고 있다. 희소금속이 전문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는 만큼 누구나 편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자료를 만드는게 목표다.

얼마전 초기모델의 PPT를 만들어 인천지역 일부 교사들에게 선보인 결과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와 탄력을 받은 상태다.

그는 "어떤 교사의 경우 스티브잡스 일생을 그린 교육용 자료에도 졸던 학생들이 희토류와 관련된 희소금속 PPT에는 대단한 관심을 나타냈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웃어보였다.

금속소재를 전공한 김택수 센터장에게 희소금속이 갑자기 삶의 일부가 된 것처럼 희소금속이 우리 삶의 일부가 될 날도 멀지 않았다.

희소금속산업의 리더가 되느냐 아니냐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는 셈이다.

"국내 희소금속산업을 젖먹이 아기로 생각하고 관심을 갖고 잘 키우기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인터뷰의 마지막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조만규 기자 chomk@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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