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세계 194국의 대표단이 모인 가운데 지난 9일까지 2주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제1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2012년으로 만료되는 교토의정서의 연장 문제와 지난 16차 칸쿤 총회에서 합의된 녹색기후기금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더반 총회에서는 지금까지 기후변화협상의 고질적인 난제로 지적되던 선진·개도국간 의견차가 더욱 확실히 드러났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은 재정위기에 휩쓸려 이미 기후변화에 대한 집중이 흐트러진 상태며, 유로존이 재정위기에 정신 팔려 있는 사이 미국은 구속력 있는 협약 추진을 반대하고 나섰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부상한 중국 역시 선진국들의 감축 기준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으며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배출국인 인도도 교토의정서 연장 방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총회가 진행되는 내내 외신들은 지난 2009년 제16차 코펜하겐 총회 이후 두 번에 걸친 기후변화협상이 후퇴를 반복하고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렇지 않아도 난항을 거듭하던 기후변화협상이 세계경제 위기에 가려 각국 정치인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도 높은 기후변화협약이 마련되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에 인류는 대재앙을 맞을 것이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배출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문제는 전지구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 협력과 합의를 이끌어나갈 균형적인 리더십의 부재에 있다.

그동안 유럽이 가장 적극적으로 기후변화문제를 논의하고 실행해 왔지만 자체 위기상황을 해결하는데도 힘에 부친 상황이다. 게다가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일찌감치 교토의정서 연장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녹색기후기금 조성은 각국의 의견차를 좁힐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교토의정서 연장 또는 새로운 기후체제 협의 과정에서 각국이 합의의 전제조건으로 재정지원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기금 조성을 통한 금융지원이 향후 온실가스 감축 기준을 강화하거나 자발적 감축노력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 코펜하겐 총회 당시 '저탄소 녹색성장'을 내세우며 기후변화협상의 테이블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의 부진 속에 내년도 총회 유치에도 실패하는 등 기후변화대응의 선도적인 역할에 추진력을 잃은 듯한 모습이다.

이런 식이라면 자칫 기후변화총회를 활용해 단순히 행사나 국제기구 자체를 유치하는 데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더반 총회에 한국 대표단 단장으로 참석한 유영숙 환경부 장관은 이번 총회기간 중 녹색기후기금 사무국 유치 의사를 밝혔다.

사무국 유치의 성공 여부를 떠나 기후변화협상에서 나타난 선진국들의 무기력한 모습은 우리나라가 세계 협상 테이블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이기도 하다.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추진 의지에 진정성을 기대해본다.

김부민 기자 kbm02@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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