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보다 30년 늦은 출발…선택과 집중으로 기술 역수출
세계 광해방지 시장 200조원 규모로 가능성 무궁무진

▲ 강원도 함태 물리화학처리시설은 광산개발 후 발생하는 오염수를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갈색빛이 나던 오염수는 이 시설을 거친 후 투명한 물로 바꼈다.

[이투뉴스] 우리처럼 지하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해외자원개발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해외자원 확보는 비용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해외자원개발은 일종의 국가간의 거래인 만큼 많은 노력과 시간 투자도 필요하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몽골,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자원부국들은 여기에 환경보호까지 요구하고 있다.

자원개발에 참여하더라도 자국의 환경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개발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많은 국가들이 자원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자원부국들의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면서 자원개발 참여 국가들의 전략도 다양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광해방지 기술을 앞세워 자원부국들을 공략하고 있다.

광해방지란 각종 광물을 개발한 이후 발생하는 폐석, 폐수, 비산분진 등 환경오염을 해소하는 일련의 활동을 일컫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89년에 처음 논의가 이뤄졌다.

광해방지 필요성에 일찍 눈뜬 일본은 1964년부터 기술개발에 뛰어들어 현재 30여개의 핵심기술을 확보해놓고 있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확실히 후발주자인 셈이다.

게다가 우리는 1989년부터 광해방지 필요성을 논의하긴 했지만 관련 법안 제정과 정부 입안 3차례, 의원 입안 3차례 등의 과정 끝에 법제화된 것이 지난 2005년이다. 논의부터 최종 법제화에 이르기까지 무려 16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것이다.

당시에는 광해방지에 대한 개념자체가 생소한데다 그 필요성이 크지 않았던 게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는 빠른 경제개발을 통해 국가산업을 키워온 만큼 환경오염이라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던 게 사실이다.

권현호 광해관리공단 광해사업본부장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인당 국민소득이 4000달러가 되면 환경에 관심을 갖게된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우리의 관심 수준이 지나치게 낮았다고도 볼 수 있다.

비록 선진국들에 비해 출발이 늦었지만 기술향상은 빠른 편이다. 우리는 일본처럼 다양한 기술을 갖추고 있지 못하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5개 핵심기술 확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박테리아를 활용한 수질 정화기술, 광섬유기술, 토양계량기술, 광물찌꺼기 추출기술, GIS-지리정보시스템 등 전체 37개 기술 중 그 가치가 60%에 달하는 필수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광해관리공단에 따르면 이들 기술은 해외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아 이미 수출된 국가도 있고 수출을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

일본과 함께 광해관리 기술 선진국으로 손꼽히는 호주가 한 동남아 국가의 광해관리에 참여하는데 우리의 기술을 선택했다. 우리의 기술 성능이 그 어떤 것보다 더 뛰어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뿐만 아니다. 수질정화 기술의 경우 95%의 성능을 보이는 미국보다 무려 3%포인트 높은 98%에 달하는 기술력을 갖춰 일본에서 교육을 받으러 오는 상황이다.

또 키르키스스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은 우리의 광물찌꺼기 추출기술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어 기술 수출 가능성도 높다.

우리 광해관리기술은 이처럼 선진국들보다 약 30년 가까이 늦게 뛰어들었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해 최소 5개 기술에서는 그들 수준을 넘어서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 광해관리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술 수출 공기업이 되겠다'던 광해관리공단의 공언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사실 그동안 광해관리공단의 역할은 국내 폐광산지역 복구에 한정돼 있었다해도 그리 틀리지 않다.

지난 2007년부터 5년 단위의 광해방지기본계획을 수립, 국내 폐광지역이 제모습을 찾도록 하겠다는 것이 당초 목표였다. 이 경우 광해관리공단의 존재 자체가 유한하다. 국내 광해방지에 약 20년이 소요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광해관리공단은 약 3년전부터 광해방지기술 수출을 서둘렀다. 무엇보다 전세계 광해방지 시장이 약 200조원에 달하는 만큼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판단에서다.

광해관리공단은 실제로 지난해 10월 베트남 국영회사와 폐석사면 처리와 물 처리 연구에 관한 포괄적인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여기에 힘을 얻은 광해관리공단은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동유럽, 남미, 동남아시아 등 광해관리에 관심이 높은 국가들을 찾아가는 등 수출 공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분주하다.

권 본부장은 "해외 자원부국들이 환경오염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 만큼 광해관리공단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며 "뛰어난 광해방지 기술을 앞세워 이들 국가의 광해도 관리하고 자원도 확보하는 첨병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만규 기자 chomk@e2news.com

▲ 권현호 광해관리공단 광해사업본부장

[인터뷰] 권현호 광해사업본부장

"목숨과 맞바꾼다는 생각으로 입법화에 최선"
직접 법규 만들고 입안까지 성공…열정으로 암도 극복

광해관리공단은 어느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공기업이 아니다. 광해관리공단을 알기위해서는 지난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특히 권현호 본부장의 노력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동력자원부 광산보안과에 근무하던 권 본부장은 광업으로 우리나라가 큰 성장을 거둘 수 있었지만 그에 따른 환경오염도 만만치 않다고 판단했다. 특히 광업의 지속적인 개발을 위해서는 철저한 광해방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1989년부터 직접 광해방지법 초안 작성에 나섰다. 기술을 전공한 그가 법안을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일본 등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우리 실정에 맞도록 애썼다.

3년 뒤인 1992년 법 초안을 완성한 이후 정부입안을 세 차례나 시도했지만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당시 분위기가 광해방지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때였기 때문이다.

결국 전략을 수정해 국회의원을 통한 입안에 들어갔고 3번의 시도 끝에 첫 시도 후 13년이 지난 2005년 5월 '광산피해의 방지 및 복구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결과를 얻었다.

사실 그는 2002년 대장암 선고를 받고 투병중이었다. 당시 힘들거 같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지만 죽더라도 입안에는 성공하자는 심정으로 평소보다 더 뛰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목숨과도 같던 입안에도 성공하고 병도 낫게 된다. 권 본부장은 이를 두고 "앞으로 할일이 더 많아지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힘든 상황에서도 광해방지법을 놓지 않은 것에 대해 권 본부장은 "종이에도 석회석이 들어갈 정도로 모든 곳에는 광물이 필요하다. 어차피 할 것이라면 환경오염을 줄이는 방향이 낫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광해방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그는 우리만의 광해방지 기술을 갖추기 위해 앞장섰다. 기술을 갖는 것이 선진국들과의 경쟁에서 유리하고 광해방지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37개의 광해방지 기술 중 중요성이 약 60%에 달하는 핵심 기술 다섯개를 선정해 연구에 돌입, 선진국에서도 인정받는 성과를 거둔다.

지난 9월 강원랜드에서 개최된 광해방지 심포지엄에 참석한 각국 관계자들이 우리의 기술력에 크게 놀랐다는게 권 본부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선진국 기술과 비교해 기술수준이 높은데다 상대적으로 비용도 낮아 우리 기술에 대한 동유럽, 동남아 등 자원부국들의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높다.

권 본부장은 이 때문에 광해방지 기술을 앞세운 광해관리공단이 해외자원개발에 첨병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리가 광해방지를 해주겠다는 제안에 자원부국들이 매력을 느낀다면 기술 수출 뿐만 아니라 현지에 매장돼 있는 자원확보도 보다 수월할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권 본부장의 표정은 매우 상기돼 있었다. 큰 계약건 하나가 성사직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권 본부장은 이날 아직 밝히기 곤란하다면서 최종계약이 체결되면 알려주겠다며 웃었다.

비록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어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지만 그 순간 자원개발 첨병이 되겠다는 그의 다짐이 더욱 크게 들렸다.

조만규 기자 chomk@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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