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량 풍부·균형적 분포…가스화·액화 기술로 한계 극복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여겨졌던 석탄이 고유가 시대를 맞아 석유를 대체할 가장 현실적인 에너지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산업혁명 시대 이후 주력 에너지원으로 귀환할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13일 '석탄, 포스트 오일로 급부상하고 있다' 보고서에 석탄이 다시 주목받는 배경과 석탄 활용 현황을 소개하며 "우리나라도 석유 일변도의 불안한 에너지 구조를 바꾸기 위해 석탄을 장기적 대안으로 인식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석탄이 포스트 오일을 겨냥한 에너지 패권 다툼에서 각종 신에너지를 물리치고 높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스트 오일로서 석탄의 가능성은 세계 각국의 에너지전문기관이 발표한 석탄 수요 전망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9월 세계 석탄 소비가 2004년 약 5조6570억톤에서 2015년 7조7792억톤, 2030년 10조5610톤으로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LG경제연구원의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석탄은 풍부한 매장량, 균형적인 지리적 분포, 저렴한 가격 등의 측면에서 장점을 갖고 있다.


2005년 기준 석유의 이론적 채굴가능년수는 약 41년, 천연가스는 67년인 데 반해 석탄의 가채년수는 약 164년에 이른다. 또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는 석유와 달리 전세계에 고루 분포하고 있어 특정 국가의 자원 독점 우려도 크지 않다.


더구나 같은 무게를 기준으로 석탄 가격은 최근 석유 가격이 배럴당 60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유가의 10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으며, 액체나 가스로의 변환 과정을 거친다 해도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석탄의 액화 및 가스화 기술 발달은 그동안 약점이었던 공해 유발과 용도 제한 등의 문제를 빠르게 극복시켜 주면서 우리의 인식도 변화시켜 주고 있다.


'석탄 가스화 복합 발전(IGCC)' 기술은 석탄으로 단위 전기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을 기존 직접 연소 방식에 비해 22~25%나 감소시겼다. 또 발전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모두 잡아 지하에 분리된 이후 공업용 가스로 재활용하는 기술까지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독일에서는 세계 최초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갈탄 화력 시험 발전소의 기공식이 개최되는 등 친환경 석탄 활용 기술의 상용화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또 가스나 액체로 바뀐 석탄은 전통적 용도인 난방·발전용 에너지원만이 이나리 수송용 원료, 석유화학 연료로까지 변화시켰다. 특히 석탄의 가스·액화를 통해 얻어지는 경유는 석유 정제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과 달리 황 등 유해 물질이 없어 가치가 더욱 크다는 분석이다.


석탄 가스·액화 기술은 저유가시대에는 경제정이 없었으나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를 넘어서면서 상용화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성을 확보하게 됐다. 현재 석탄 에너지 개발 부문에서 가장 앞서가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이다. 세계 최대 석탄 보유국인 이들은 석탄을 활용,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2008년에서 2010년 이후에는 보다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04년에 이미 약 7개의 석탄 가스화 상용화 플랜트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차세대 발전 프로젝트 '퓨처 젠(Future Gen)'의 핵심 내용도 석탄 가스화로 무공해 전력과 난방·수송용 에너지를 동시에 확보한다는 것이다.


중국도 제10차(2001~2005년), 제11차(2006~2010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석탄 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대규모 구조 조정과 석탄 가스·액화 등 청정기술 산업화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이달 말부터 총 사업비 6500억원 규모의 IGCC 실용화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나 아직 걸음마 단계다.


박정아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IGCC 실용화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가장 시급한 것은 우리의 시각 변화"라며 "우리 정부와 기업도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석탄 관련 기술 개발, 채굴권 확보, 석탄 다운스트림 제품 확보 등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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