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맞물려 가격경쟁력 재조명…이르면 올해 양산 돌입

 

▲ 경동은 지난해 10월 경남 양산 원진월드와이드 대강당에서 개최된 '석탄산업 비전 2020, 그리고 그 후' 세미나에서 지난 3년간 개발한 그린석탄을 공개시연했다.

[이투뉴스] 지난해 10월 11일 경남 양산 원진월드와이드 대강당에서는 흥미로운 주제의 세미나가 열렸다. 대한석탄협회가 주최한 '석탄산업 비전 2020, 그리고 그 후'가 그것이다.

이날 세미나에는 권규섭 지식경제부 석탄산업과장과 손달호 대한석탄협회장, 권혁수 에너지관리공단 박사, 권현호 광해관리공단 본부장 등 석탄업계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날 세미나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경동이 지난 2008년부터 자체개발해 온 '그린석탄'에 대한 공개 시연을 한 장면이다.

그린석탄은 저급 유연탄을 가공처리해 연소시에 연기와 냄새, 환경오염 물질 발생을 감소시킨 친환경 연료로, 이르면 올해 양산체제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계획대로 그린석탄이 양산에 들어가게 되면 국내 석탄산업의 페러다임은 크게 바뀔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그린석탄은 왜 나오게 된 것일까. 친환경 석탄을 표방하는 그린석탄이 나오게 되기까지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100여년간의 국내 에너지 산업의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에너지자원 강국을 꿈꾸고 있다. 그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국내에는 석탄이외에 부존자원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해외자원개발이라는 큰 틀 아래 석유·가스의 자주개발률을 올해까지 20% 달성하고, 2018년까지 석유 일일 생산량을 50만배럴 수준까지 끌어오려 세계 30위권의 글로벌 석유 부국으로 올라설 목표를 세웠다.

또 유연탄, 우라늄, 철, 구리, 아연, 니켈 등 6대 전략광물의 경우 자주개발률을 올해까지 32%로 늘리고 리튬, 희토류 등 신(新)전략광물 비축량도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이처럼 최근 몇년사이 해외자원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실 우리의 에너지 자원개발 역사는 약 10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에서 생산된 석탄(무연탄)은 연기가 발생하지 않으면서도 칼로리가 높아 열강들이 눈독을 들였다.

비록 외세의 압력에 의해 개발이 활성화됐지만 석탄은 어느덧 국내 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도계, 장성, 태백, 화순 등이 대표적인 석탄 생산지였다.

석탄은 연탄의 주원료다. 석탄에 코크스·목탄 등의 탄화물을 배합하거나 당밀·피치·석회 등의 점결제(粘結劑)를 혼합해 성형·건조시켜 연탄을 만든다. 연탄 한장은 1만45000㎉ 정도의 열을 내는데, 이는 보일러 등유와 비슷한 화력이다.

한번 불이 붙으면 10시간 이상 꾸준히 연소하는 것도 특징이어서 1950년대 이후 난방용과 취사용으로 널리 사용됐다. 무엇보다 등유에 비해 가격이 크게 저렴한 것이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1970년대에는 새마을운동을 통한 농촌지역 연탄 보일러 보급 등으로 연탄은 가정용 핵심 연료로 완전히 자리잡았고, 온수 보일러와 가스배출기 개발 등으로 연탄 사용은 더욱 늘어났다.

1986년 전국 연탄 소비량은 2425만톤으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당시 전 가정의 70% 이상이 연탄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될 정도로 연탄은 가장 대표적인 연료였다.

하늘을 모르고 치솟던 연탄의 인기도 도시가스와 같은 사용이 편하고 친환경적인 고급연료가 등장하면서 발걸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지난 2001년 기준 국내 무연탄 생산량은 381만7000톤을 기록, 1988년에 비해 84%나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상황은 1988년 시작된 '석탄산업합리화 사업'에 더욱 탄력을 붙였다. 석탄산업합리화 사업은 석탄산업법을 개정, 폐광지역 지원사업을 펼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은 이 뿐만 아니라 장학사업, 품질검사사업 등도 벌였고 근로자 후생복지 및 광산지역 개발사업, 석탄 및 연탄 가격 안정사업 등도 실시했다.

또 지난 1999년에는 문경 은성탄광 자리에 석탄박물관을 건립하기도 했고 정선 지역에 들어선 카지노인 강원랜드에 투자해 36%의 지분을 확보했다. 대한석탄공사의 경우에는 계획감축을 통해 인력을 조정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국제유가가 치솟고 각국이 이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에너지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우리라고 예외가 아님은 물론이다. 에너지안보 위협은 자연스럽게 해외자원개발로 이어졌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도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났는데,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그린석탄이다.

사실상 석탄산업은 그동안 사양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다. 국제적인 흐름을 봤을 때도 환경오염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진 석탄은 설자리가 좁아보였다.

하지만 고유가 시대와 어려워진 서민 경제가 맞물리면서 석탄은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한 연탄 회사 사장은 "연탄은 소득 하위 10%를 위한 연료인 만큼 향후에도 현재 수요에서 더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국내에서 생산되는 석탄은 우리가 가격을 관리할 수 있어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지만 해외에서 수입해오는 석유는 우리의 통제권 밖에 있는 만큼 위기 상황에는 결국 석탄이 서민연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한석탄공사 관계자도 "각종 조사에서 국내에서 향후 80년은 더 석탄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만큼 석탄의 중요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만일 국내 석탄이 고갈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최근 정부를 중심으로 STX, LG상사, 대우인터내셔널 등 기업들이 몽골, 호주, 인도네시아, 중국 등에서 유연탄 생산에 대거 뛰어들어 수급 루트를 확보한 만큼 충격파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 그린석탄 개념도

▲ 그린석탄 생산공정

이 같은 상황을 배경에 두고 그린석탄 개발에 뛰어든 곳이 바로 경동이다. 오명수 경동 신규사업본부 이사에 따르면 석탄 및 연탄업계 영속성이 불확실해지면서 안정적인 서민연료 공급과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경유대비 약 4분의1 가격의 그린석탄 개발에 나섰다.

그린석탄은 유연탄을 열처리해 BTX(벤젠, 톨루엔, 자일렌), 타르, 황 등을 걸러 대기오염을 저감시킬 수 있는 친환경에너지로 전환한 반무연탄이라는 게 오 이사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그게 가능하느냐"라는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경동은 개발이 완료된 만큼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는 반응이다.

특히 1000kcal당 120원인 경유와 비교하면 그린석탄은 56원으로 약 50% 정도가 저렴해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는 자신감을 내비췄다. 

이를 기준으로 농업용 면세경유를 연 20㎘ 사용하면 2200만원이 드는데, 이를 그린석탄으로 대체할 경우 연간 연료비 1100만원 절감이 가능하는 계산이 나온다.

경동은 우선 연탄공장을 그린석탄 및 그린석탄 보일러 공급의 거점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제품을 생산하는데 자체 생산한 연료로 사용하면 유지비를 줄일 수 있어 크게 어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오 이사는 또 현재 농업용 보일러 유류시장 규모가 1조3000억원이고, 산업용 보일러 유류시장 규모도 2조5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이를 그린석탄으로 각각 50%, 15% 대체시 연간 3000억원, 2000억원 시장 점유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새롭게 조명되는 '그린석탄'이 시장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에너지안보에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조만규 기자 chomk@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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