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과잉에 고전한 국내기업 터닝포인트 노려
서남해 해상풍력 안착 관건…자금조달, 협업 등 숙제

 

 

[이투뉴스] 태양광과 함께 신재생에너지의 양대축인 풍력도 다사다난한 지난 한해를 보냈다.

조선사업으로 잔뼈가 굵은 중공업 대기업들이 앞다퉈 의욕적으로 시장에 진입했지만 경제침체와 유로존 위기 확산, 이로 인한 신재생에너지 투자위축으로 고전해야 했다.

현재 시스템 산업은 태양광과 마찬가지로 공급과잉과 수요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중국은 2010년 기준 세계 풍력터빈 생산능력의 38.6%를 점유하며 공급과잉을 부채질하고 있다.

투자사 메릴린치는 최근 풍력터빈의 공급능력이 수요를 최대 160%나 넘어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기술력과 실적, 가격경쟁력 모두에서 선두 유럽 및 중국기업에 밀리는 국내기업의 입지는 어느 때보다 좁아진 상황이다.

풍력터빈 가격은 2009년 이후 약 20% 하락한 가운데 지난해에도 약 10% 추가 인하돼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의 목을 옥죄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공급과잉이 지속돼 풍력터빈 시스템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이는 필연적으로 기업간 경쟁심화와 시장재편을 초래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덴마크 풍력 컨설팅 회사인 <BTM>에 의하면 베스타스, 시노벨, GE 등 세계 10대 풍력기업의 터빈시장 점유율은 82%에 달한다.

향후 자본과 기술력을 모두 갖춘 일부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주요 시스템기업 2년來 실적 일단 양호 

국내 주요 시스템기업의 최근 2년간 수주실적은 짧은 사업연혁 대비 양호한 편이다.

우선 현대중공업은 태백, 무주, 평창, 진안·장수 등 내륙에서 추진되고 있는 발전사업에서 모두 55기의 수주실적을 올렸다. 또 뉴욕과 메사츄세츠 등 해외에서도 11기를 수주했다.

사업진출 2년만에 누적 128MW를 수주, 실적면에서 선두기업을 제쳤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해 미국 텍사스주와 오클라호마, 캐나다 등에서 모두 55기의 해외실적을 올렸다. 전략모델은 해외기업 인수를 통해 확보한 2MW급이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3MW급 해외인증을 획득한 두산중공업은 모두 3기의 터빈을 전남 신안과 영흥화력 등에 공급했다. 또 최근 판매계약 단계에 진입한 사업도 확인되고 있다. 

효성은 지난해 태백시와 제주도에 모두 4기의 터빈을 공급해 명맥을 유지했다.

중소기업 중에서는 한진산업과 유니슨이 2년간 각각 11기, 10기를 납품해 틈새시장을 수성하는데 성공했다. 이들 기업은 주로 750kW~2MW 모델을 주력 생산하고 있다.

다만 이들기업은 대기업처럼 자본력을 갖추지 못해 대형화 추세에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 R&D과제 수행경험 유무에 따라 실적이 엇갈린 것은 흥미로운 점이다. 최근 2년의 결과만 놓고 보면 자본력으로 M&A 등을 통해 후발진입한 기업들의 성적표가 더 나은 편이다.

완료된 R&D를 상업화 궤도까지 안착시키는 후속 보급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보조를 받아 개발하고 있는 업체는 실적이 부진한 반면 독자적 R&D자금을 투입해 기술을 사들인 업체의 성적이 더 낫다는 것은 곱씹어 볼 문제"라고 말했다.

 RPS ·서남해 해상풍력 양분삼아 도약할까 

글로벌 풍력시장이 급랭하자 해외시장부터 노크했던 국내기업들은 다시 정부 및 기관이 주도하는 국내 시범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우선 지식경제부 주도 아래 RPS 공급의무자인 발전사들이 참여하는 2.5GW 서남해 해상풍력단지 개발사업은 실적(Track record) 측면에서 취약한 국내기업에 실증기회를 제공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2008년부터 2년간 국내 전 해상을 대상으로 풍황과 수심, 계통연계 조건 등을 조사해 부안과 영광 인근 해상을 최적지로 선정했다. 

정부는 이곳에 2013년까지 100MW 규모의 테스트베드를 운영해 대용량 터빈기술을 확보한 뒤 2014년부터 트랙레코드 확보를 위한 GW급 상업단지(시범단지) 조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 이렇게 확보된 설비를 각 발전사의 RPS 이행실적으로 반영해 산업화와 보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공략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는 '풍력을 제2의 조선산업으로 키운다'는 정부의 차세대 먹을거리 육성과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서남해 해상풍력 사업은 약 10조원의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임에도 정부 예산비율(약 300억원, 0.2%)은 소숫점에 그칠 것으로 보여 민간기업의 부담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해야 하는 사업 특성상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부과제의 특성상 특정 기업의 프로세스가 함께 참여한 경쟁사나 인증기관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협업에 미숙한 국내기업들의 마음을 주저하게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참여기업 관계자는 "정부는 지금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민간기업 입장에서 예상되는 애로를 적극 해소해주고, 참여기업들은 국부창출에 일익을 맡고 있다는 열린 자세로 사업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스웨덴 릴구른드 해상풍력 발전단지

 

해상풍력과 차세대 풍력에서 승부수 던질만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세계 풍력시장은 연평균 16% 이상 급속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시장 역시 준비된 기업들만이 배를 채울 수 있는 냉혹한 경쟁시장으로 변모한 지 오래다.

정부가 국산터빈 구매촉진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 해도 국내 보급시장 수성을 위한 한시적 울타리에 그칠 공산이 크다.  

궁극적으로 국산터빈이나 부품·소재가 해외 선두그룹과 경쟁하는 수출상품으로서 충분한 자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 맥락에서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전성기로 진입하고 있는 해상풍력이나 차세대 부유식 해상풍력에서 승부수를 띄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해상풍력의 원가 구성을 살펴보면 터빈의 비중은 20% 수준에 불과하고 나머지 80%를 하부구조물, 운반 및 설치, 해저케이블 가설 등이 차지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조선해양 경쟁력을 확보한 우리나라에 유리한 구조다. 

업계 사이에서는 "최악의 경우 터빈을 수입해 사용하더라도 나머지 시장을 장악하면 문제가 없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오정배 GL 한국지사장은 "해상풍력산업을 주도하려면 선진국이나 선두기업을 벤치마킹하거나 따라잡는 수준이 아니라 '퀀텀점프(Quantum Jump. 대약진)'를 위한 철저한 전략과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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