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품에서 생산공정까지 세계적 추세
한국 소비자는 2004년부터 개념 인식

[이투뉴스] 표백제를 쓰지 않은 에코백, 전기자동차, 포름알데히드가 들어가지 않는 가구 등 그린디자인을 적용한 제품은 어느새 우리 주변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거의 모든 제품에서 친환경이라는 문구를 찾아볼 수 있다. 패스트패션을 선도하는 '유니클로'마저 수익금의 일부를 환경보호를 위해 쓰는 상황이다.

그 중심에는 그린디자인 제품이 위치한다. 작게는 그린디자이너들이 만든 수제품으로 시작해 크게는 생산공정 중 친환경을 고려한 제품까지 다양하다.

산업계도 그린디자인이 피할 수 없는 추세다. 갈수록 정부의 환경규제가 심해지고 있는 데다 소비자들 또한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린디자인의 영토확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도 국내 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 그린디자인을 신성장동력 분야로 선정하는 등 그린디자인 분야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생태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진보적인 디자인을 일컫는 '그린디자인'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지속 가능한 새로운 산업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린디자인의 시작 '스칸디나비아 반도'

지난해 북유럽 패션협회 대표들은 NICE라는 프로젝트를 논의하려고 모였다.

NICE는 '깨끗하고 도덕적인 북유럽계획(Nordic Initiative Clean and Ethical)'의 약자다.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위치한 국가들이 패션 산업에 지속가능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NICE의 회원인 스웨덴패션협회, 헬싱키디자인위크, 아이슬란드패션협회, 오슬로 패션위크, 그리고 덴마크 패션협회의 대표들은 재활용 직물과 북유럽 지역의 모직을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 향후 10년간 물의 사용과 탄소배출, 폐기물을 줄이며, 비효율적인 노동과 화학염료의 사용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그린디자인은 유럽, 특히 북유럽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그린디자인은 북유럽에서 발생해 이미 유럽인들의 생활양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스웨덴의 그린디자이너 조한나 호프링 (Johanna Hofring)은 "스웨덴에서는 2006년 미디어와 교육 등 전 국가적으로 환경 문제가 부각됐다"며 "이 때 시장에 커다란 물결이 일었다. 그 이후로 환경친화적인 직물을 사용하는 등 많은 '그린디자이너'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환경 선진국으로 알려진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친환경 디자인은 특정한 디자인이라기보다는 그저 '일상'의 연장선상이다. 유기농 직물이나 빈티지 재료, 자투리 천을 재활용하는 것이 그 중 하나다. 

스웨덴 디자이너 안하히니넨 (Anja Hynynen)는 "많은 스칸디나비아 그린디자이너들이 유기농 직물의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며 "지금은 이 지역에서 많이 발달했지만, 앞으로 다른 곳에서도 이런 흐름이 확대되어야 한다. 생명을 존중하는 옷은 모두에게 제공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100% 유기농 페루 면화를 사용하는 친환경 브랜드 '더 반드'다. 이들은 옷의 수명이 수년 동안 이어질 수 있는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한다.

페루의 면화 생산자들은 주로 가족이 소유한 조그만 가내 수공업 형태로 운영되는데 '더 반드'는 이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이렇다보니 자연스레 '더 반드'는 친환경뿐 아니라 공정무역 성격까지 띄고 있다.

북유럽 디자인은 또 '지역주의(로컬 디자인)'를 강조한다. 덴마크에선 자원 재활용, 에너지 사용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모든 시스템에 환경과 생태를 적용한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는 환경디자인과 재활용 의류를 살 수 있는 매장이 들어선 백화점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유기농 직물, 삼나무, 대나무 직물이 특이하다고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빈번히 사용된다.

덴마크의 그린디자이너 미나 햅번은 "사람들이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사기 위해서 특별한 수고를 들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제품 라벨에 무엇이라고 쓰여있는지에 상관 없이 모든 것이 환경친화적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국가는 현재 친환경 정책뿐만 아니라 환경 디자인의 선봉에 서 있다. 이에 고무된 영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서도 북유럽의 디자이너들을 따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에스테티카 (Esthetica)의 크리스토퍼 래번 (Christopher Raeburn)과 같은 새로운 환경디자이너들이 등장했다. 또한 비비엔 웨스트우드 (Vivienne Westwood)와 같은 대형 패션 기업은 친환경 의류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린디자인, 한국은?

자동차, 핸드폰 등 첨단 산업분야에서 세계 최강을 다투는 우리나라지만 그린디자인 분야에서 만큼은 걸음마 수준이다.

그나마 해외시장 수출에 주력해 친환경소비자들의 니즈(Needs)에 맞는 그린디자인 제품을 개발한 일부 대기업들은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췄지만 국내 시장에서 가격경쟁에만 몰두했던 중소기업은 그린디자인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상황이다.

여기에는 시장환경이 크게 작용한다. 아직까지 소비자 인식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먼저 친환경 제품개발에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정부가 앞장서 기업들에게 그린디자인 제품을 개발하도록 이끌고 있다. 특히 녹색성장이란 화두를 기업들에게 던지며 적극적으로 그린디자인 제품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약 10년 전부터 그린디자인이란 개념이 시작됐다.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의 수출 규제를 맞추기 위해 그린디자인 개념을 도입해 세계 추세와 보조를 맞춰나간 것이다.

반면 소비자들은 2004년부터 그린디자인이라는 개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에코숍' 그린디자인 홍보에 앞장서다

그린디자인 제품의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친환경디자인 전문 판매점은 소비자가 쉽게 그린디자인을 접할 수 있는 장터이다.

롯데백화점내 위치한 에코숍은 이런 친환경디자인 전문 판매점들의 롤모델로 꼽힐 만큼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환경재단에서 운영하는 에코숍은 환경 친화적이면서 상품성이 있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찾아내 이를 소비자에게 소개하고 있다.

수익을 내기보다는 그린디자인 제품 홍보에 주력하고 있는 이 매장의 성격상 판매수익 중 인건비와 운영비를 제외한 전액은 환경재단을 통해 환경캠페인에 기부된다. 롯데백화점 매장의 경우에는 백화점 수수료 30%를 환경재단에 기부해 어린이 환경학교, 아토피 치료지원 사업 등 환경 캠페인과 교육 활동에 쓰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소비자들에게 그린디자인 상품이 친숙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소비자들이 상품에 접근할 때 가격과 디자인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린디자인은 제품에 대한 스토리를 무기로 내세운다.

김선경 에코숍 팀장은 "그린 디자인 제품은 공장 기계에서 찍어낸 물건이 아니다"라며 "디자이너의 애정과 정성이 담긴 작품일 뿐 아니라 누군가의 손길을 거쳐 온기가 남아있는 제품을 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모든 상품이 저마다 스토리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왜 이 상품이 환경 친화적이고, 이것을 사용하는 것이 어떻게 환경에 이로운지에 대한 이야기가 잘 전달돼야 한다"며 "더불어 고객들의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대중성도 보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왕종두 그린디자인 연구소장.
"'그린디자인',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세계적으로 그린디자인은 커다란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그린디자인',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그린디자인을 하나의 트렌드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일반적으로 그린마케팅의 발전단계의 한 과정으로 그린디자인을 생각하지만 녹색혁명의 일부분으로 보는 것이 더 맞다고 본다. 이제 세계는 녹색혁명에 들어섰다. 앞으로는 인간의 생활양식도 바뀔 것이다.

-그린디자인이 인간 생활양식을 바꾼다는 뜻인가?

▶꼭 그린디자인에 국한된 건 아니다. 다만 이제는 한쪽이 이득을 보면 다른 쪽이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상생과 공존의 생활양식으로 바뀔 것이다. 생태계와 후진국등 피해를 당하는 쪽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이런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런 의미에서 그린디자인은 인간과 환경의 밸런스를 맞추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린디자인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호응이 아직까진 뜨겁지 않다. 어떤 이유로 보는가?

▶결국은 디자인의 문제다. 어떤 제품이던 디자인과 성능이 먼저다. 소비자들은 친환경제품이라고 해서 자신의 돈을 희생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그린디자인 제품이 비싼 가격 때문에 호응도가 떨어진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품의 질이 그 가격 이상의 값어치를 하면 소비자들은 충분히 지갑을 열 것이다. 그린디자인이 아니라 '디자인그린'의 개념으로 제품을 만들면 앞으로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그린디자인 제품이 잘 팔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시아의 문제다. 좀 과장하면 선진국일수록 그린 디자인을 비롯한 환경에 관심이 많다. 아시아에선 그래도 우리나라가 일본에 이어 2위다. 우리나라는 일본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일본은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국민 모두가 환경에 대한 관심이 깊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친환경'이란 단어가 붙은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업쪽에서도 추세에 발맞춰 따라가는 것이다. 환경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기는 하지만 기업이 친환경을 시도한다는 점에서는 박수쳐 줄 만 하다. 최근 문화·예술 분야에서 '친환경'을 많이 시도하는데 친근하게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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