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실적·국제인증 등 국내 풍력기업의 해외진출 발판

 

[이투뉴스] 바야흐로 해상풍력 전성시대다. 남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글로벌 경제둔화 속에 다소 둔화되긴 했으나 풍력 산업은 지난 5년간 연평균 30%에 육박하는 높은 성장률을 지속해왔다.

특히 해상풍력은 최근 유럽과 중국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육상 대비 풍부한 바람과 자유로운 부지면적 등으로 지난해 건설이 승인된 규모만 약 16GW, 건설 중인 발전용량은 4GW에 달한다.

현재 해상풍력은 최초로 해상풍력단지를 개발한 바람의 나라 덴마크와 세계 최대 발전단지를 운영하고 있는 영국, 신재생에너지 강국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이 주도하고 있다. 중국은 건설승인이 완료된 계획을 포함해 약 6GW 수준으로 세계 2위의 규모를 자랑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2.5GW 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세계 해상풍력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19년까지 3단계에 걸쳐 2.5GW 설치

정부는 지난해 11월 2020년까지 세계 3대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을 위한 '서남해 2.5GW 해상풍력 종합추진계획'을 발표하고 한전을 비롯한 발전 6사, 전라남·북도, 8개 풍력시스템업체, 에너지관리공단, 에너지기술평가원 등 관계기관과 추진협약을 맺었다.

2019년까지 3단계로 나누어 모두 10조2000억원이 투입되는 서남해 해상풍력발전단지는 정부가 국내 해상풍력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계·제작·시공, 운영, 인증에 이르는 공급체계 전반에 걸쳐 지원하는 국가 단위의 사업이다.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해상풍력단지 설계 전문기관을 육성하고 국내 기업들이 운영실적(Track record)을 확보해 산업화와 수출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애로사항을 중점 지원할 방침이다. 

1단계는 2014년까지 4년간 100MW 규모로 해상 테스트베드 구축과 핵심기술 개발 등 ‘실증’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며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추진되는 2단계는 운영실적 확보와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400MW 규모의 ‘시범’ 단계다.

실증과 시범이 원활하게 진행되면 규모를 2000MW로 늘리고 상업운전을 목적으로 하는 ‘확산’ 단계에 돌입한다. 이 시기에는 한전 및 발전 6사 뿐 아니라 민간 기업이 사업주체로 참여하게 되며 사업기간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이다.

사업에 참여하는 8개 풍력시스템업체는 1단계 실증에서 해상풍력터빈 기기 형식 인증 취득 후 100MW를 배정된 공급물량에 따라 2014년 6월까지 설치하게 된다.

업체별 공급물량은 ▶대우조선해양 7MW×1개 ▶두산중공업 3MW×2개 ▶삼성중공업 7MW×2개 ▶유니슨 5MW×2개 ▶현대중공업 5.5MW×2개 ▶효성 5MW×2개 ▶DMS 3MW×1개·5MW×1개 ▶STX중공업 7MW×2개 등이다. 현재 모두 80MW가 잠정 배분됐으며 잔여용량 20MW는 터빈공급 계약시점에 분배할 예정이다.

1단계 관건은 터빈 적기 개발·공급 여부

풍력발전기의 핵심부품으로 설치용량을 결정하는 터빈은 덴마크의 베스타스사(社)와 독일의 지멘스가 각각 7MW, 6MW급 모델의 개발을 완료했으며 리파워, 노르덱스, GE, 클리퍼 등 선진 기업들이 5MW 이상급 터빈을 속속 내놓고 있다.

국내에서는 두산중공업이 지난해 아시아 최초로 3MW 터빈의 국제인증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다른 기업들은 3~5MW급을 개발 중에 있다. 개발을 완료하고도 발표나 정식 출시가 늦어지는 이유는 ‘국제인증’ 때문이다. 인증은 실적 확보와 이를 통한 해외 수출에 앞서 필수적으로 획득해야 한다.

우선 인증을 받으려면 제품을 설치하고 일정기간 운영해본 실증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국내에는 제주도 일부 해상을 제외하고는 해상풍력발전기 설치가 이뤄진 곳이 없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정부가 풍력과 태양광, 연료전지 등 3개 신재생에너지원에 대해 전국 6곳에 테스트베드를 지정하고 지원에 나섰지만 해상풍력의 경우 시스템 설치와 운영기간, 인증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사실상 서남해 해상풍력발전단지와의 연계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터빈의 적기 개발·공급 여부가 1단계 사업의 주요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해상풍력추진단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현재 5MW 이상급 터빈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운영방식은 대부분 'Geared Type'이다.

조선·전력산업 강점 살려 경쟁력 제고

그동안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도 실증사업을 진행하지 못해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던 국내 풍력기업들에게 이번 서남해 2.5GW 해상풍력단지 개발은 반가운 소식이다. 이곳에서 운영실적 확보와 국제인증 등 해외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터빈의) 기술개발을 완료하고도 국제인증을 받지 못해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실적이 없으면 국제인증은 불가능하다. 더구나 해상풍력은 고장 시 A/S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발주사들은 운영경험이 없는 기업에 입찰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면서 “서남해 프로젝트가 국내 풍력기업들의 숨통을 틔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상풍력은 시스템설계 외에도 건설, 계통연결 등이 난제로 손꼽힌다. 터빈 공급과 함께 해상건설 및 송전방식은 해상풍력의 경제성 향상을 위한 선결과제이기 때문이다.

해상풍력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강국 도약에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조선산업 강국인 동시에 전력산업 역시 선진국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다. 실제로 해상에서 건설작업이 이뤄지는 해상풍력은 풍력터빈과 기타장비 등을 실어 나르는 특수 선박이 필수적인 산업이다. 국내 조선업체 대부분이 해상풍력 산업에 뛰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해상풍력사업에 필수적인 터빈설치선과 해상 플랜트 설치 기술 등 종합솔루션을 갖춘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상당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해상풍력산업 발전 기반이 마련돼 있는 만큼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글로벌 선진기업들과 시스템설계나 제작에서 기술격차가 있지만 우리나라가 가진 장점을 살린다면 충분히 세계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정부의 목표대로 단기간에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지원이 뒤따라야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주장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산업 초기 단계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국내 시장 잠식을 경계하고, 국내 풍력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부품·소재의 국산화와 핵심기술 R&D에 투자해야 한다”면서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무조건 외산 기계를 도입해 설치하는 것은 산업 육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지식경제부와 해상풍력추진단은 이번 서남해 2.5GW 해상풍력발전단지 추진을 통해 전주기 ‘Supply Chain(공급사슬)'을 구축할 계획이다.

영국의 경우 해상풍력 최대 보유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공급사슬이 갖춰지지 않아 풍력산업 발전의 기회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독일은 핵심부품 위주로 풍력단지 물류 및 부품제작 클리스터를 조성해 고수익 부품 공급자로서의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육상풍력 제조업 분야의 역량이 낮고 수입 의존도가 높아 핵심부품 등 설계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남해 해상풍력 사업과정에서 원천기술개발과 계획부터 제작, 시공, 운영, 인증에 이르는 전 과정의 기술수준을 끌어올려 ‘한국형 공급사슬 모델’을 완성한다는 전략이다.

김부민 기자 kbm02@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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