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부, 이르면 올 여름철부터 추진
개조비·연료비 등 재원조달이 관건

[이투뉴스] # 올 여름, 한낮의 불볕더위로 에어컨을 가동하는 곳이 늘자 전력 예비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전력당국에 비상이 걸린다. 지난 '9·15 정전사태'와 같이 순환정전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

전력거래소는 대형 유통마트와 야구장 등 즉시 투입 가능한 큰 규모의 비상용발전기에 대해 급전 지시를 내린다. 전력거래소 지시에 따라 이미 가동 대기에 들어가 있던 비상용발전기들이 일제히 운전을 시작하게 되고 전력수급 위기를 모면한 당국은 한숨을 돌린다.

이처럼 비상용 자가발전기를 전력수급 위기 때 전력 공급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과연 실현 가능할까?

정부와 한국전력이 전국에 있는 비상용 자가발전설비를 전력수급 위기 때 수요관리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용발전기는 상용 전원 공급이 중단됐을 때 필요한 부하에 비상 전원을 공급하기 위한 것으로 대형건물이나 공장, 대단위 아파트 등에 의무 설치하도록 돼 있다.

한전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비상용발전기 설비용량은 지난해 말 기준 1354만kW 정도로 원전 13기 용량과 맞먹는 양이다. 국내 발전설비의 17.7% 수준으로 비상용발전기의 53%가 서울, 경기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이들 발전기는 1년에 한두 번 가동할까 말까하는 수준의 낮은 가동률을 보이고 있고 한전의 수요관리제도에 참여하는 비율도 1.7%에 불과해 전력수급에 기여하는 정도가 미미하다.

방치되고 있는 비상용발전기를 전력수급이 어려운 시기에 상용발전으로 활용함으로써 예비전력을 충분히 확보하자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돼온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대규모 중앙발전기 외에 비상발전기나 상용 자가발전기 등 활용 가능한 자원이 많다"면서 "당장 공급설비를 갖추는 게 어렵기 때문에 기존 발전기를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전은 최근 전력거래소,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관련기관과 함께 지식경제부 과제로 6개월간 수행한 '자가발전기 수요관리자원 활용 확대방안 연구' 용역을 완료했다.

한전과 관련기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지경부는 이르면 올 여름철부터 전력수급 위기상황에 비상용발전기를 활용한다는 목표로 세부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당장이라도 3개월 이내 필요한 설비만 갖추면 50만kW 이상 공급자원 확보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이 방안의 실효성을 놓고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비상용발전기를 전력 계통에 물려 외부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주파수를 맞추기 위한 동기화 장치를 설치하는 등 설비 개조가 필요하다.

고가의 연료비도 문제다. 대부분의 비상용발전기는 비싼 디젤(경유)을 연료로 사용한다. 이달 기준으로 경유 발전단가는 kWh당 227.75원. 이와 함께 비싼 연료로 분류되는 열병합발전용 LNG(kWh당 135.94원)보다도 훨씬 비싸다.

연료비가 비쌀 뿐 아니라 효율도 낮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건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특히 애초부터 단시간 운전을 전제로 설계됐기 때문에 장시간 운전이 어렵고 내구성도 떨어지는 등 한계가 많다.

설비 개조와 연료비 지원 등 필요재원을 마련하고 비상용발전기를 소유한 수용가를 설득하는 일도 만만찮은 과제다. 또 계통운전을 위해서는 설비용량이 최소 500kW 이상은 돼야 하기 때문에 적정 발전기를 선별하고 실부하를 파악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 때문에 한전과 전력거래소는 드러내놓고 언급하지는 못하지만 난색을 표하고 있다. 향후 유지·관리, 실적 등과 관련해 불거질 책임소재 논란도 부담이 되는 부분이다.

한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비상용발전기가 많으니까 그냥 돌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돈이 많이 들고 고객이 싫다고 하면 못 한다"며 "외국에서도 이처럼 대대적으로 시행한 나라가 없으며 실제 들여다보면 걸림돌이 많다"고 말했다.

발전기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연료비, 설비 개조뿐 아니라 상용운전시 운전요원들의 전문성 등도 장애가 된다"며 "가장 좋은 건 애초 설비가 들어갈 때부터 계통 병렬 운전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