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철곤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주식시장형 인사시스템' 도입
글로벌 기술경쟁력 강화 주력

 

 

[이투뉴스] "열심히 일한 사람이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는 풍토를 만들 것입니다."

지난해 6월 한국전기안전공사 제14대 사장에 취임한 박철곤 사장의 신념은 확고했다. 일 잘하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겠다는 것.

지난달 박 사장은 취임 이후 처음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일 잘하는 사람', '열심히 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조직의 질서와 틀을 갖추겠다는 그의 원칙과 소신이 반영된 인사였다. 경력과 나이는 철저히 배제됐다.

행정고시 25회 출신으로 30년간 공직에 몸담아온 행정관료 출신답게 조직의 잘못된 관행과 문화를 바로잡는 일에 관심이 많다. 조직 구성원의 '노력'을 중시하는 그의 경영철학은 새 인사시스템에서 잘 드러난다.

'주식시장형 인사시스템'은 간부들에게 신망과 평판이 좋은 인재를 팀원으로 발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으로 인사에 시장개념을 적용한 제도다.

행정가에서 전문경영인으로 변신해 조직 내 질서를 가다듬는 한편 현안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는 박 사장을 만나 주요현안과 역점사업, 향후계획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박 사장과의 일문일답.

- 기업 CEO로서 일하는 것과 총리실에서 근무하는 것은 차이가 많을 것 같습니다. 소감은 어떠한지.
▶총리실에 근무할 때는 정책을 입안하면 관련 부처나 일선 기관을 통해 일이 시행되기 때문에 국정 전체를 거시적으로 보면서 일을 했다면 지금은 국민생활과 직접 관련이 있는 미시적이고 구체적인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변화가 있지만 재미있게 일하고 있습니다.

- 30여년 공직생활 대부분을 총리실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전기와는 인연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비전문가라는 시각 때문에 우려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편견과 착각입니다. 사장이 현장에서 배전반 다루고 검사하는 업무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차관으로서 큰 국가조직과 정책을 관리하는 것과, 전기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공사를 바른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행정의 연장선상이라고 보면 됩니다.

- 취임 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무엇입니까?
▶사후 관리 차원, 복구 차원에서 하던 일을 사전적, 예방적 차원으로 폭을 넓힌 신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래성장동력을 찾고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는 일에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취임 100일을 맞아서는 새 비전인 '전기안전 선도기업, 행복한 고객, 신명나는 일터'를 선포했습니다. 전기안전공사의 역할이 단순히 전기시설을 유지·보수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새로운 설비와 기술을 실생활에 안전하게 적용하는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담았습니다.

- 최근 중동, 멕시코 등 해외 출장 일정으로 바빴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외사업 구상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 현지에 나갔더니, 전기검사부분 도급을 받은 외국업체가 3개월을 질질 끌어서 애를 먹고 있었습니다. 현장에 우리 직원들이 가서 한 달 만에 끝냈더니 그쪽에서 공사 기술력에 놀란 겁니다. 다음부터는 컨소시엄으로 같이 일하자는 제안도 받았습니다.

또 최근 직원들이 인도네시아로 출국했습니다. 전기안전 인프라 구축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발전기 등 일부 설비에 대해서도 정밀 안전진단 등 사업을 수행할 계획입니다. 저도 1월 중에는 직원들과 합류해서 인도네시아에서의 사업을 확장시킬 수 있는지 방안을 찾아볼 계획입니다.

중동을 비롯한 개도국이나 중진국에는 한국처럼 안전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국내 건설업체나 전력업체들이 함께 들어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난해 개발돼 서비스에 들어간 '무정전검사' 기술은 어떤 것입니까.
▶최근 공사의 기술력을 입증한 것이 바로 지난해 7월부터 본격 서비스에 들어간 무정전검사(POI)입니다. 무정전검사는 운전 중인 전기설비에 대해 정전을 수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를 하는 것으로, 세계 최초 도입됐습니다.

제철소 등 일부 대기업들의 경우 24시간 공장이 가동되고 있어 정전상태에서 진행되는 검사를 받는 것이 매우 어려웠기 때문에, 2004년부터 무정전상태 검사기법을 연구해왔고 2005년부터 지금까지 시범 시행해왔습니다.

국가 주요산업시설 100호를 대상으로 무정전검사를 실시할 경우 공장 가동 중단에서 오는 연간 정전비용을 5340억원 정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객들의 반응도 매우 긍정적이었습니다. 올초 법과 제도를 정비해 올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9월 사상 초유의 정전사태가 일어났고 얼마 전 울산석유화학단지에서도 정전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는데 어떻게 보셨는지.
▶전기를 발전, 송전, 배전하는 곳은 한국전력과 그 자회사들입니다. 생산자가 안전을 직접 다루면 효율을 중시해 안전이 소홀히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안전파트만 따로 떼어 내 전문화한 곳이 바로 한국전기안전공사입니다.

지난 9월 대규모 정전사태는 생산공급과정의 문제로, 우리 공사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다만 정전으로 이차적인 피해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사태가 끝날 때까지 전국 사업소에 비상대기를 발령했습니다. 당시 직원들이 잘모르는 시민들로부터 엉뚱하게 오해받기도 했습니다.

울산석유화학공단 정전 사고는 피해액만 1000억원에 달하며 사고로 인해 대기환경도 크게 악화됐다고 합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전력수요가 절정에 이르는 1월 중순께 전력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는 공장이 밀집한 울산이 또 다시 막대한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특히 전력 공급이 중단돼 자체 비상전력을 공급하더라도 수요의 30~40%에 그치는 등 절대량 부족으로 완벽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우려가 됩니다. 전 국민이 에너지 절약에 적극 동참해 최악의 전력대란을 막을 수 있도록 협조해주셨으면 합니다.

-오랜 공직생활을 거쳤기 때문에 남다른 경영철학이 있을 것 같습니다.
▶행정고시 합격 후 공무원 연수원에 들어서면서 '내가 왜 여기 있나'를 곰곰이 생각했었는데 부나 권력, 명예 모두 부질 없어 보였습니다. 그때 스스로 '소신있게 살자'라는 각오를 다지고, 원칙과 일관성 있는 업무처리를 비롯해 잘못된 관행과 문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30년간의 공직생활 경험으로 비춰볼 때 자신에게 가장 튼튼한 자본과 힘은 '노력'입니다.

취임 후 주식시장형 인사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입니다. 블루칩(우량주)에 더 높은 가격이 매겨지고 수요자들이 몰리는 것처럼 간부들에게 신망과 평판이 좋은 인재를 팀원으로 뽑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처장은 같이 일할 팀장을, 팀장은 같은 부서에서 근무할 차장을 직접 선발하는 방식입니다.

학연지연으로 진흙 속에 묻혀있는 우수인재를 업무 일선으로 끌어내기 위한 조치입니다. 저 역시 끈 같은 것은 없었지만 묵묵히 일하다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성과에 대한 보상체계를 마련하고 열심히 일한 사람이 우대받는 기업문화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박철곤 사장은

▲1952년 전북 진안 출생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졸업 ▲한양대 행정학사, 행정학 석사 ▲전주대 법학박사 ▲제25회 행정고시 합격 ▲1982년 국무조정실 기획총괄․교육․의정담당 과장 ▲1999~2004년 국무조정실 총괄심의관, 복지노동심의관, 일반행정심의관, 외교안보심의관 ▲2001년 부패방지위원회 기획운영심의관 ▲2004~2008년 국무조정실 기획관리조정관, 심사평가조정관, 규제개혁조정관 겸 규제개혁기획단장 ▲2004년 정부 제2중앙징계위원회 위원 ▲2005년 법제처 법령해석심의회 위원 ▲2005년 한국규제학회 부회장 ▲2006년 한양대학교 행정자치대학원 겸임교수 ▲2008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위원 ▲2011년~현재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대담=이재욱 발행인, 정리=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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