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 에너지환경경제학박사

허은녕 서울대 교수

[이투뉴스 칼럼] 2011년은 우리나라 에너지 분야에 제약으로 작용한 여러 사건이 발생한 한해였다. 3월 후쿠시마 강진으로 시작된 일련의 원자력 방사능 누출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 후퇴를, 잘나가던 우리나라 원전수출과 국내원전건설에 브레이크가 걸린 사건이었다. 여름부터는 국내 재생에너지기업의 주요 수출국이었던 유럽 국가들의 경제위기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산업이 불황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더불어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녹색성장정책에도 적신호가 켜지게 되었다.

  9월에는 십 수 년만의 대형 정전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수년 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경고를 보냈음에도 전력문제를 방조하여 사태를 자초하였던 정부는 장관 경질과 소규모 전력요금 인상을 실시하였으나 사태의 근본문제 해결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국민들의 불안은 최근 수년 동안 최고 수준에 달해 있다. 12월 초 더반에서 열린 COP17에서 전 세계 국가들은 온실가스배출규제의 합의를 2020년으로 연기한 채 에너지나 환경문제보다는 다들 국내 경제문제를 더 살피는 분위기였다.

  한편 2011년은 전 세계적으로 청정에너지 증대와 자원 확보 노력 등 공급부분에 정책적 노력이 집중된 한해였다.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등은 원자력을 포기하는 대신 러시아로부터 또는 북해유전으로부터 천연가스를 공급받고 여기에 자국 기업이 생산하는 재생에너지기기의 보급을 독려하여 석유수입에서 벗어나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미국은 자국 내에 묻혀 있는 대량의 셰일가스(shale gas) 개발로 2030년 천연가스 자급자족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중국 역시 미국의 기술협조를 얻어 자국 내에 무진장 묻혀 있는 셰일가스를 개발하려 하고 있다. 호주, 러시아, 캐나다 등 서방계 에너지수출국들도 셰일가스나 오일셰일(oil shale)과 같은 비재래에너지(unconventional energy)를 개발하여 공급량을 늘리려 하고 있어, 기존의 중동국가 중심의 전통적인 화석에너지 수출국과 차별되는 에너지공급 구조가 이루어진 한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역시 해외자원개발과 신재생에너지개발 등 공급부분이 가장 좋은 성과를 내었다. 유연탄은 50%에 가까운 자주개발율을 달성하였으며, 석유도 10%를 달성하였다. 신재생에너지의 성장은 더욱 눈부시다. 국내 신재생에너지산업은 매출액 10조원, 수출액 5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였으며, 특히 산업화와 연계하여 보급정책을 펼친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분야의 도약이 두드러졌다. 태양광은 국내 산업으로 밸류체인(value chain)을 완성하고 본격적인 자주생산의 체계를 갖추었으며, 풍력은 대규모 해상풍력단지를 시범사업으로 하는 수출기반구축을 시작하였다.  여기에 원자력 UAE 수출까지 더하면 국내의 공급부분은 나름 상당한 성과를 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에너지절약과 에너지사용효율화 등 수요관리분야의 성적은 초라하다. 경제성장의 두 배에 가까운 전력수요 증가, 대안주유소 추진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비시장적 에너지시장정책, 휘발유 및 경유의 높은 세금과 원가 이하의 전력요금으로 대표되는 에너지 가격제도의 불균형, 높은 재생에너지 보조금과 낮은 에너지절약 지원금으로 대표되는 에너지절약 푸대접,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의 무관심으로 에너지효율화 수준은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 

  또한 정부와 국회의 계속되는 시장개입으로 국내 에너지시장의 효율성은 21세기 들어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였다. 물가안정을 우선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시장진입과 시장경쟁을 억제하는 정책까지 등장하고 있음은 매우 우려되는 부분이다. 특히 2012년에는 대형 선거일정이 몰려 있어 자칫 잘못하면 97%의 에너지를 수입하는 나라에서 국민과 산업에게 에너지사용 보조금을 주는 말도 안 되는 상황까지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부존에너지가 거의 없는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와 해외자원개발 등 에너지자원의 확보 노력은 분명 에너지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적절한 소비효율화와 시장경쟁을 통한 효율성 증대 없이는 에너지의 낭비로 더 많은 손실을 보게 되는 것 역시 불을 보듯 분명하다. 임진년 2012년에는 에너지 소비의 효율성 회복과 국내에너지시장의 경쟁기능 회복에 보다 노력을 집중하는 에너지정책의 수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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