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규 SR코리아 대표

[이투뉴스 칼럼/ 황상규]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제1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7)가 끝나기 무섭게 국내 항공사들이 EU 배출권거래제에 편입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탄소배출거래제란 기업별로 탄소배출량을 미리 정해 허용치보다 초과하면 탄소배출권 거래소에서 이를 사도록 하고 남는 경우는 탄소배출권 거래소에서 팔 수 있게 한 제도로서 1997년 교토의정서에 따라 정해진 제도다.

대표적인 국내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배출 허용치는 일차적으로 205만CO₂톤과 78만3000CO₂톤으로 정해졌는데 2013~2020년에는 각각 연 194만CO₂톤과 74만5000CO₂톤으로 줄어들게 된다. 향후 초과 배출한 탄소량은 1년 단위로 계산되며, 항공사는 상한선을 초과할 경우 내년 4월30일까지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현재 국내 항공업계는 매년 허용치를 5~6% 정도 초과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탄소배출권거래제로 국내 항공업계가 추가 부담하게 될 비용은 올해 60억원, 내년 1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말로만 우려하던 배출권거래제가 현실화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미 몇 년전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EU 집행위원회 결정 내용을 보면 EU는 이미 2007년부터 역내(域內)에 취항하는 항공사들에 대해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관보를 통해 공지한 바 있고, 2009년 8월 '온실가스 배출 규제 대상 항공업체 목록'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삼성테크윈, 현대자동차, LG전자, SK텔레콤, 한화 등 국내 기업들이 배출권거래제에 적용된다고 통보한 바 있다.

이번 사례는 기후변화협약이 각 나라의 이해관계에 얽혀 국제적으로 합의가 되지 않아도 국지적으로 여러 가지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연히 이에 대한 반발도 있었다. 미국과 캐나다항공사들은 유럽연합의 조치가 ‘국제민간항공협약’을 위반한다며 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했었다.

그러나 유럽사법재판소의 판단은 유럽 취항 외국항공사에 탄소배출권 구입을 의무화한 유럽연합의 조치가 적법하다는 것이었다. 현재 중국의 항공사들도 추가 소송에 나설 뜻을 내비치고 있는데, 기후변화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나가야 한다는 사법적 판단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가 나날이 심각해지면서 모든 나라들이 그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와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각자 자기에게 유리한 계산만을 하고 있어 기후변화협약도 난관에 봉착해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는 2020년까지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의무 감축에 참여하는 협약을 만들자는 데는 합의하여 한 가닥 희망의 불씨는 남아 있다.

기후변화에 근본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은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궁극적으로 온실가스 발생량을 줄이는 것이다. 국제적인 규제에 수동적으로만 대응하다 보면 더 많은 비용과 시행착오를 겪게 되고, 기업의 이미지와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항상 위기 속에는 새로운 기회가 함께 온다. 이미 많은 기업들은 기후변화라는 위기 속에서 지구생태계도 지키고 새로운 사업도 되는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기후변화 대책 속에 새로운 녹색 비즈니스가 창출되고 있다는 말이다.

그동안 품질경영시스템(ISO9001)과 환경경영시스템(ISO14001)을 주도해 온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는 최근 에너지경영시스템(ISO50001) 표준을 제정하여, 기업 등 모든 조직에서 온실가스를 저감하고, 에너지 절약과 효율성을 높여나가는 경영시스템을 도입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SR) 관점에서도 기후변화 대응 노력은 매우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번 국내 항공사의 EU 배출권거래제 편입 사례는 앞으로 다가올 탄소 무역 장벽의 서막에 불과하다. 기후변화로부터 지구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하여 다자간 협약이 되지 않는다면, 양자간 협약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규제가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의 관점에서 정부, 기업, 시민사회 차원의 지혜로운 대응 방안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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