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 사설] 핵개발 의혹이 있는 이란에 대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조치가 가시화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이란의 목 죄기에 나선데 이어 유럽연합 역시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이런 뉴스만으로도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 상업거래소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유가는 전일대비 배럴당 0.26달러 상승한 103.22달러에 거래됐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현물 유가도 전날보다 배럴당 2.58달러 상승한 108.49달러에 이르렀다.

이란은 미국과 EU의 공세에 맞서 세계 원유 물동량의 35%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으름장이다. 우리나라가 이란에서 들여오는 원유는 전체 물량의 9.6%에 불과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이라크 등 중동에서 들여오는 원유의 조달이 불가능해진다. 이들 지역에서 수입하는 원유 비중이 무려 82%.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유가 폭등은 곧 경제에 치명타.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무역수지는 국내총생산(G에)의 1%가 감소하고 연간 경제성장률은 0.2~0.3% 포인트 하락한다. 아울러 국내 연료가격이 10% 오르면 물가는 0.9%포인트 올라 우리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미 국제유가가 쉼없이 오르면서 작년 한해동안 국내 휘발유와 경유값이 10% 이상 상승했다. 휘발유는 리터당 2010년 1710원에서 작년에 1929원으로  올랐고 경유 역시 1745원으로 243원이 뛰었다.

우리나라로서는 두가지 이상 측면에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원유수입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원유가 상승으로 2중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더욱이 중동이 새로운 수출지역으로 떠오르는 것을 감안하면 3중 4중의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다 이란과의 경제단절을 미국이 요구하고 있어서 그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비상시에 대비해 원유를 비축하고 있다. 우리나라 비축유는 정부와 민간분량을 합해 193일분이지만 산업활동을 정상적으로 유지할 경우 사용 가능한 기간은 78일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호르무즈 해협 봉쇄같은 극단적인 사태가 일어날 경우 3개월 이상 버티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원유의 수입선 다변화를 꾀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우선 지리적으로 가깝고 우리나라 정제시설에 중동산이 적합하다는 이유 때문에 중동산 원유 비중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은 것.

핵의혹을 둘러싼 서방세계와 이란의 맞대결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단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긴장 상태가 유지되기만 해도 국제 유가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단순한 수급에 양향을 받기도 하지만 지정학적 불안이 겹치면 국제유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을 수도 있다. 중동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기를 기대하면서도 만약의 사태에 대한 대비책은 튼튼하게 갖춰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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