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지난 12일 이른 아침부터 서울의 한 호텔에 원자력계 주요인사들이 모여들었다. 연초마다 열리는 신년인사회 자리였다.

행사장에 모인 인사들은 한결같이 국내 원전 기술의 우수성과 안전성을 강조했다. 일본 원전 산업계가 후쿠시마 사고로 위축된 틈을 다른 세계 원자력 중심국으로 도약하자는 '훈훈한' 덕담도 오고갔다.

원전 안전성을 두고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는 건 홍보 부족 탓이니 부단히 소통에 나서자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한 인사는 "반핵단체, 탈핵단체가 계속 늘고 있다. 원전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에 좀 더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날 새벽 월성 원전 1호기는 가동을 멈췄다.

올 겨울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다. 지난해 12월 울진 원전 1호기와 고리 3호기에 이어 월성 1호기까지 가동이 중단되는 사고가 났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번 원전 정지와 관련, 발전소 안전이나 전력수급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환경단체나 반핵단체들은 이를 향후 중대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징후라며 곱지 않은 시각을 보내고 있다.

이번 정지사고는 국내 노후 원전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다. 월성 1호기는 고리 1호기에 이어 국내에서 가장 낡은 원전이다.

특히 올해 수명을 다하는 월성 1호기는 지난 30년간 기계와 부품 결함 등으로 방사능누출사고와 냉각재 누출, 원자로 가동중지 등 모두 51번의 사고를 기록했다.

앞서 한수원은 2009년 4월부터 가동을 중단하고 수천억원을 들여 설비를 대대적으로 교체했다. 이후 작년 7월부터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6개월 만에 고장으로 멈춰섰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를 10년 더 연장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리 1호기도 2007년 수명이 다했지만, 10년 연장 가동 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4월 고장이 발생하면서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원전 반대단체들은 즉각 월성 1호기를 폐쇄해야 한다며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부와 한수원 입장에서는 억울해할 수도 있다. 이번 월성 1호기 정지는 단순 장치 오작동에 의한 것으로 원전 안전성과는 무관한데 이들 단체가 과민 반응하는 것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원자력계가 강조하는 '소통'은 줄곧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져 왔다. 원전이 얼마나 안전한지 조금이라도 더 알리겠다는 것이다. 아무리 고장과 정지가 반복되고 낡은 설비를 계속 돌리더라도 '안전하다'는 한마디면 모든 설명이 끝난다.

원전 반대론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원자력계에 몸 담고 있는 이들이 거짓말을 일삼고 다닌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들도 부단히 움직이면서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다 제쳐두고 안전하다고만 말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 주장일 뿐이다. 세계 원자력 중심국을 꿈꾸는 국내 원자력계와 고장이 반복되는 원전을 바라봐야 하는 국민은 불안하다.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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