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기업선 '배부른 소리' 힐난

기획예산처가 정부투자기관에 대한 내년도 임금인상률을 올해와 같은 2%수준으로 동결키로 하자 에너지 유관기관의 직원들 사이에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어려운 경제여건과 외부의 시선을 우려해 드러내놓고 불만을 표출하지도 못하고 있다.

 

모 공사의 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A씨(45ㆍ사무직)는 “불만이야 있지만 누구에게 얘기할 형편도 못 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경영평가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받아 인센티브도 적게 받았는데 임금인상률까지 매우 더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입사 15년차를 넘어선 그는 일년에 두 번 지급되는 상여금 지급 때 지난해 300% 수준의 인센티브가 200%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A씨는 “회사 사정도 좋지 않고 나라경제도 불황인데 대놓고 얘기할 형편이 안 되지만 임금이 깎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사의 J씨(36ㆍ사무직) 역시 기획예산처의 인상률 동결소식에 불편한 심기를 내보였다. 부서 과장직과 노조업무를 겸하고 있는 J씨는 “경상경비는 일정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고 물가상승률도 가파른데 투자기관이란 이유로 임금인상이 낮아야 하냐”며 “기관별 특성도 감안하지 않고 일괄적 지침을 내려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예산처가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용불안과 불투명한 장래를 걱정해야 하는 대다수의 사기업 직원들은 이들의 불만에 대해 ‘배부른 소리’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견기업으로 꼽히고 있는 K주식회사에서 입사 3년차를 맞은 정성연(30ㆍ전산직)씨는 이들의 불만을 대기업이나 금융권과 비슷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의 배부른 소리라고 일축했다. 정씨는 “아무리 인상률이 작다고 해도 워낙 기본급이 많아 정부투자기관의 2% 인상은 일반기업체나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 5% 인상률 보다 배는 많은 금액일 것”이라며 “불확실한 고용환경을 걱정해야 하는 일반 기업에 근무하는 사람으로 보자면 배부른 소리처럼 들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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