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교수가 극찬한 에릭 라이너트의 경제학 저서

[이투뉴스] 안데스 지역 학교 건립을 돕기 위해 페루를 방문했던 한 고등학생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실과 마주쳤다.

공항의 포터, 버스 운전사, 이발사, 상점 점원 등 대다수 페루 노동자들은 노르웨이에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 비해 일솜씨가 비슷한데도 그들이 받는 임금은 같은 일을 하는 노르웨이 사람들에 비해 턱없이 낮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이 의문은 고등학생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소년이 청년으로 성장하자 그때의 의문은 "생산성이 같은 수준에 있는 사람들인데 나라가 다르다고 해서 실질 임금도 그렇게 차이 나게 하는 이 '시장'이란 건 도대체 뭔가?"로 바뀌었다.

페루에서 의문을 품었던 고등학생이 바로 <부자 나라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고 가난한 나라는 왜 여전히 가난한가(이하 <부자 나라>)>의 저자 에릭 라이너트이다.

저자는 성인이 된 이후 스위스 장크트갈렌 대학교를 다닐 때도,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MBA 과정을 밟을 때도, 코넬 대학교 경제학과 박사 과정에서도 이 의문을 풀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페루 리마의 쓰레기 처리장에서 비롯된 의문에 관심을 갖는 경제학자는 거의 없었다. 그가 박사 학위를 받고 나서 이탈리아, 아일랜드, 핀란드 등에서 회사를 경영할 때도 국제기구에서 일하면서 제3세계의 발전 문제에 조언할 때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라이너트는 의문을 풀기 위해 관련 서적을 찾아 나섰다. 도서관을 뒤지고, 중고 서적상을 통해 자료를 모았다. 그렇게해서 5만권에 달할 정도의 장서를 수집했다. 이를 통해 그는 경제 발전을 이룰 당시 유럽 각 나라의 상황과 역사에서 지워진 수많은 사상가들의 목소리를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그 결과 그는 유럽인들은 이미 르네상스 시기부터 경제 발전의 비결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는 것과 오늘날 주류 경제학은 그들의 이론을 가난한 나라들에 강요하고 있고, 그로 인해 해당 국가들은 혹독한 시련을 겪게 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 왜 장하준 교수가 "경제학 부문에 인간문화재 제도가 있다면 그 1호"라며 라이너트 교수를 격찬했는지 알 수 있다. 저자가 인용하는 역사적 사실과 자료의 양이 너무나 방대하고 귀하기 때문이다. 또 2008년 신고전주의 경제학의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는 뮈르달 상이 왜 라이너트에게 돌아갔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한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각국의 역사적 사실을 탐구하다 보면 오늘날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유럽 재정 위기의 원인과 해법도 모색할 수 있다. 역사는 지나가 버린 과거가 아니라 오늘을 돌아보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부자 나라>는 열심히 일하는데도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왜 여전히 가난한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경제학 오디세이'인 셈이다. 우리 입장에서 본다면 <부자 나라>는 지난 500년에 걸쳐 실질적으로 유럽 및 미국의 경제 발전을 이끌어 낸 경제학 지식이 모두 담긴 책이다.

그 안에는 유럽이 어떻게 경제 발전의 비결을 알아냈는지 그럼에도 경제 발전 과정에서 영국은 성공하고 스페인은 실패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밝혀낸다. 또한 이런 역사적 사실을 주류 경제학은 어떻게 은폐해 왔는지, 그 결과 가난한 나라에서는 지금까지 어떤 참상이 빚어지고 있는지도 생생하게 드러난다.

<부자나라>는 모두 500쪽이며 가격은 2만원이다.

이준형 기자 jjoon121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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