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열 주택단지ㆍ호텔ㆍ축구장 등…친환경도시로 각광

독일 남부도시 프라이부르크는 ‘태양 에너지의 도시’로 불린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과 독일군 간 접전 지역으로 성한 건물 하나 없이 폐허가 됐던 프라이부르크는 친환경 주거도시로 거듭났다.

 

150가구 규모로 태양열 에너지 시스템을 갖춘 주택단지 2개 타운이 자리 잡고 있고 태양열 호텔, 태양열 카페, 태양에너지로 운영되는 프라이부르크 바데노바 프로 축구장이 있다.

태양열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3% 정도로 다소 미미한 수준이지만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려는 시민 의식은 독일 그 어느 도시보다 높다.

도심은 출근시간대가 끝나는 오전 10시 이후 승용차 진입이 제한되고 차로 옆으로는 거의 예외 없이 자전거 도로가 닦여 있다.

자전거 도로가 차로에 못지않게 여유있게 뻗어있고 인도 또한 차로만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태양열 주택단지는 지붕위에 태양 집열판을 설치하고 집열판에 모인 열로 냉난방, 온수 공급이 이뤄지는데 자체 소비량의 130% 가량을 생산하고 있다.


 

쓰고 남은 열은 전기 에너지로 바뀌어 전력 회사에 되팔게 되는데 이 지역의 대표적인 전력회사인 바데노바는 태양에너지에서 나온 전기를 의무적으로 사 주도록 규정돼 있다.

바데노바가 시민들에게 전기를 공급할 때 파는 가격은 다른 전력회사보다 1㎾당 6센트 정도 비싸다.

비싼 전기 값은 바데노바의 이윤이 되기도 하지만 상당 부분은 친환경 재단 운영 자금으로 들어가게 돼 있어 결국 이윤 대부분이 친환경 에너지를 사랑하는 시민에게 되돌아간다.


 

태양 주택은 집열판에서 뿐만 아니라 건축 구조 자체가 태양열을 최대한 적절하게 이용하도록 돼 있다.

커튼은 그늘을 만들되 햇빛이 많이 투과되는 재질을 쓴다든가, 유리벽은 계절에 따른 태양 투시량을 감안해 360도 이상 회전하도록 만드는 등 방법이 사용된다.

건축 자재는 에너지 흡수력이 뛰어난 목재가 주로 쓰인다. 태양 주택은 가구당 연간 88유로(10만원 상당)의 전기 값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전했다.

 

태양에너지 전문건축 설계사인 롤프 디쉬씨는 13일(현지시각) “태양에너지 건축물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들긴 하지만 남는 전기를 팔고 오일을 사용하지 않게 됨으로써 장기적으로 이윤을 내는 사업으로 친환경에서 뿐만 아니라 경제성도 있다”고 말했다.

교통수단의 경우 자전거 이용률이 2000년 이후 25%에서 28%로 늘어났고 전차는 25%에서 35%로 급증한 반면 승용차는 32%에서 3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독일 분데스리가 프로축구팀 프라이부르크 전용구장인 바데노바 스타디움은 관중석 지붕에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하고 모든 전기와 열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친환경도시로 각광받은 이후 일부 주민들은 엄청난 주차료와 친환경 규제에 따른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고 있다.

 

태양열 주택단지 주민인 마리아(여)씨는 “차를 타기 어려워 승용차를 갖고 있지도 않고 조금 불편할 때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많이 적응했고 크게 괘념치 않는다. 돈이 생기면 차를 사기보다는 아파트를 좀더 넓혀서 옮겨가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별다른 산업시설이나 경제적 유인이 없는 프라이부르크 시는 5천억원에 달하는 시 재정 적자를 어떻게 해결할지 난제를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대학 중심의 소비도시인 프라이부르크로선 쉽지 않은 문제이나 시 관계자들은 재정 적자가 친환경 정책과는 무관하게 1980년대 이후 계속돼 온 상태일 뿐이라며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이다.


 

프라이부르크시 에너지 담당관 토머스 드라이젤씨는 “재정 적자가 부담이 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친환경 도시가 안게 되는 문제라고 볼 순 없다”며 “산업생산 도시가 아닌 만큼 재정 문제는 별개의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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