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우진
에경연 선임연구위원

[이투뉴스 칼럼 / 정우진] 자원외교 과정에서 일어난 일부 불미스런 사건들로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대되면서 해외에서 자원을 확보하는 여러 정책들의 추진력이 약화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이를 반영하듯, 작년말 국회를 통과한 금년도 예산안에 해외자원개발예산이 삭감되었다. 정부가 2012년 석유·가스의 자주개발률을 2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강력한 정책의지를 발표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국회에서는 해외자원개발 예산을 축소시켜 정부와 의회간의 정책지향점에 엇박자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자원외교뿐만 아니라 이라크 쿠르드유전사업, 미얀마 가스전 사업, UAE유전개발 MOU 체결 등 해외자원개발 사업들이 계속 여론의 도마위에 올라가 있다. 더구나 그동안 정치적 영향력이 큰 사람들이 상당부분 해외자원개발 사업들을 주도하면서 자원개발이 정치적 쟁점화되는 경향이 잦아지고 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자원개발 사업들에 대한 정치적 논란들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자원개발 사업추진 과정에서 정책실패가 있거나 부정한 일들이 발생했다면 그것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일부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실패했거나, 사업 추진과정에 의혹들이 많다 해서 모든 해외자원개발 사업들을 부정적 시각으로 보는 것은 국익을 위해서라도 지양해야 한다. 사업결함을 따지는 논란 속에 해외자원개발 사업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아지면서 이로 인해 해외자원 확보에 대한 정책 아젠다가 약화되지 않을 까 걱정이 된다.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해외에서의 광구확보는 크게 신장했다. 국제적으로 볼 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의 자원개발 사업은 그 증가세면에서 중국이나 인도 다음으로 빠르게 신장된 것으로 평가된다. 유수한 생산광구들을 사들였고, 다수의 국제 자원개발 기업들도 인수했다. 과거 세계 자원개발업계에서 우리 기업의 존재감은 미미했지만, 이제 세계 주요 광구지역 대부분에 우리 기업들이 진출해 있고, 많은 국제 자원기업들이 우리 기업에게 사업제휴를 제의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 뒤에는 어두운 일면도 제법 크다. 공기업들이 해외 광구확보를 주도하다 보니까 재무건전성들이 악화되어 자원개발 공기업들의 부채율이 130∼360%에 달하고 있다. 거액을 들인 탐사사업들이 실패로 끝난 경우도 많다. 자원개발 사업과정에서 여러 부정적인 의혹들이 발생하고 있고, 사업 부풀리기로 증권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사건들도 크게 늘어났다.

이같이 그동안 추진했던 자원개발 투자에는 공(功)과 과실(過失)이 공존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중에서 잘못된 정책, 잘못된 관행들을 가려내어 원인을 밝히고 수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나기 쉬운 해외자원개발 사업 자체를 부정시하려는 경향은 막아야 한다.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 기업의 자원개발 역량이 빠르게 신장되었다고는 하나 국제 기업의 역량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국제 자원경쟁 속에서 자원개발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로서는 자원외교, 정책금융 활성화 등 정부가 할 일이 많다. 이제 막 도약하려는 해외자원개발 사업들이 몇 가지 잘못된 정책이나 의혹 때문에, 정책 구동력들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자원개발은 사업 속성상 성공과 실패의 경계선이 모호한 경우가 많고, 사업진행에 관련된 사항들을 투명하게 밝히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커넥션들이 동원되고 브로커들이 개입되기도 한다. 그래서 자원개발 사업들을 편향된 각도에서만 관찰하면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 자원개발 사업들을 평가하려면 전체적인 국익과 장기적인 실익을 따지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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