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한무영 서울대 교수

[이투뉴스 / 칼럼] 비오는 겨울 관악산에 올라가보니 땅바닥은 물론 계곡의 물이 모두 말라 있었다. 바닥에 수북이 쌓인 낙엽을 들춰내니 빗물은 땅을 적시지 못한다. 어렸을 때 계곡에서 가재잡고 물장구치고 하던 추억이 있었건만 지금은 그런 추억은커녕 계곡에 살던 물고기, 식물, 동물은 물론 그 계곡을 기반으로 한 생태계가 모두 죽은 셈이다. 계곡은 단지 비가 올 때 일시적으로 빗물을 하류로 빨리 내버리는 하수도의 역할만 하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 하류에는 홍수의 위협이 점점 커지고 있고 산은 점점 말라가고, 산불의 위험은 점점 커져간다.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 전국의 산지가 마찬가지이다. 모든 빗물의 시작점인 산지에서 물관리가 되지 않으면 올바른 치수대책은 기대할 수 없고 그 대가는 매년 천문학적으로 발생하는 인명과 재산피해, 그리고 엉뚱한 곳에 사용되는 예산의 낭비이다.

우리나라의 주요한 물 문제 원인은 산지에서 찾을 수 있다. 산에 쌓인 낙엽은 비닐장판과 같다. 낙엽위에 떨어진 빗물은 땅을 적시지 못하고, 비가 많이 올 때는 낙엽을 타고 미끄러져 모든 비가 일시에 계곡으로 내려가게 된다. 땅이 물을 머금지 못하기 때문에 계곡의 물이 마르고 산불의 위험이 더 많아지게 된다. 과거와 똑 같은 비가 오더라도 그 피해가 더 큰 것은 낙엽에 의해 물이 땅속에 침투되지 못하여 빗물의 유출저감 효과가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토면적의 70%가 산지이다. 빗물의 양은 떨어지는 땅의 면적과 비례하기 때문에 산지에서 빗물관리를 잘못하면 우리나라 전체의 물관리에 엄청난 문제점을 가져온다. 그렇다면 문제의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그것은 산지의 비닐장판을 걷어내 빗물이 땅속에 침투하도록 해 땅을 촉촉이 적시면서 유출 저감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그 일은 비교적 간단하다. 첫째로 낙엽을 걷어내는 것이다. 조금씩 태워서 그 재를 땅에 묻든지, 퇴비화를 시키는 것이다. 둘째로 20~50㎡당 1 톤 정도의 물이 받혀질 수 있도록 땅을 약간 파서 오목하게 만드는 것이다. 비가 올 때만 물이 모이고, 넘치는 물은 그대로 흘러 나가도록 하면 된다. 셋째로 경사면에 근처의 나무나 돌을 이용하여 물이 고일 수 있는 턱을 만들어 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비용을 많이 들이지도 않고 산 하나에 수십만톤의 뚜껑이 없는 작은 저장조를 많이 만드는 셈이 된다.

그 유출저감의 효과는 하류에 만드는 빗물저류조와 똑 같은 효과를 내지만 비용이 훨씬 적게 들고, 모아진 물이 땅속에 침투되면 가뭄방지, 산불방지, 생태계보전 등의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수방대책은 일부 전문가만 해 왔었다. 그 결과 모든 빗물을 유수지나 대형빗물저류조와 같은 한 점(點)에 집중시키거나 하천을 정비하거나 하는 선(線)적인 관리를 하는 집중형 물관리를 하여 왔다. 이제는 물 관리의 패러다임을 하천변이 아니라 유역 전체에서 모든 사람의 참여하에 하는 면(面) 적인 관리로 바뀌어야 한다.

시범적으로 관악산 유역을 대상으로 도림천 유역의 하류에 빗물저류조를 짓는 대신에, 그 건설비용의 반만 투입하여 지역민들과 함께 관악산 유역 전체를 대상으로 오목하게 물의 포케트를 만드는 면(面)적인 관리를 실시해보자.
얼마든지 다목적으로 바람직한 산과 물과 땅의 관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치산을 고려하지 않는 절름발이식 치수정책으로는 지속가능하고 올바른 물관리를 할 수가 없다. 이번 봄부터 여름의 홍수를 대비하여 산에 있는 나무와 흙의 관리를 잘해 산의 토양의 수분을 높이고, 빗물유출 저감을 위한 일을 해보자. 이것이야말로 올바른 치산치수 정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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