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수 박사 / 자연환경보전연구소 소장

서정수 박사

[이투뉴스 / 칼럼] 환경부는 지난해 5월 ‘자연공원 삭도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을 통해 자연친화적 삭도(케이블카) 설치 및 운영을 위한 고려사항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립공원에 인접한 지자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일제히 케이블카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산하 조직인 국립공원위원회는 환경성, 경제성, 공익성, 기술성 등 4개 분야에 대한 검토기준을 마련하고, 시범사업지 선정을 전담하게 될 민간 전문위원회를 구성하여 이르면 6월경 1개소 이상의 시범사업대상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설악산은 양양, 지리산은 함양, 구례, 산청, 남원, 월출산은 영암, 한려해상은 사천 등 4개 국립공원을 대상으로 7개 지자체가 각기 유치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신청서를 제출한 지자체들은 케이블카 사업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최대 호재로 인식하고, 환경단체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효율성, 자연환경 개선책 등을 내세워 유치에 몰두하고 있다.

40여년 전 한라산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던 계획이 단초가 되어 지금까지 끊임없이 제기되어오던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문제는 한 지자체의 현명한 융합으로 논의가 사그라진 줄 알았는데, 작금의 사태는 분명 큰 논란의 대상이 될 듯하다.

광활한 면적을 자랑하며 세계 최초의 옐로스톤국립공원을 지정한 미국, 고산지대 세계 최대 설경을 꼽는 스위스 알프스국립공원 내에도 없는 케이블카를 전 국토 육지면적 중 3.9%에 해당하는 20개소의 우리나라 국립공원 중에 설치하겠다는 논리의 핵심도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중 설악산에는 소공원과 권금성을 연결하는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다.

공원사무소에 따르면 그동안 탐방객의 집중적인 이용으로 지형 및 식생 훼손이 가중되어온 탓에 권금성 일대 훼손지를 복원하기 위해 토양유실방지 및 통제로프 등 주변 환경 개선사업을 시작한다고 한다. 국립공원은 많은 관리인원과 예산이 투입되어 엄정하게 관리되어 왔지만 그동안 과도한 탐방객의 집중적인 이용으로 결국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소공원 주변 상권은 몇 해 전부터 무너지기 시작하여 케이블카 업체를 제외한 인근 상인들은 경제적으로 소외된 채 외면당하고 있다고 하소연이다. 그 비싸던 땅값도 떨어져 투자의 가치를 잃었으며, 폐업상태인 상가와 숙소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러한 사례들이 케이블카 설치에 따른 환경성과 경제성에 대한 명쾌한 답이 되지 않을지.
환경영향평가법상 법정보호종이 서식·분포하는 곳이나 수려한 경관지, 생태자연도 1등급지역, 녹지자연도 8등급 이상인 지역 등에서는 어떠한 사안이라도 사업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 국립공원은 위의 사항들에 전부 해당되는 지역이다. 이러한 지역에 케이블카 설치가 가능한지 이해하기 어렵다.

전 세계가 자연자원에 대한 전쟁을 치루고 있는 현실 앞에 우리나라는 아직도 자연자원에 대한 파악도 제대로 수행되지도 못한 상태에서 자원의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는 국립공원 내에 케이블카 설치로 난 개발과 귀중한 자원의 손실을 부추기는 빌미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모든 국민이 자연을 편하게 즐길 권리를 외면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 자연은 조상으로부터 그저 물려받은 것이 아니고 후손에게 온전히 전해주어야 할 중요한 자산으로 우리세대는 인계라는 막중한 의무를 지니고 있다.
한 세대의 무모한 정책추진이 한 민족의 영험어린 자연을 훼손할 권리는 없는 법이다.

영속적이며 거대한 자연생태계는 인간이 갖는 오감만으로는 그의 온 모습을 손에 쥐듯 감지하기에는 너무나 깊고 크기에 벅차고 힘들다. 크고 높은 산일수록 먼발치에서는 전체가 보이지만 막상 그의 품속에 잠겨 있어서는 그 크고 높음이 헤아려지지 않는 법이다.

길게, 깊게 그리고 큰 시각에서 케이블카 설치 사업의 타당성을 논해야 할 것이다.
본 사업 추진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민간전문위원회나 당국의 현명한 성찰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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