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권고' 위주 솜방망이 행정처분에 위반행위 성행

[이투뉴스] 알뜰주유소 도입 등으로 전방위 '기름값 잡기' 공세를 펴고 있는 정부가 이번에는 소비자 불만이 빈번한 주유소 가격표시판을 바로잡겠다고 벼르고 있다.

주변 주유소보다 상대적으로 비싼값에 기름을 팔면서 일부러 가격표시판을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설치하는 위반업소를 단속하면 자연스레 주유소간 기름값 인하경쟁도 촉진되지 않겠냐는게 정부 생각이다.

그러나 기름값을 허위로 표시한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가격표시 위반은 한해 같은 위반행위로 2회 이상 반복해 적발되지 않는 한 과태료를 물지 않아 단속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20일부터 내달 30일까지를 '전국 주유소 및 일반판매소 가격표시판 특별점검기간'으로 정하고 전국 228개 시·군·구와 대대적인 가격표시판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또 이달 27일부터 내달 9일까지는 지경부와 석유관리원, 석유공사 및 지자체 합동단속반을 가격이 비싼 대도시 주유소 위주로 투입해 단속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소비자가 주유소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가격인 점을 감안, 주유소 진입 전 판매가를 확인하고 값싼 주유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1월 개정된 지경부 고시(석유류 가격표시제 등 실시요령)에 의하면 주유소나 일반판매소는 규정에 따라 일정크기로 판매 유종의 정상가격과 할인가격, 서비스 정보 등을 가격표시판에 적시해야 한다.

또 주유소는 차량 운전자가 가격표시판을 보고 주유소 진입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진출입로(표준 설치구역)에 다른 설치물이 가격표시판을 가리지 않게 설치해야 한다.

물론 가격을 허위로 표시하거나 아예 표시하지 않는 행위, 할인가격이나 싼 유종의 가격을 가격판 상단에 표시하는 등의 행위 등은 모두 규정 위반에 해당된다.

문제는 이같은 위반 행위가 단속기간 적발되더라도 가격을 허위로 표시하지 않는 한 시정권고 조치로 행정처분이 끝나 일부 주유소들의 위반행위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경부 '석유류 가격표시제 등 실시요령'에 따르면 판매가격을 표시하지 않은 경우나 표시판 위치 및 설치방법을 지키지 않아 단속되더라도 첫 번째 위반은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2회 적발 시부터 각각 300만원(미표시), 100만원(위치·방법)을 부과할 수 있다. 첫 단속부터 과태료를 부과하는 경우는 허위로 가격을 표시한 경우에만 해당된다.

더욱이 실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경우도 1년간 같은 위반 행위로 반복해 적발된 경우로 한정해 사실상 규정이 유명무실한 상태다.

예를 들면 가격표시를 하지 않아 단속된 주유소가 1년 안에 또 다시 가격표시 방법을 위반해 적발되더라도 같은 위반 사안이 아니라서 과태료를 물지 않는다.

여기에 지자체의 가격표시판 단속도 비정기적이거나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위반 시 처벌도 시정권고 등 계도 위주여서 지금까지 실제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도 전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이런 실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업계 자율적인 규정준수 노력에 이를 맡긴다는 입장이다.

지경부는 특별점검 계획을 설명한 이날 보도자료에서 "사전에 주유소협회 등 관련단체 및 지자체에 대한 안내를 통해 특별점검에 앞서 주유소 스스로가 시정조치 하도록 유도, 처분을 위한 점검이 아닌 가격표시제 실질적 정착을 위한 점검이 될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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